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봉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2016년 8월 18일 서울에서 열렸던 글로벌교육포럼에서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의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교수와 필자가 각각 강연을 하고 상호토론을 하였다.

파시 살베리 교수의 강연을 듣던 청중들이 “아하!” 하고 감탄사를 발휘한 대목은 ‘핀란드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공적 기관은 경찰과 학교’라는 대목이었다.

월급이 없고 회의수당만 받으며 일하는 핀란드의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보다, 경찰과 교사가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경찰과 학교가 신뢰받는 나라 와 그렇지 못하는 나라의 차이는 여러 지표에서 나타난다.

유엔의 행복지수는 핀란드가 5위, 한국이 58위이고, 유니세프의 아동빈곤 률은 핀란드가 3.7%, 한국이 8.0%이다. 소득불평등률이 낮은 순위는 핀란드가 3위, 한국이 15위이고 글로벌 젠더 갭 지수는 핀란드가 3위, 한국이 115위이다. 아동 복지 지수는 핀란드가 89.8, 한국이 60.3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경제경쟁력은 핀란드가 8위, 한국이 26위.

정보 네트워크 준비도는 핀란드가 2위, 한국이 12위. 여성의 정치적 임파워먼트는 핀란드가 2위, 한국이 101위. 부패인지도는 핀란드가 2위, 한국이 37위. 글로벌 혁신지수는 핀란드가 6위, 한국이 14위 그리고 국가 불안정도는 핀란드가 178로 ‘매우 지속가능한’, 한국은 156으로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핀란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의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누구든지 동일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재벌기 업의 회장이든 사원이건 간에 상관없이 벌금액이 똑같다.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로 인식하는 한국식 평등이념이 담긴 벌금제도이다. 핀란드는 다르다. 핀란드 기업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한국 돈으로 수천만 원의 벌금을 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핀란드는 개인의 소득에 비례하여 교통법규 위반자의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벌금을 많이,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벌금을 적게 부과하는 것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핀란드식 평등이념이 담긴 벌금제도이다.

어떤 식의 평등을 제도화할 것인가는 그 나라 법을 만드는 국회의 몫이다. 소득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하려면 개개인의 소득을 정부가 투명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심지어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여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소득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모두 세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핀란드식 평등이념의 발산이다. 한국은 다르다. 소득이 있지만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전문직과 자영업자가 많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소득을 신고해도 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좋다는 사람도 많다. 근로소득자의 48.1%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곳이 한국이다. 2013년 기준의 OECD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이 한국은 24.3%로 34개 회원국 중 32위이고, 핀란드는 43.7%로 5위이다.

무상복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세금 복지이다. 세금을 핀란드만큼 내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복지혜택을 핀란드만큼 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조세부담률 통계이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The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핀란드에는 한국에 없는 국가교육위 원회가 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의 홈페이지(http://www.oph.fi/english)에 교육문화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업무분장이 나와있다.

“핀란드에는 국가의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두 곳이 있다. 핀란드의 교육문화부는 교육훈련분야의 최고 행정기관이며, 핀란드에서 공공적으로 펀딩되는 모든 교육을 책임진다. 교육문화부는 교육법을 준비하고 정부예산의 교육훈련분야에 관한 모든 결정과 배분을 책임지고 있다. (In Finland the national administration of education and training has a two-tier structure. The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is the highest authority and is responsible for all publicly funded education in Finland. The Ministry is responsible for preparing educational legislation, all necessary decisions and its share of the state budget for the Government.)”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영유아 교육과 돌봄, 유치원교육, 기초교육 (초·중), 일반 고등학교와 직업고등 학교 교육과 성인교육과 훈련을 담당한다. 고등교육은 교육문화부의 책임이다. (The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is the national development agency responsible for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pre-primary, basic, general and vocational upper secondary education as well as for adult education and training. Higher education is the responsibility of the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한국의 교육과 보육은 교육부, 문화 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가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교육부 소관 도서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도서관이 별도로 있고, 문화예술교육도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는 교육부가 직업교육, 고용노동부가 직업훈련을 각각 맡고 있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일·학습 병행제’를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은 백년대계(敎育之百年大計)라고 는 하지만 정권마다 바뀌고, 장관과 교육감에 따라 자주 바뀌고 있다.

심지어 장관과 교육감이 교육정책과 예산배정에 대하여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학습과 역량 2025(Learning and Competence 2025)』이라는 교육지십년대계(敎育之 十年大計)를 내놓으면서 다음과 같은 비전(vision)과 미션(mission)을 내걸었다.

비전은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상호작용하고 지속가능한 길로 학습, 역량, 웰빙을 강화하는 훌륭한 교육 개발기관이다. The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FNBE) is a respected educational developer, which reinforces learning, competence and well-being in an interactive and sustainable way”이고,

미션은 “전문적인 기관의 하나로 우리는 웰빙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교육· 교수·학습을 개발·인도·모니터한다. As an expert agency, we develop, steer and monitor education, teaching and learning as well as promote well-being”이다.

교육(education), 교수(teaching), 학습(learning) 뿐만 아니라 참살이(wellbeing)를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의 미션에 포함시켜 아동들과 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학교에 맡기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사들 상호 간의 동료코칭을 통해 전문성을 개발하고, 학생들도 협동학습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학교문화풍토를 통해 이러한 미션이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식 절대적 평등(평등, EQUALITY), 핀란드식 상대적  평등(형평, EQUITY)

학교를 신뢰하는 핀란드식 교육평등은 학생의 능력에 따른 진로진학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한 의무교육기관인 9년제 기초학교 졸업자의 50%가 일반 계 고등학교로, 45%가 직업기술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도록 지도한다.

