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의 변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우리 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또 우리 교육은 그에 상응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혁명과 우리 교육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조명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교육과 관련한 바람직한 담론 형성과 대안 제시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세 번째 순서로 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가 제안한 내용을 싣는다.<편집자 주>  

모든 것이 ‘자동화’ 때문이다. 제1-2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신체적 노동 활동을 대신하고 도와주는 ‘자동화 기계’ 때문이고, 제3-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인지적 혹은 정신적 노동 활동을 대신하고 도와주는 ‘자동화 기계’ (우리는 그것을 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까지 흉내 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인간을 닮은 지능형 로봇, 그 언저리에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변화 적응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
 

단순 자동 반복 방식

‘자동화’라는 것은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기계가 자동으로 해준다는 말인데, 인간의 인지적인 작업을 기계로 자동 반복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연구는 194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 형태라는 것은 알고리즘으로 주로 표현되는데, 가장 먼저 시도해본 인지 작업 분야는 단순 반복적인 (수학이나 과학의) 계산이었다. 예를 들면, A * B 라는 곱하기는 A를 B번 반복하여 더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반복 순서를 알고리즘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적분 계산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반복(repetition)과 분기 (branching)를 포함한 순차적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순한 반복계산 작업에서 시작된 ‘자동화 기계’는 점점 그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인터넷 기반의 연결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인지적 단순 반복 노동을 빠르게 대체시켜 왔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방식은 우리 머릿속 문제 해결 방식을 단순 반복 형태로 표현하여 아주 빠른 컴퓨터에 입력하여 자동으로 하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이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그러한 단순 자동 반복 방식으로는 이론적으로는 해결 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불가능 한(possible, but practically impossible)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10자리의 패스워드는 영문 소문자, 대문자, 숫자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하나의 패스워드를 찾는다고 하자.

이론적으로는 모든 가능한 패스워드 조합을 ‘매우 빠른’ 컴퓨터를 사용하여 반복하여 하나씩 테스트해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각 칸마다 62가지 기호 중의 하나가 오기 때문에 전체 가능한 조합의 수는 6,210개, 즉 약 83경 정도이고, 이것은 1초에 1억 개씩 테스트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여도 266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알파고의 충격을 모두 경험했었다. 바둑 이전에는 1997년에 체스 경기에서 IBM의 체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당시 전설적인 체스 선수인 게리 카스파로프에 게 승리를 거두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오목이나 체스와 같은 경기도, 단순 반복 계산 방식을 적용하여 알고리즘을 만든다고 하면 다음 수, 또 그다음 수를 놓는 자리를 미리 다 평가하여 가장 좋은 자리에 돌을 놓으면 될 것이 다.

딥블루도 체스 경기에서 다음 수를 어디에 놓을지를 계산하기 위하여 모든 가능한 위치를 하나씩 계산하는데, 1997년 경기에서는 12수까지 내다보는 엄청난 계산 속도를 내기 위하여 특별히 설계된 480개의 VLSI 칩을 가지고 1초에 2억 개의 위치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계산에 덧붙여서, 이 경기에 대한 인간의 ‘지식’을 사용하여 더 많은 수를 더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단순 반복 규칙을 빠른 속도로 계산하여 인간의 지능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지능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지능적인 행위 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체스의 경우 12수 앞까지 내다 본다면 4*1,015개의 경우의 수정도이기 때문에 빠른 컴퓨터가 처리 가능할 수도 있지만, 바둑의 경우는 컴퓨터로 계 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바둑의 모든 가능한 경로의 수는 약 10,360개 정도가 나오는데, 이것은 우주의 전체 원자 수 1,080개보다도 많아서 단순 반복 계산 모델로는 실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고 알려져 왔다. 인간은 그래서 제한적인 계산과 경험적인 직관, 패턴 등을 사용하여 바둑을 두어왔는데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문제는 인간이 훨씬 잘하는 분야, 혹은 지능적인 분야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딥블루 후 20년 만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에게 승리를 거두 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지능형 시스템을 만들기 위하여 빠른 탐색 기법, 분야 지식, 그리로 논리와 규칙 등을 사용하여 진행하던 기존의 방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이 새로운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경험 ‘데이터’로부터 직접 지능 모델을 생성해 내는 방법이다.

