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의 변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우리 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또 우리 교육은 그에 상응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혁명과 우리 교육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조명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교육과 관련한 바람직한 담론 형성과 대안 제시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에는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의 특별 기고문을 싣는다.<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의 교육적 가능성을 비교적 빨리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처해온 나라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 5·31 교육개혁에서도 교육정보화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다루어졌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나라를 만들자'는 기치로 추진된 교단선진화사업은 전통적인 교실을 정보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학습 공간으로 변모시켰으며, 이렇게 변화된 학교 환경은 지금까지도 우리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교육정보화란 이름으로 학교의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그사이에도 정보통신기술은 급격한 발전을 이어왔으며, 그 변화의 속도가 우리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 혼란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휴대용 단말기 사용이 보편화되 면서 짧은 동영상 콘텐츠 및 인스턴트 메신저 활용이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 및 은행 거래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으로 이루어져 2016년 등록 고객 수가 1억 2천 명에 일평균 거래금액이 42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로 단지 생활의 행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직업 선택의 기회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발전과 기계학습이 강조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관련하여 2020년까지 약 5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의 전망이나 현재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나중에 갖게 될 일자리의 약 70%는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전망은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이제 창조적 파괴를 넘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서 정보통신기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어려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 세대에게 우리가 접하고 있는 기술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재구성하여 지혜와 창의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혁신과 사회적 발전을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교육정보화 정책의 과거, 성과

우리의 교육정보화 정책은 변화의 흐름과 시대적인 도전을 비교적 잘 극복해 오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과를 내온 것도 사실이다. 교실 수업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효과적인 수업 방법의 적용이 일상화되고 가정에서는 사이버학습, 인터넷 강의 등 이러닝의 활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매년 정보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수업 개선 사례가 발표되고 교사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는 등 교수·학습 방법 다양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도 교육정보화의 주요 성과이다.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컴퓨터와 통신비 지원을 통해 정보 및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는 것과 교육행정 절차의 효율화로 교사의 행정 업무 처리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역시 교육정보화 추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앞선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여 해당 국가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육학술정보원의 이러닝 세계화 사업도 그간의 성공적인 교육정보화 실천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읽기, 수학, 과학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는 것도 이와 같은 교육적 투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2009년과 2012년의 디지털 매체 읽기 능력 검사(DRA : Digital Reading Assessment)와 2012년의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검사(CBAPS: Computer-Based Assessment of Problem Solving)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PISA의 검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컴퓨터에 대한 태도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긍정적이었으나,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정보통신기 술 활용 과제에 대한 자신감은 오히려 낮게 나타났으며, 학교에서의 정보통 신기술 활용 빈도가 줄어들어 2012년 PISA에서는 64개국 중 48위로 나타나 OECD 본부의 분석팀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더불어 컴퓨터가 교육 목적보다는 인터넷과 오락 등에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그간 우리나라의 교육정보화가 양적 성장 단계를 극복하고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육정보화 정책의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보화에 대한 정책 의지와 추진 동향도 우리의 발길을 바쁘게 한다. 해외 국가들은 초기 정보화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수준을 점차 넘어서고 있다.

핀란드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교육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을 목표로 ‘Dream School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2010년 발표한 ‘National Education Technology Plan’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혁신 방안을 실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onnectED’ 정책으로 미국 전역의 학교 교실 및 도서관에 차세대 브로드밴드 도입과 함께 교사의 교육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일본도 2016년 7월 ‘교육정보화 가속화 플랜’ 발표를 통해 교육정보화 추진 의지를 표명하는 등 많은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교육정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코스타리카는 모든 공립학교에 인터넷 연결을 추진하고, 케냐가 노트북 PC 보급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경제 발전이 다소 더딘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교육정보화를 교육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교육정보화 추진과 관련하여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하고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학교교육 정상화와 창의·융합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ICT 기반 추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맥락하에 교육정보화 정책은 우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안들이 강조되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정보화 정책의 미래를 위한 발전 전략

무엇보다 교육 내용과 방법에서 질적인 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교과 수업과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융합형 교재가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보급 정책은 2011년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의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로 발표되었다. 그 후 2013년 『디지털 교과서 개발· 적용 방안(‘13.8)』을 통하여 과학과 사회 2개 교과에 대하여 초등학교 3,4,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여 연구학교를 통하여 그 효과성을 검증해왔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디지털교과서 국·검정 구분 고시’를 통해 과학, 사회, 영어 디지털교과서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고등학교 1학년 영어포함)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지난 5년간 연구학교를 통하여 실증된 디지털교과서의 성과를 일반학교에서도 가시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사이버 학습, 온라인을 통한 협력학습, UCC(User Created Content)와 포트폴리오 제작과 같은 창의적 활동도 학교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과 같이 미래 시대 필수적인 역량으로 요구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교육 내용의 보완뿐 아니라 나아가 수업시수 확충 등 총체적인 교육과정 개선의 관점에서 중요한 교육정보화 정책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교육부는 『초․중 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방안(‘14.7)』을 발표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필수화하도록 고시하였다(‘15.9).

또한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운영 지침과 학생 교재를 개발․보급하고 교원 역량 강화를 위해 선도교원을 양성하고 3년간 약 7만여 명을 연수할 계획이며, 우수 수업 모델 개발을 위해 선도 교육청 2개 청과 900개의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둘째, 한때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정보통신기술 활용 환경은 점차 노후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의 활용 기반 구축, 스마트패드와 같은 이동과 사용하기 쉬운 매체의 보급, 학습 활동의 공유와 교류를 위한 클라우드 시스템의 도입 등 새로운 기술적 변화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기존의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한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 구축 현황을 검토하여 학교 현장에 보다 유용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교원들의 정보화 역량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적 여건과 물리적 환경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수업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교사들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영향으로 양적·질적으로 변화하는 학교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주인공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경험하고 역량을 길러 나갈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정보화 생애주기 연수 체계와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 정부는 물론 시·도 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을 확대하여 교원 양성 단계부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교육정보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추진 방향에 대한 질적 개선 못지않게 새로운 세대들의 특성을 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와 일을 놀이처럼 즐기고 누구와도 소통하고 협업하는 데 능숙하며, 매체의 도움을 받아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공부를 하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외국의 언어를 습득한다.

이런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교육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따라서 향후 교육정보화 정책 추진에 있어 첨단 기술의 효과적인 도입과 적용 못지않게 아이들의 특성과 성장 과정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와의 세기적 바둑대결을 통해 서울 한복판에서 알파고 쇼크를 경험했다. 1957년 구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후 미국은 과학기술, 교육부문에서 큰 충격을 받는다.

소위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1958년 NASA를 창설하여 아폴로계획을 발표하게 되고 결국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데 성공한다. 소련의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우려는 통신수단 확보를 위한 최초의 인터넷 알파넷을 개발하게 했으며, 교육사조에 있어서도 진보주의가 쇠퇴하고 기초학문을 강조하는 본질주의 교육이 강조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알파고 쇼크를 겪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신기술과 교육의 효과적 융합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며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교육정보화를 통한 발전전략이 곧 미래사회에 대한 올바른 대비이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비전과 신념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교육정보화는 과거의 성과에서 미래의 희망으로 이어지며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