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 봉선초등학교 교사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의 변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우리 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또 우리 교육은 그에 상응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혁명과 우리 교육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조명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교육과 관련한 바람직한 담론 형성과 대안 제시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섯 번째 순서로 최만 봉선초등학교 교사가 제안한 내용을 싣는다.<편집자 주>  

필자는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다양한 VR(Virtual Reality) 기술을 체험했다. 대만에서 개발된 바이브로 고래의 눈을 가상 현실로 보는 체험을 했고, 리코 세타 S라는 360도 캠코더로 일상(bit.ly/gogo360)과 수업(bit.ly/360class)을 촬영했다.

유튜브에서 ‘360’이나 ‘VR’로 검색하면 360도 영상을 볼 수 있다. VR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작년 수업을 촬영할 때 겪은 경험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모습과 학생의 반응을 동시에 촬영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고가의 장비를 활용해야 해서 안타까웠다.

360영상을 찍으면 교실 전체가 한 번에 찍힌다는 소식을 듣고 저렴한 장비를 기다렸는데, 마침 입문용 360캠코더인  ‘리코 세타 S’가 출시되어 360도로 촬영할 수 있게 되자 다양한 수업 상황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 수업에서 몸으로 반응하는 수업을 할 때 학생의 모습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VR을 교육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VR 교육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최만 봉선초등학교 교사

VR과 함께 오는 미래

교육은 미래 준비이다. 학생이 살아갈 미래 세상은 어떤 세상이 올까? 여러 이견이 있지만, 컴퓨팅 기술이 가속화되어 컴퓨팅 기반 삶이 될 가능성이 많다. 올해는 가상현실(VR)의 원년이 라고 한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4조 원에 인수한 후, 다양한 VR 툴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람회, 전시회를 가면 구글카드보드 등 다양한 VR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시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삼성과 LG는 360도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시판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360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얼마 전 출시된 포켓몬고의 반향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포켓몬고는 실제 지도에 매칭한 서비스이다. 포켓몬고에서 우리가 보는 실제와 가상이 함께 보인다. 이렇게 현실과 함께 가상이 보이는 서비스를 증강현실(AR) 이라고 한다. 이견이 있겠지만, 컴퓨팅으로 가상현실을 만든다는 면에서 필자는 AR을 VR로 넓게 보고 있다.

미래 학생들이 경험하는 미래는 가상과 현실이 함께 존재하는 MR(Mixed Reality) 일 것이다. 미래에는 가상과 현실이란 용어구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출처: https://youtu.be/2BPidRZ_F5Y>

VR 교육적 특징

일반적으로 VR의 특징을 몰입감과 현장감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안전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몰입감은 현실과 가상이 혼동되어 깊게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현장감은 내가 그 속에 있는 느낌이며, 안전은 위험한 현실을 안전하게 대리 체험할 수 있음을 말한다.

교육은 상당히 ‘가치로운 활동’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이 바뀐다. 따라서 VR을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 VR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고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VR을 ‘자유’와 ‘평등’으로 본다. 먼저 ‘자유’의 측면에서 VR은 ‘감정 이입’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게 한다. 타인의 경험을 내 방식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가령 기아 현장, 전쟁, 난민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에스키모인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으며 심지어 독수리나 상어와 같은 동물의 경험을 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여기서 내 방식은 내가 원하는 시점으로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그 현장에 몰입되고, 현장감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기존 영상이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간 앵글만 보여줬다면 이제는 360도 전체를 볼 수 있다. 이것을 ‘시선의 민주화’라고 이야기한다. 360도 영상으로 찍은 뉴스를 교육에 활용한다면 각자 나름대로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만에서 제작된 ‘바이브’라는 VR 장비는 공동묘지나 화성 내부를 이동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소셜 VR’ 콘텐츠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체험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

<바이브에서 체험한 고래의 눈, 한동안 멍하게 바라봤다.>

바이브에서 체험한 고래의 눈, 한동안 멍하게 바라봤다. 물론, 감정이입은 교과서에 나온 사진으로도 가능하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교육 영상 역시 감정이입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는 360영상으로 주체적으로 배우면 더 많은 감정이입이 일어나게 된다. 단지 보는 것만이 아니라 가상현실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VR로 배우면 더 많은 감정이입이 생기게 된다.

