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좌담] 공교육과 사교육,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가?
[정책좌담] 공교육과 사교육,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가?
  • 지성배 기자
  • 승인 2016.11.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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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섭 교수>

교육 전문가를 포함해 우리 국민들은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사교육을 악으로 규정했다. 또 대부분 공교육과 사교육을 대립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교육의 페단을 없애되, 순기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에듀인뉴스는 공교육과 사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시각부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좌담을 통해 진단해봤다.<편집자 주> 

◇사회 : 진동섭 서울대학교 교수

◇참석 : 문상주(비타에듀 회장, 전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윤정일(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최중경(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전 지식경제부 장관) *정리/사진 : 지성배 기자

사회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될 사교육의 범위는 단순하게 EBS 수능방송 등이 포함된 과외 경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위해서 지출되는 경비를 의미합니다. 

윤정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교육비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교육비를 크게 직접교육비와 간접교육비로 나눕니다. 직접교육비는 다시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로 나누고, 또 공교육비는 공부담교육비(국가, 지방자치단체, 재단이 부담)와 사부담교육비(학생납부금)로 나누어집니다. 

사교육비는 자녀를 교육시킴으로 인하여 부모가 공교육비 이외에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으로서 과외비, 교재비, 부교재비, 학교지정용품비 등과 하숙비, 교통비까지 보통 1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접교육비는 교육기회경비로서 공부담교육비와 사부담교육비로 구성됩니다. 공부담교육비는 비영리 교육기관이 향유하는 면세의 가치를 말하며, 사부담교육비는 교육을 받음으로 인하여 교육 기간 중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없는데서 오는 손실을 말합니다. 

총교육비는 이러한 공교육비와 사교육비 외에도 교육기회경비가 포함됩니다. 이러한 교육비 분류방식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1977년에 사교육비에 관한 조사·연구를 처음으로 실시하여 1978년에 1차 보고서를 냈으며, 이후 사교육비 조사·연구를 2년마다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해 왔습니다. 

통계청에서도 2007년부터 사교육비를 조사하여 발표해오고 있는데, 통계청에서 말하는 사교육비란 초·중·고등학생들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교육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보충교육비로서 일반교과와 예체능 과목별 학원비, 개인 및 그룹 과외비, 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의 과외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계청에서 조사 발표하는 사교육비는 과외수업비만을 말하며, 유아 교육, 고등교육 등과 방과 후 학교,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조사 발표한 사교육비도 주로 초· 중·고등학생의 과외비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에서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교육비를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다 나온 발상으로, 조사 항목들을 의도적으로 대폭 축소한 것 같습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등을 “정부가 노력해서 이만큼 줄였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하는 사교육비는 학계에서 말하는 광의의 사교육비가 아니라 협의의 사교육비인 과외비로 한정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좌담을 전개하기 전에 오늘 논의될 명칭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오늘날 한국 교육의 명암(明暗)은 무엇이 있을까요?

문상주  한국이란 사회에서는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의 욕구를 해소해 왔습니다. 성공을 위해 선 밤낮없이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들과 똑같이 배우는 학교의 공교육뿐만 아니라 학원과 과외 등의 사교육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30여 년 전만 해도 일반 대중이 과외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일반 대중도 과외를 받을 수 있는 능력들이 생겼습니다. 그러한 시기에 한국의 시험제도와 대학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공교육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현저히 뒤처지면서 다양한 교육적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때 일반 대중도 성공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줄 도구로 사교육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교육의 역할은 지난 50여 년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많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큰 몫을 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정일 교수>

윤정일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해외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서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네 차례에 걸쳐서 인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인적 자원의 수준, 질, 양 등의 측면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파악했습니다. 

분야별, 영역별, 산업별로 불균형은 있었지만 대학 졸업생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82%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유럽, 일본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대학만을 보면 인적자원은 충분합니다. 

지적 수준 역시 세계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즉 인력자원의 양과 수준은 결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므로 정부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해 끌고 나간다면 충분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중경  과거 우리 교육제도는 순수 학문뿐만 아니라 직업과 관련된 고등학교(공고, 상고 등)와 공업대학에서 산업 인력을 많이 키웠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적절한 정책을 편 것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지금 교육 정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주변의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에 대한 교육, 즉 한자 교육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만 정부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교육이 지속되면 훗날 한국 고서를 읽고, 번역하는 인력은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걱정됩니다. 

결국 중국이나 일본 학자에 의존하게 되는 시대까지 오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영어로 가르치는 교육 과정을 계속 늘려야 합니다. 리포트도 영어로 쓰게 하고, 강의도 영어로 진행해야 합니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환경이 변하는 것에 비해서 한국의 공교육은 폐쇄되어 있습니다. 

