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정책 진단 ③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고 교육 기회의 확대, 교육여건 개선에 기여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인구 절벽, 학생 수 감소, 교육재정 확보의 주요한 수단인 조세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내·외부적 환경에 마주하면서 이러한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교육재정은 확충과 함께 효율적인 쓰임이 중요하다. 에듀인뉴스가 교육재정의 실태와 효율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대안 모색을 위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오범호 경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15년 5월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기준 개정, 소규모 학교 통폐합 유도, 누리과정 예산 의무지출 경비 지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기준 개정은 학교·학급·학생 수 등 기존 배분기준 중에서 학생 수의 반영 비중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학생 수 감소라는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교육수요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재정이 배분되도록 배분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방안이 발표되자 강원, 충북, 충남, 경북, 전북, 전남 등 도 지역 교육감, 지방의회,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반발의 주된 이유는 정부의 방침대로 교부기준을 바꿀 경우, 학교 수 대비 학생 수가 적은 도 지역에 배분되는 교부액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소규모 학교가 많은 농산어촌 지역에 대한 배분액 축소는 이들 지역의 교육여건 악화와 도농 간 교육격차 심화를 초래하는 불공정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교육재정 배분에서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 기준이다.

교육재정의 공정한 배분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 할당하는가에 따라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배분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육재정 배분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특히 보통교부금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지방교육재정은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가?

현재 시·도교육청이 쓰는 돈은 ‘교육비특별회계’라는 이름으로 관리·운용되고 있다. 이 돈은 중앙정부, 일반자치 단체 등으로부터 이전받는 재원과 수업료 및 입학금 등 자체재원으로 구성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시·도교 육비특별회계의 세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시· 도교육비특별회계 결산액 62조 3,605억 원 중 중앙정부 이전수입은 40조 888억 원으로 64.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작년 한 해 39조 4,056억 원으로 중앙정부 이전수입의 98.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구분된다. 이 중 특별교부금 1조 3,87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38조 185억 원이 보통교부금이다. 보통교부금은 각 시·도의 기준재정수요액에서 기준재정수입액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에 대해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시·도별로 교육 운영에 필요한 돈(기준재정수요액)과 지방세 수입 및 자체수입(기준재정수입액)의 차액을 보통교부금으로 지원한다. 보통교부금은 수요에 비해 수입이 많은 지역에는 적게, 수입이 적은 지역에는 많이 배분된다.

재정능력이 열악한 지역에 중앙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보전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교육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을 보장하는 한편, 교육재정의 불균형으로 인한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지역 간 재정력 격차를 시정·완화하는 형평 재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한 배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배분 방식의 변화가 수차례 있어왔다.

크게는 인건비, 학교 및 행정기관 운영비, 시설비 등 경비별로 금액을 산정하여 배분하던 방식(1959~1990)에서 학교급별 교육비 차이도를 반영하여 가중학생수를 산출하고 여기에 지역별 교육비 차이도에 따른 시·도별 지수를 적용하여 교부액을 산정·배분하던 방식(1991~2000), 현재와 같이 경비별로 소요액을 산정하여 이를 총액으로 배분하는 방식(2001~현재) 등을 적용해 왔다.

앞서 보통교부금은 기준재정수입액과 기준재정수요액을 통해 산정된다고 하였다. 교육청의 재정력 측정 기준인 기준재정수입액은 지방세 수입(지방교육세, 시·도세 총액의 일정률, 특별·광역시의 담배소비세의 45%)과 지방세 외 수입(공·사립고의 수업료·입학금, 학교용지부담금)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그 규모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배분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교육청별로 적정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요를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가이다.

현재 기준재정수요액은 교직원 인건비, 학교·교육과정 운영비, 교육 행정비, 교육복지지원비, 학교 시설비, 유아교육비, 방과 후 학교 사업비, 재정결함보전 등 8개의 수요항목을 기준으로 항목별 측정 단위와 단위비용을 산정 공식에 반영하여 수요액을 산출·합산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학급 통폐합 및 신설 대체 이전 지원, 학교신설 민관협력 확대, 자율형 사립고 지정에 따른 공립일반고 지원, 외부 교육투자 유치 등 4가지 자체 노력의 정도에 따른 재정수요액을 산정하여 합산하고 있다. 이처럼 보통교부금 산정· 배분기준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육재정은 과연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가?

그동안 교육재정 배분의 공정성은 교육재정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그런 만큼 지방교육재정 배분 결과가 공정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꾸준히 수행되어 왔다(공은배 외, 2008; 남수경, 2007; 우명숙, 2007, 2014; 윤홍주, 2012; 정현석, 2012).

이들 연구는 지니계수나 편차계수, 맥룬지수 등 공정성 지수를 활용하여 중앙정부 이전수입 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상으로 학생당 배분액의 시·도간 공정성 수준을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지역 간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연구(우명숙, 2014; 윤홍주, 2012; 정현석, 2012)에서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점차 공정성의 수준이 조금씩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현석(2012)은 지방교육재 정교부금과 법정전입금을 대상으로 1996~2010년의 공정성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2001년 이후 시 지역을 중심으로 배분의 불공평성이 심화 되다가 2006년 이후 공정성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현석(2012)은 그 이유로 2008년 개정된 기준재정수 요액 산정기준이 지역의 다양한 여건과 수요를 일정 부분 반영했기 때문인것으로 해석하였다.

