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진단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고 고질적인 문제다. 교육의 경쟁이 강화될수록 사교육에 대한 수요도 커지게 마련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사교육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공교육의 보완재가 아니라 공교육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에듀인뉴스가 사교육 현황과 실태를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1. 서론

사교육과 공교육의 개념 구분이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 따지고 들어가면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 교육은 모두 공교육이며, 개인적인 학원수강, 과외교육, 홈스쿨링(home schooling) 등은 사교육이다.

그러나 고형일 등(1998)은 서양에서는 학원도 ‘학교’라고 지칭한다면서 학교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공사교육을 구별한다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주장 한다. 이들은 교육의 설립·운영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냐 아니냐에 따라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공교육은 공립학교 교육과 동의어이며, 사교육은 사립학교 교육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공교육비와 사교육비의 개념 구분이다.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구분하는 기준을 지출의 대상으로 보느냐, 부담의 주체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출의 대상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공교육비는 공교육을 위하여 지출하는 경비이고, 사교육비는 사교육을 위하여 지출하는 경비다.

그러나 경비부담의 주체로 구분하면 공교육비는 공공,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을 위하여 부담하는 경비이고, 사교육비는 개인이 교육을 위하여 부담하는 경비다. 등록금을 사부담 공교육비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교육체제 내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교육 활동을 위하여 개인이 부담하는 수익자부담경비를 공교육비로 규정할 것인지 사교육비로 규정할 것인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1년 학교회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수익자부담경비는 당연히 사교육비였으나 학교회계 속에 수익자부담경비를 포함시키면서 공교육비로 볼 여지가 생겼다.

사교육과 사교육비가 논란의 주제로 부각되는 이유는 공교육 부실로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주장과 사교육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 영역의 팽창이나 사교육비 증가는 교육정책의 실패로 여겨져 왔으며, 사교육 축소와 사교육비 경감은 모든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사교육을 발본색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사교육에 대한 오해일 수 있으며, 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는 사교육을 장려할 여지도 있다.

2. 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 모형

공교육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행해지는 사교육(과외교육, 학 원수강 등)은 3가지의 역할모형을 생각할 수 있다. 공교육의 결손을 보충하는 보완형, 공교육과 경쟁하는 대립형, 공교육에서 다룰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독립형이 그것이다(송기창, 1999: 133-135).

가. 보완형으로서의 사교육

공교육은 대중교육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학습결손을 발생시키게 되고, 학습결손의 누적은 후속학습을 어렵게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보충학습과 개별지도를 통해 학습결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경우에는 학습결손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초점이 있을 뿐, 원천적으로 학습결 손을 제거할 수는 없다.

여기에 사교육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사교육은 공교육과 달리 교육인원의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적게 받기 때문에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 학습부진아와 학급지진아 지도를 위하여 특수학급을 개설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의 개인적인 과외교습이나 학원 수강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 대립형으로서의 사교육

원칙적으로 공교육은 학력인정 기능이 있기 때문에 공교육과 사교육이 대립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을 사교육에서 담당함으로써 대립적인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학원교습이나 개인과외를 통해 보충학습이나 단순한 예습 차원을 넘어서 미리 배울 경우, 즉 선행학습이 이루어질 경우 사교육이 공교육의 역할을 침해하는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공교육과 사교육은 대립적인 관계가 된다.

단순한 예습 차원을 넘어선 사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교육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대부분 학생들이 미리 사교육을 받았다고 인정될 경우 교사들은 공교육 자체를 포기하거나 대충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미리 배웠기 때문에 학생들은 흥미를 상실하여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게 되고 수업시간이 소란하게 되면 교사들은 교육 의욕이 저하되고 공교육이 부실해져 다시 사교육 수요를 증대시키게 되어 공교육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교육의 공급자는 교육의 동기가 육영보다는 이윤추구에 있기 때문에 공교육과 대립하는 수단이 날로 지능화되는 경향이 있다.

시험 기간 중에는 각급 학교 기출문제를 수집하여 집중 교육하는가 하면, 수행평가 과제를 대신 작성함으로써 수행평가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은 주로 대립형으로서의 사교육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다. 독립형으로서의 사교육