학교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즉 사교육계를 살펴보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고 개설한 중국어·영어· 일본어 등을 가르치는 학원이 엄청 많습니다. 공교육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더 우수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  사교육비 현황과 변화추세, 그리고 학원을 중심으로 한 입시산업의 현황과 발전은 어떻습니까?

윤정일  정부의 각종 통계 자료와 초·중·고·대학의 교육재정 관련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2014년 교육비 총계는 약 124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에 교육부 예산, 시도교육청 예산, 사립학교 법인 예산, 공·사립 초·중등 예산, 국·공·사립대 예산, 그리고 국립대 법인 예산 등을 합친 총 공교육비가 약 104조 원이며, 나머지 20조 원 정도가 사교육비(과외비)입니다.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5년 사교육비 규모가 17.8조 원이고, 서울시교육청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사교육비 규모가 18.2조 원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과외비 통계에 유아교육과 고등교육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방과 후 학교, EBS 교재 구입, 어학연수비가 누락되었으므로 이 부분을 감안하면 사교육비(과외비)는 20조 원도 훨씬 초과하게 될 것입니다.

통계청이나 서울시교육청에서 낸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2011년 20조 원에서 2015년 17조 원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학생 인구의 감소에 따라 과외비 총액은 감소했지만 초·중고등학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그리고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을 예산과 참여 학생 수로 보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사교육 참여의 가장 큰 목적은 학교수업의 보충 그리 고 선행학습, 그 다음이 진학 준비입니다. 사교육은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  교육부의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사교육 참여율이 68.8%인데 이 중 초등학생이 80%로 제일 높습니다. 고등학생은 50% 정도 됩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주당 5.7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참여율이 높아지고, 지방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간 격차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교과에 대한 사교육은 떨어지고 예체능은 올라가고 있긴 합니다만 수학과 영어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러한 실태를 바탕으로 사교육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문상주 교수>

문상주  조선시대에도 사설 교육기관으로 서원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학원이 만들어진 것은 110년 전입니다. 일본에 나라를 뺏기면서 이승만 박사와 서재필 선생이 YMCA를 중심으로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학원을 만든 것이죠. 

그러나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해방이 되고 난 이후 신분 상승을 위해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학원이 융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화·산업화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에 있는 교실은 과밀화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학생 간의 수준차이가 발생하고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과 앞서가는 학생이 나타났습니다. 

못 따라가는 학생은 보완이 필요하고 잘 하는 학생은 더 잘하기 위해 사설 학원을 찾게 되면서 사교육이 산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정권별로 살펴보면 박정희 정권에서는 재학생들이 학원에서 수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 때는 학원을 못 다니게 했습니다. 얼마나 단속이 심했냐면 당시 서울대 총장도 자식에게 과외를 받게 하다가 적발되어 총장직에서 물러나야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가 세무 사찰 받고 직장에서 물러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필사적으로 자식에게 과외를 시켰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는 학교와 학원 운영을 모두 허용했으며, 김대중 정권에 들어와서는 학교와 학원의 역할을 분리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다시 학교와 학원의 역할에 차이를 두지 않았으며, 이명박 정권에서는 학교에서 인터넷 강의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입시를 준비하는 역할을 학교와 학원이 함께 분담하기도 하고 때론 나뉘기도 하면서 사교육의 성장과 함께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사회  사교육의 성장을 두고 ‘입시산업 불패 신화’라고 어떤 학자들은 이야기를 합니다. 입시 산업이 엄청나게 양적으로 팽창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려되는 일은 없습니까.

윤정일  학원이 입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예체능 특기 교육을 제공하는 등의 부분에선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입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출산율이 저조한 것도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또한 학원의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쟁 위주의 학원 교육은 전인적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교육이 번창한 데는 대학 입시제도와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외국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시험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즐기며,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학생 자치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외국 대학들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학들도 외국처럼 인재상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입시제도가 바뀔 것입니다. 입시제도가 바뀌면 고등학교 교육이 바뀌고 또 학원 교육이 바뀝니다.

서울대학교가 입시제도를 바꾸면 고대, 연대도 바꾸고 다른 대학도 바꿀 것입니다. 제가 서울대에서 5년간 입시 제도를 연구하면서 고등학교 교장이 추천하는 학생은 무조건 선발하자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대는 국립대학으로서 전국 고등학교를 배려함과 동시에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과외교육을 경감하는 입시제도를 운영해야하기 때문 입니다. 

이 정책은 약간 수정되어 몇 년간 실시되다가 후에 지역 할당제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대학이 학생 선발 제도를 바꾸게 되면 과외교육에 대한 욕구도 변하게 되고, 학원에 대한 의존도는 물론 과외비가 대폭적으로 경감될 수 있습니다.