최근에는 고흐의 작품과 같은 대가의 작품 안을 VR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 ‘평등’의 측면에서, VR은 저비용과 고효율 교육을 가능케 한다. 소방훈련을 할 때 VR을 이용하면 실제 불타는 현장을 재현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인 훈련을 할 때는 우주에서 체험하지 않아도 된다.

군사 훈련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재활용 로켓, 스페이스X 착륙 장면이 360도 영상으로 공개되었는데, 마지 현장에서 착륙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을 두려워하는 학생에게 가상현실로 물속 상황을 체험하게 하면 훨씬 덜 두려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VR은 안전한 교육을 가능케 한다. 가령, 핵을 다루는 과학 실험에서 실제 벌어질 위험을 가상으로 처리할 수 있다. VR을 활용하면, 기존에 너무 비싸서 하지 못했던 교육 체험을 VR로 모든 사람이 할 수 있게 되어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깊은 바닷속 백상아리의 모습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고 체르노빌 지역을 여행할 수도 있다. 작년부터 VR을 교육에 활용할 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영상을 유튜브에 모아두고 있다. (주소: bit.ly/ vredubox)

선생님은 최고의 콘텐츠이다. 선생님은 자신이 속한 학생의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선생님이 평소에 VR관련 정보와 영상들을 보며 준비하면 어느 순간에 VR을 활용하여 교육할 최적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VR을 교육에 활용한다면 무엇을 활용할 수 있을까? VR, AR, MR, TR 등 모든 종류의 가상현실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 VR을 360영상과 상호작용 가능한 컴퓨팅 기반의 가상현실로 이해했다. AR은 현실에 가상현실이 덧입혀져서 나오는 형태로, MR은 현실에 덧입혀진 AR을 조작하거나 상호작용하는 할 수 있는 형태로, TR은 현실과 가상이 서로 교환될 수 있는 형태로 파악했다.

이 모든 것을 총칭하여 크게 넓은 의미의 VR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VR을 교육에 활용하면 교사나 다른 무엇이 겪은 체험을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저비용이지만 고효용을 주며, 안전하다.

이러한 체험으로 상상력이 증폭되고 학생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입체적으로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교육을 교사와 학생, 그리고 배울 내용이 각각 서로 공명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VR을 통한 교육은 개인적인 몰입경험을 가져와서 모든 학생들의 흥미나 수준차를 고려한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같은 콘텐츠 내에서도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나아가 한 학생이 같은 콘텐츠를 다시 보게 되더라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VR을 활용한 교육은 학생이 재미있어한다. 다양한 형태의 VR 활용 교육을 했는데,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한 점이 인상 깊었다.

VR 활용 교육 사례

 사례 1  작년부터 VR 활용 교육을 위해 다양한 VR 콘텐츠를 준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4학년 과학 수업 시간. ‘지구와 달의 모양은 둥글다’는 내용을 가르칠 때 VR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HMD로 달과 지구의 모양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2년 동안 말이 없었던 여학생이 “선생님, 책 그림하고 엄청 달라요. 실감 나고요, 자세히 나와 있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에 VR을 교육에 활용하면 경우에 따라서 엄청난 효과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례 2  진주에서 근무하는 장환상 선생님은 교실 중 한 자리에 360도 캠코더를 설치한 후 반 아이들 모두가 그 캠코더를 따돌리는 드라마를 촬영했다. 이렇게 되면 이 드라마를 촬영하는 학생도 왕따의 폐해를 느끼게 되고, 나중에 360도로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따돌림을 체험하게 된다. 자신의 시선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360도 영상으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 

 사례 3  360도 영상과 사진은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사전 안전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전 답사를 갈 때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가지고 교실에서 위험한 곳과 주의해야 할 곳을 설명할 수 있다.

학생이 체험하기 어려운 남극과 북극, 독도 등을 360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학생들은 360도 영상으로 교실에서 독도를 여행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가진 것이다. 또한 최근에 나온 구글 익스페디션으로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처음 본 학생들이 “우와! 우와! 우와!” 하고 함성을 연달아 지르던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전율을 주기도 했다.