데이터로부터 모델을 만들어 내는 알고리즘을 우리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한다면 학습을 하는 기계(즉, 컴퓨터 알고리즘 혹은 프로그램)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학습은 경험 데이터로부터 일반화된 규칙, 패턴 혹은 모델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 다.

우리 일상에서의 학습을 가지고 비교하여 보자. 어린아이가 처음 보는 가위의 끝을 만져보고 아픔을 느꼈고, 다음날에 또 처음 보는 물건인 송곳을 만져 보았는데 그것도 아프다는 것을 알 게 되고, 그런 식으로 처음 보는 또 다른 뾰족한 끝을 가진 물건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뾰족한 끝은 만지면 다 아프다라는 일반화된 패턴을 알게 되고 그 후로는 처음 보는 물건이라도 끝이 뾰족하면 아플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된다.

기계학습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로 특정 도메인에서 발생한 많은 데이터들을 일반화시켜 지식, 패턴 혹은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좋은 모델을 얻기 위해서는 훌륭한 품질의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좋은 데이터만 있다면 어떠한 지능형 모델도 다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빅데이터’란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딥러닝(Deep Learning)

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에서도 정체기가 있었다.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더 좋은 성능을 내기 힘들어하고 있었는 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미지 인식 문제이다. 우리는 이미지에서 어느 것이 고양이인지 사람인지를 쉽게 구별해내지만, 컴퓨터에서는 그것은 여전히 무척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서양 사람과 동양사람 얼굴을 구분해 낼 수 있다. 우리는 많은 경험과 학습에 의하여 그 구분 모델이 우리의 머릿속에 만들어져 있어서 새로운 사람을 볼 때에도 사용되고 있다. 기계학습을 사용하여 그 모델을 만들어 본다고 하면 먼저 속성(혹은 특징)을 정의한 데이터가 있어야 할텐데 어떤 속성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만들어야할지 부터가 난감하다.

예를 들어, 코 높이, 눈 색깔, 머리 색깔, 눈썹 길이 등의 데이터로는 우리가 원하는 모델이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대부분의 이미지 인식 문제가 이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등장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속성(혹은 특성)을 우리가 줄 필요가 없이 스스로 그것을 찾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들어가 있는 수많은 사진을 보여주면 거기서 스스로 고양이를 찾아내는 지능이 생기게 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만 많이 모아서 들려주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작곡해 내기도 하고, 번역 사례를 엄청나게 많이 주어 학습을 시키면 스스로 훌륭한 번역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서 알고리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품질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게 된다. 알파고의 경우는 바둑 2~6단 프로기사의 기보를 16만 건, 3천만 상태를 확보하여 학습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수준의 기보를 그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확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시스템은 급속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곧 경험하게 될 큰 변화 중 피부에 와 닿는 하나의 예는 아마도 무인자동차 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떻게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운전 하는 차를 탈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더 나아가 20년 후에는 사람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국가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1800년대 말 영국에서 자동차의 등장을 막으려 마차 마부들에 의해 만 들어졌던 붉은 깃발 법을 떠올리게 한다. 무인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대중화는 우리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산업과 경제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동화 기계와 인간은 서로 파트너로서 협업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과 그러한 상호 협조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융합, 창조, 감성과 관련된 일들,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은 우리 인간이 하고, 기억이나 단순반복적 정신노동은 스마트폰이 대신해주고 있지 않은가.

신체적 자동화 기계와 인지적 자동화 기계가 인간의 단순 반복적 작업을 대신해 주게 될, 약 20년 후를 살아가게 될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역량이 필요하게 될 것인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북유 럽 국가들의 최근의 고민과 시도는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제2차 산업혁명의 시작 무렵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공교육을 시작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는 미래 역량은 지식습득 능력보다는 창조와 융합 역량을, 경쟁과 소유보다는 공유와 협업 능력을, 그리고 디지털 소양과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강조한다.

그리고 글로벌적 사고와 공익적 사고를 강조한다. 그래야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새로운 경제, 즉 디지털 기반 위에서 많은 것들이 연결되고 자동화된 새로운 경제를 바라보는 적절한 관점과 변화 적응력을 갖게 되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그러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