문상주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증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정부에서는 사교육 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과 대안을 개발하고 있지만 학교와 대학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과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전세계적으로 현 시대를 4차 산업혁명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학교 교육에 적용하기 위해 수많은 수업 기자재와 수업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자재와 수업법을 활용한다면 학교에서도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학습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식 수업으로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 교육부는 계속해서 대학 입시 권한을 손에 쥐고 각종 규제와 통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수능 문제의 70%가 EBS에서 출제되는 교육 정책으로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도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교육비가 줄어든 때가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파악하기로는 통계의 장난이지 결코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최중경 교수>

최중경 우리나라 전체 GDP가 1조 2천억 달러 정도 됩니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약 20조 원이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약 200억 달러가 넘는 것 같습니다. 사교육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모습입니다. 사교육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또한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이제 사교육은 떼 어낼 대상이 아니라 공교육과 함께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하는 대상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교육이 입시 위주고, 너무 비싸고, 출산율에도 영향을 주는 등 많은 병폐가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교육 산업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육성하고 폐해가 심각한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야 합니다. 

또한 긍정적인 해외 사례 들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는 AP 코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학 학점이 인정되고 조기 졸업도 가능합니다. 

우리도 AP 코스와 같은 제도를 개발하면 짧은 기간에 대학 두 곳을 졸업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져 재미있는 공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가 일제강점기의 교육 방식을 벗어나 폭넓은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  교육부와 국가권익위원회의 2013년도 토론회 발표 자료에 의하면 사교육 참여율이 70.7%입니다. 그중 72.8%는 선행 학습을 합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완해준다고 하는데, 학원은 공교육의 부정적 측면, 즉 시험 준비 교육과 암기 위주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보완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문상주  대학 입시에서 시험을 잘 보는 아이들을 선발하는 방식을 유지하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학교는 학원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학원은 학원생의 성적이 오르게 해주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각종 교육법, 수업법을 연구하고 개발해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분명 선행 학습이 공교육을 해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긍정적인 부분도 보아야 합니다. 

학교 진도보다 앞서나가는 능력 있는 아이들은 배움의 욕구가 넘쳐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더 무엇인가 배우기를 원한단 말입니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진도 이상 가르치지 않으니 학교 공부가 재미없다고 합니다. 

사회  그렇다면 사교육과 공교육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발전시켜야 하겠습니까?

윤정일  제가 민사고 교장을 하면서 19개의 AP 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자율형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엄청난 규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교육부가 일반고를 얼마나 심하게 간섭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학교는 스스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놔두면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잘되는 학교도 있고 잘 안 되는 학교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잘 안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규제, 통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 교육부의 정책은 어떻습니까?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많은 지역의 학교가 하향평준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학원으로 쫓겨 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교육부가 사교육을 키운 꼴입니다. 교육정책의 핵심이 공립학교가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것인데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어 생기는 문제를 사교육의 문제로 전가시킵니다. 

잘하는 쪽이 있으면 어떻게 그것을 잘하게 됐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학교에서 더 좋은 선생님이 더 열심히 가르쳐주고 더 잘 가르쳐주면 왜 사교육을 받습니까? 학교가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허용을 해주고 지원하고 보호해줘야 합니다.

최중경  입시에 대한 미국에서의 경험과 한국에서의 경험을 비교해보면 한국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의 공교육은 교육부가 획일화하려고 규제를 합니다. 그런데 입시제도는 굉장히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 놨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공부에 매진 하느라 숨도 못 쉴 정도로 시간이 없는데 다양한 입시 경로를 열어 놓으니 각종 활동, 특기, 논술 등에 또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의 하루 일정이 사회 생활하는 어른들보다 더 빡빡합니다. 

상당한 문제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한 입시 제도를 운영하려면 고등학교 교육 자체를 자유롭게 해줘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특권층 자식들의 진학 통로밖에 안됩니다. 가난한집 자식이 어떻게 피아노, 승마, 골프, 노래, 춤, 바 둑, 발레, 미술 등의 스펙을 쌓을 수 있습니까?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은 정말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2005년에는 미국에도 사교육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식 과외 공부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가서 보니까 한국식 과외를 하는 사교육 센터에 백인들도 다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식 과외가 보편화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봤을 때 사교육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공교육을 보강해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제도가 아닌 국가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정책적으로 사교육을 억누르고 각종 통계도 작게 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절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원하 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상주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마음껏 교육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줬는데 스스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져 국민들이 사교육을 찾아다니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교육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사교육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단속하고 규제하고 통제합니다. 