공교육과 사교육은 독자적인 영역을 갖는 것이 용이하다.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을 벌이는 사교육 공급자는 교육 수요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게 되고, 교육수요에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 공교육에서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영역에 대한 교육을 용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사교육에서 다루던 영역이 확산되면 공교육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 컴퓨터 교육의 경우 사교육 부문에서 먼저 시작했으나 확산되면서 공교육으로 흡수된 예라 할 수 있다. 조기 예능교육, 전문 예능교육, 특수 기술교육 등은 공교육에서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교육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공교육의 영역이 좁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공교육의 역할이 미흡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 독립형으로서의 사교육은 공교육의 역할을 측정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공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까지도 사교 육 영역에 양도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예능교육은 공교육에서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3. 사교육 및 사교육비 현황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2013년 이후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교육비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월에 발표한 2015년 사교육 통계에 따르면, 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68.8%로 전년도보다 0.2%p 늘었으나 2013년과 동일한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80.7%로 아직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교육 참여 주당 시간은 평균적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 2015년에는 전년도보다 0.1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고등학생들은 오히려 0.1시간 늘어나서 주당 4.1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과목별·참여유형별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일반 교과의 사교육 참여율은 1.7%p 감소했으나 예체능 및 취미교양의 사교육 참여율은 오히려 2.1%p 증가하였다. 일반교과 중 수학의 사교육 참여가 2.8%p 줄었지만 42.5%로 여전히 교과 중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참여유형별로는 일반교과 학원수강 참여율은 2.8% 낮아진 반면, 개인과외는 0.8%p 늘었다. 2015년 사교육비 총규모는 17조 8,346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2.2% 감소하였다.

그러나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았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으므로, 사교육비 증가 여부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규모를 보아야 하는바,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규모는 2012년에 약간 줄어들었다가 이후에는 계속 늘고 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와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목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보면, 예체능 및 취미교양 관련 사교육비가 전년도보다 5.4% 증가하였고, 참여 유형별로 보면, 일반교과 개인과외가 4.6% 증가하였고, 예체능 및 취미교양 관련 개인과외도 6.6% 증가하였다.

한편, 실질적으로는 사교육비이면서도 공식적인 사교육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익자부담경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익자부담경비는 학교회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분명한 사교육비였으나, 학교회계가 도입되면서 공공회계절차 속에 포함됨으로써 형식상 공교육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익자 부담경비의 성격을 살펴보면, 분명 사교육비임에 틀림없다. 2014년 결산 기준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한국 교육개발원, 2015), 공립 초·중등학교의 수익자부담경비는 4조 4,032억 원이며, 사립 초·중등학교의 수익자부담경비는 1조 5,908억 원으로, 수익자부담경비 총액은 5조 9,940억 원에 달한다.

4.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가 될 수 없는가?
원칙적으로 볼 때, 학교 교육에 대한 보완기능으로서의 사교육이 가능하다면 사교육은 바람직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교육비 차원에서 본다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과다할 경우 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가 어떠하든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사교육 문제의 상당 부분은 사교육비 문제로부터 발생해왔다.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의 비율은 매년 증가해왔기 때문이다(송기창, 1999). 정권마다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았고, 사교육비 유발여부가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된 것을 보면 사교육비 증가에 얼마나 예민했던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공교육과의 관계에서도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공교육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교육, 즉 대립형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공교육의 영역을 다루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다루는 방식이 비교육적인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사교육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고 학교 점수 올리기 방법에 집중하거나, 사교육을 유도하기 위하여 학생의 약점을 과장하거나, 입시의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예습의 수준을 넘어서는 선행학습을 유도하거나, 학생의 발달단계나 교과목의 계열성 등을 무시하는 것 등(송기창, 1999)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교육 영역에서는 일어날 개연성이 큰 사례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2014년 3월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다. 앞에서 살펴본 통계청(2016)의 사교육 통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일반교과에 대한 사교육은 보완형 또는 대립형 사교육이라고 볼 수 있고, 예체능 및 취미교양에 대한 사교육은 독립형 사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일반교과 사교육 중 진학준비 목적은 34.2%, 선행학습 45.8%, 학교수업 보충 목적은 81.2%였다(복수응답). 통계로 보면 진학이나 선행학습 목적의 대립형 사교육과 학교수업 보충 목적의 보완형 사교육은 거칠게 잡으면 반반이라고 볼 수 있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 중 진학 목적은 14.3%, 학교수업 보충은 13.7%에 불과하고, 취미·교양·재능계발 목적은 92.0%에 달했다(복수응답).

독립형 사교육 영역인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이 늘어나고 일반교과 사교육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사교육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간다고 볼 여지도 있다.

요컨대,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완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다. 현재도 보완재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 다만, 공교육 보완적 기능, 즉 사교육의 순기능보다 선행학습에 의한 사교육의 공교육 영역 침범이라는 역기능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 문제다.

보완형 사교육보다 대립형 사교육이 더 강조되고 더 문제시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교육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부각됨으로써 사교육은 없어져 야 할 교육으로 매도되는 상황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의 순기능이 부각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적정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 사교육을 문제로 보는 풍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비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적정수준의 사교육비와 보완형 사교육 영역이 좀 더 커진다면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