 사례 4  360도 영상으로 수업을 분석할 수 있다. 선생님이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학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개수업을 360도 영상으로 촬영하면 수업 전반의 모습이 파악 가능하다.

기존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후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시작점을 맞추고 편집하는 고급 기술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쉽게 수업을 촬영하고 파악할 수 있다.

교육 현장을 360도 카메라로 소외없이 한 번에 촬영하면 바쁜 교육 활동에서 학생 모두의 상황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게 되며 촬영에 대한 수고에서 자유로워져서 학생에게 더욱 집중하게 된다.

교육 현장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어서 기록으로 남길 때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작년 운동회 진행을 살필 때 360영상으로 구석구석 알 수 있고 특히 각 위치를 전반적으로 알 수 있 어서 매우 편리하다.

 

사례 5   학생들이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마인크래프트를 교육에 접목했다. 일정 금액을 주고 마인크래프트 컴퓨터 계정을 사면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있지만, 컴퓨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스마트 패드에 개인용 버전을 구매했다. 조별 1디바이스로 마인크래프트로 영어 단어 쓰기를 했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인지 모른 채 활동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학생도 재미있게 영어 단어를 연습했다.

흥미로운 것은 종이에 영어 단어를 적을 때와 달리 가상에서 영어 단어를 만들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간과 단어를 접목하는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공책에 영어 단어를 쓰며 외우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영어 단어를 만들게 되면 더 많이 기억하게 된다.

교육에 활용 가능한 앱들

기존 VR 콘텐츠의 단점은 이미 만들어진 내용을 학생이 수동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지만, 독일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코스페이시스(CoSpaces)’라는 툴은 학생이 컴퓨터에서 가상현실을 3D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넣을 수 있고, 장면을 전환할 수도 있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만든 프로젝트 주소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해서 자신의 세계에 친구들을 초대할 수도 있다.

스마트 패드로 360영상처럼 볼 수 있고, HMD를 이용해서 가상현실처럼 볼 수도 있다. 이때 화면을 터치하면 가상현실 내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상상에 따라 만들고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어서 매우 기대되는 플랫폼이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120명에게 코스페이시스로 영어를 가르치며 홍보했는데, 이것을 인지한 독일 본사에서 한글화 의뢰가 와서 최근에 한글화 작업을 마쳤다. AR(증강현실)을 교육에 이용하는 앱이 많이 나와 있다.

가령 ‘랜드스케이프’와 같은 앱은 학생이 그린 등고선을 산으로 변환하여 보여준다. 미국 나사의 ‘스페이스크래프트’는 나사에서 제작한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체험할 수 있다. 칼라믹스로 유명한 ‘큐버앱’은 학생이 색칠한 그림을 실시간으로 3D로 변환하여 보여준다.

국내에서 개발한 ‘서커스앱’은 기존의 마커를 계속 봐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한번 인식하면 계속 AR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인도에서 개발한 ‘스칼러AR’은 태양계 행성의 공전을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앱이다.

앞으로는 교실 공간을 인식해서 AR이 실물 크기로 구현될 것이다. 우주선과 공룡이 교실에 실물 크기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메이커 운동을 VR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360도 찍은 사진을 ‘코스페이시스’로 학생이 구현한 장면을 전개도로 변환하여 큐브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디바이스, 스마트폰이 없어도 자신이 제작한 VR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VR과 AR을 활용한 교육을 누린 학생들은 “더 실감 나고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학생이 살아갈 미래는 컴퓨팅이 발달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다.

학생들은 가상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가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것이다. 올해 10월 마이크로 소프트 홀로 렌즈와 소니 VR이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하면,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필자는 VR 활용 교육자 모임을 운영하며, 관심있는 전 세계 교육자들과 이를 준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VR 활용 교육 수업을 찍어 유튜브에도 공개하고 있다(주소 bit.ly/vreduKO). ‘소중사회’라는 이름의 개인 블로그에 VR 활용 교육 사례를 계속 연재하고 있고, 에듀클라우드와 샘스토리에 도 동시에 게재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에 한국의 많은 교육자가 함께 준비하고 공유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