사교육계의 사람들은 공교육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공교육이 스스로 잘하면 사교육은 공교육이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서 맞춰갈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공교육이 될까요? 우선 EBS 강의의 수능 연계부터 없애야 합니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수능문제의 70%를 EBS 강의에서 출제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생각을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EBS 강의로 인해 현장의 선생님들은 완전히 바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선생님들 스스로가 “나는 EBS 강의를 틀어주는 사람이다”라는 자조섞인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들 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게 정책을 만들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창 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창의력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에서 발현되는 것입니다. EBS에서 나오는 문제를 외워서 시험을 잘보고 대학을 가는 구조에서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는 우리 대학도 미국의 하버드 대학처럼 지역균등제, 특기생 선발, 교장 추천 등의 제도가 있는 자율선발권을 가져야 합니다. 대학은 건학이념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고 학생은 가고 싶은 대학의 입시 제도를 찾아서 준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못하게 합니다. 대학을 믿을 수 없어서 자율선발권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교육부가 아직 관여하고 있지 않는 분야 중 골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입니다. 

아이돌 가수의 실력도 세계 최고입니다. 영화의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은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 합니다. 굳이 교육부가 간섭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놔도 성장이 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앞으로 사교육과 공교육이 지향해 야할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최중경  전인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선택과목을 허용해서 학생이 스스 로 흥미있는 분야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사회주의적·전체주의적 발상으로 획일화된 사람을 만들려는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AP 코스 같은 것도 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또 하나는 입시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복잡한 입시제도를 벗어나 단순화해야 합니다. 

다양한 입시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외국의 입학사정관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는 입시에 있어 하나의 고려 요소였던 것을 우리는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식으로 적용하면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시 문제를 어렵게 내야 합니다. EBS에서 나오는 문제를 70% 출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30%의 문제가 어려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입시 제도로는 대학마다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가려낼 수 없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입학시험 문제로 수학 문제가 6~7개 나왔고 2개 정도만 완벽히 풀면 합격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타고난 능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저 열심히 과외 붙여서 지독하게 훈련시키면 입학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다 보니까 오히려 사교육이 더 창궐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입시 제도에서는 영재, 천재도 낙오될 수 있습니다. 지력테스트가 아니라 체력테스트 격의 입시제도로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교육 목표도 이룰 수 없습니다.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해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고 설계해야 하는데 부모 잘 만나서 과외 많이 받아 문제만 잘 푸는 착실한 아이가 선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갑니까? 착실할지는 몰라도 국가를 이끌 전략을 개발하는 머리는 될 수 없습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종속변수라고 생각합니다. 표현 방법, 프레젠테이션, 면접 기술 등과 같이 공교육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 다루지 않는 것을 맡아서 교육해야합니다. 선행학습과 같이 공교육의 교육 과정을 앞서가는 사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문상주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지금이 앞으로 100년의 국가 운명을 결정지을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100불에서 3만 불의 국민소득을 기록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저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60~70년대에 맨땅에 헤딩하면서 일군 한강의 기적 때와는 다르게 세계 10위권의 경쟁력과 자신감이 있는 대단한 국가입니다. 이렇게 환경이 좋지만 지금의 교육 방법으로는 국가를 떠나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신세계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아는 것, 다른 나라에서 했던 것들을 들여와서는 우리가 미래를 선도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공교육과 사교육은 단점이 많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공교육과 사교육이 하나가 되어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인재를 잘 양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대학입시 정책을 수정하고 학교에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범법행위가 발생하면 법과 규칙을 만들어 처벌하면 됩니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몇몇 범법행위가 무서워 정부가 모든 권한을 잡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다양한 사회를 슬기롭게 맞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 정부가 쥐고 있는 각종 권한을 돌려주고 골프선수나 가수같은 세계 1등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해준다면 학교와 사교육이 힘을 합쳐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사교육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나름대로 연수도 하고 세미나도 하면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있으며 사교육비를 많이 받는다거나 선행학습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자제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사교육계의 이러한 노력을 잘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정일  교육부의 교육정책은 비판을 받고 시정해 야할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여 추 진하였다고 평가합니다. 

단적인 예로 PISA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해방 이후 의무교육완성 6개년 계획부터 시작해 중학교 무시험제도, 고등학교 평균화제도, 7.30 교육 개혁 등의 정책을 살펴보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저변 인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교육 정책이고 그러한 정책들이 맞아떨어져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한국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입니다. 앞으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추진해야할 정책은 지금 까지 소외되었던 유아 교육, 취학전 교육, 대학원 교육 등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정책은 단기적 관점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수립·추진되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사학에 대하여 자율권을 부여하고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각종 통제와 규제에서 벗어나 사학도 함께 공존해야할 정책 적 동지임을 인지하고 교육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해야 합니다. 

사회  공교육과 사교육의 현황과 관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각 분야별로 잘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슈에 따라서는 토론자들이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입장 차이가 나타난 부분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학생들의 특성이 변하기 때문에 공교육과 사교육간의 관계도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총 교육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의 강화를 위해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특성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도 발 전적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해 주신 말씀들은 이러한 노력을 해 나가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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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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