기초 학교 졸업자의 5%는 노동시장에 직접 진입하도록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중퇴를 예방하고 있다. 각자 소질과 능력에 맞는 진학진로지도를 한다. 핀란드 고등학교 졸업자의 60%가 대학에 진학한다.

교차진학도 가능하지만, 대개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자는 일반대학으로 진학하고, 직업기술계 고등학교 졸업자는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되는 응용과학대학(폴리테크닉)으로 진학한다.

나머지 40%는 대학에 가지 않고 노동시장에 직접 진입하여 학교교육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칭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졸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여 고졸 기능직은 부족하고 대졸 청년실업자는 과잉상태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핀란드는 또 다른 형평의 원리를 적용하여 고교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터로 직행한 근로자들의 직업경험을 인정한다. 즉, 전문가 자격을 부여하여 직업세계에서 인정받고 살 수 있는 멀티트랙(multi-track)을 운용한다.

재능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간극을 메워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핀란드식 평등이다. 한국에서는 일터의 경험을 인정하는 대신에 기술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일터에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학력과 대등하게 인정하는 것이 다르다.

진정한 능력사회를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따름이다. 핀란드 학생의 진학진로지도의 근거는 학년별로 각 교사가 시행하는 학생의 과목별 역량평가이고, 고등학교 진학 결정은 기초학교 교사들이 공동으로 판정을 내린다.

학교의 판정을 학부모와 학생이 수용하는 것은 학교를 신뢰하기 때문이고,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일반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려면 8개 연구중심대학교의 사범대학에 진학하여 학사학위는 물론 교실현장을 연구하여 가르칠 수 있는 연구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사범대학 입학시험은 3차에 걸쳐 실시된다. 1차 시험은 언어영역이다. 2차 시험은 수리영역이다. 3차 시험은 면접시험이다. 고등학교 성적과 대학입학 본고사의 1차 시험과 2차 시험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예비교사의 자질을 검증하는 3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범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

사범대학 입학은 법과대학이나 의과대학처럼 어렵다. 핀란드 교육이 경쟁이 없는 교육이라고 알려진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이고, 대학입시부터는 철저한 경쟁으로 시작한다. 교사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업이다.

사범대학 졸업생들은 자기 고향에 가서 교직 생활을 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정부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할 때, 종합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핀란드 식과 교육대학이나 교원대학에서 교사 를 양성하는 한국식을 비교하여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가 모든 교사 후보자에게 석사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교실 현장을 탐구하여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는 한명의 학생이라도 낙오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을 평등이라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에는 방과 후 사교육이 거의 없을 뿐만 아 니라, 기초학교와 고등학교에 중퇴생이 거의 없다. 개인별 맞춤 교육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실에서는 학업능력이 매우 다른 학생을 같은 반에 모아서 중간 수준으로 교육하는 것을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잘하는 학생은 지루하고, 못하는 학생은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수준별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나 학교 밖의 사교육을 찾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매년 초중고생 수만 명이 학교를 중퇴하게 만드는 요인들 중의 하나이다. 중퇴생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중퇴생 문제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국가적 문제이다. 중퇴생 문제는 절대적 평등에 기반을 둔 한국 교육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핀란드가 중퇴생 없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상대적 평등, 즉 형평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시하여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평등(EQUALITY)은 한국식 절대적 평등과 가깝고, 형평(EQUITY)은 핀란드식 상대적 평등과 가깝다. 형평성에 기반을 둔 핀란드식 평등은 교육예산 편성에도 나타난다. 학급이나 학생 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일률적으로 배정하지 않는다.

학생 각자의 소질과 여건에 따라 수월성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산을 사용하여야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원칙으로 서로 다른 정신적 신체적 조건을 가진 학생들의 학습과 돌봄 니즈를 반영하여 교육예산을 책정한다.

오늘날 핀란드 학교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이유는 핀란드 교실의 실천 덕분이다. 한국 교실에서는 교사가 주로 말을 많이 하지만, 핀란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많이 말을 한다.

존 듀이(John Dewey)의 민주주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수업방법 때문이라고 한다. 파시 살베리 교수는 “교육이론 개발은 외국이 하였지만, 실천은 핀란드가 하고 있다”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핀란드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학교공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존 듀이의 민주주의 교육철학 방식을 받아들여 실천하고 있다.

미국 교육전문가들이 핀란드에 가서 훈련시킨 협동학습(cooperative learning) 방법이 9년제 기초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을 받아들여 모든 학생들이 자기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 학습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5학년이 되기 전에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한국처럼 표준화된 시험을 자주 보지 않고, 그 대신에 미국의 대학에서 개발된 대안적 교실 평가(Alternative Classroom Assessments)를 교사가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대안적 교실 평가는 포트폴리오 평가(portfolio assessment),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 자기 평가(self-assessment), 자기 성찰(selfreflection), 그리고 학습방법 평가 (assessment for learning methods)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부르스 조이스(Bruce Joyce)가 핀란드를 방문하여 전수한 교사들의 동료 코칭(Peer Coaching)을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위의 다섯 가지 교육 이론은 모두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지만, 핀란드에서 꽃이 피고 있다.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가 교육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증거이다. 핀란드처럼 아이들의 다름을 차이로 인정하여 그 차이를 메우고 다름을 돌보고 키우는 형평성 있는 상대적 평등 교육을 실시하여 낙오자를 막는 것이 바른 교육인지, 한국처럼 아이들의 다름을 차이로 인정하면 차별이 될까 저 어하여 절대적 평등교육을 실시하여 낙오자를 양산하는 것이 바른 교육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국도 핀란드처럼 경찰과 학교가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공적 기관이 되어야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