2001~2012년의 기간 동안 학생 1인당 기준재정수요액을 기준으로 보통교부금의 공정성을 분석한 윤홍주(2012)의 분석에 의하면, 시 지역과 도 지역 모두 배분의 공정성이 충족되었다.

하지만 연도별 변화 추이를 보면, 시 지역에서 2005년 이후 공정성이 개선되다 2008년 이후 다소 악화되는 양상을 보여 앞선 연구와는 상이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명숙(2014)은 특별시·광역시·경기도와 도 지역으로 구분하여 2006~2013년의 학생 1인당 기준재정수요액의 공정성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특별시·광역시·경기도는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점차 공정성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기타 도지역에서는 재정의 배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며 그 차이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누구를 위한 공정함인가?

교육재정의 배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학생은 평등하기 때문에 개별 학생에게 투입되는 교육재원이 균등해야 한다.

공정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변수인 학생당 교육비를 기준으로 할 때, 모든 학생이 동일한 몫을 받아야 교육재정이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당 교육비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의 경우, 전국 대비 학생 수 비중은 23%이나 전체 교부금 중 경기도로 배분되는 금액은 20%에 불과하다.

학생 한 명을 기준으로 본다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덜 지원받는 셈이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억울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불공정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과거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동등한 사람에게 동등한 몫을(equal shares for equal people)’ 배분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보았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동등한 대상은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정함에 대한 생각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원칙으로 이어져 왔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함을 원칙으로 삼되, 정당한 차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평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학생 개인이든 교육청이든 교육적 필요가 더 많은 대상에게 더 많은 재원을 할당하는 것이 공정한 배분에 해당한다. 문제는 정당한 차이로 인정할만한 특성들을 어떻게 규명하는가의 문제이다.

통상적으로 학생 개인의 측면에서 재능, 능력, 신체적 특성 등 선천적·우연적으로 발생하는 차이에 대한 차별 대우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교육청의 경우, 인구 및 학생 수 증가나 지역의 재정력, 물가, 통학거리 등 교육 외적인 지역적 특성에 의해 발생되는 학생 간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등 지원 역시 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동안 지방교육재 정교부금은 교육청 간의 재정력 격차를 조정하여 교육기회의 불균형과 질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해 왔다.

다시 말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균형’이란 단일 기준에 의한 절대적 평등이 아닌 지역적 불균형이나 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형평재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역 간 격차를 수용해왔고 형편이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이 돌아가도록 배분되어 왔다. 배분기준에 학생 수 외에도 학교 수나 학급 수 등을 포함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교육재정의 공정한 배분을 위하여

2016년 보통교부금은 예고된 바와 같이 학생 수 비중이 상향조정되어 배분되었다. 그 결과 전년도에 비해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전과 세종, 충북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청의 교부액은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년 대비 보통교부금 증가율을 살펴보면, 교부기준의 변경이 특정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38조 185억 원이던 보통교부금 총액은 2016년 39조 7,841억 원으로 4.6% 증가하였다. 보통교부금 교부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전체 보통교부금 증가율인 4.6%에 미치지 못한 지역은 부산, 광주,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등이었다.

학생 수 기준 강화가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심한 지역, 특히 농산어촌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드러났다. 보통교부금은 한정된 재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교육청별 배분액을 산정하고 이를 배분한다.

재원의 총량이 커지지 않는 한 모든 교육청을 만족시키는 배분 제도는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적인 재정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의 특성 수요를 많이 반영할 경우 도시지역에 유리하게 재원이 배분되고, 농어촌 등 낙후지역에 대한 보정 등을 대폭 확대할 경우 농어촌지역이 유리하게 된다.

어느 경우라도 이해당사자인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교육청에 대한 배분 재원이 축소될 경우 반발과 함께 제도운용에 대한 개선과 변경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배분을 위해서는 적절한 배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학생 수 감소 추세를 반영한 효율적인 재원배분을 위해 배분 기준 중 학생 수 비중 강화의 필요성은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재원배분의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공평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 수가 교육비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나 이 기준만으로는 각 지역의 모든 교육수요를 적절하게 반영할 리 만무하다.

특히, 학교의 교육활동이 학급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학생 수 외에도 학급 수나 학교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각 교육청별 교육수요를 반영하여 정확한 배분액을 산정하기 위해 측정항목을 세분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경비별 소요액을 산정하여 배분하기 시작한 2001년에는 기준재정수요 산정을 위한 측정항목이 3개 (세항목 9개)였다. 그러나 2016년에는 8개(세항목 30개)로 세분화되었고, 여기에 자체노력 수요항목 4개까지 추가하면 세항목만 34개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는 국가의 시책사업 성격을 가진 항목들이 많아 일반적인 교육수요를 반영해야 하는 교부기준으로는 부적절한 요소들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복잡한 산정 방식과 불투명성도 공정한 배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통 교부금의 산정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항목별로 적용되는 단위비용과 적용률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를 교육청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구체적인 교부금 배분 방식은 교육부의 담당 공무원밖에 모르는 ‘깜깜이 배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교육청으로 하여금 배분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배분 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배분 방식을 타당성 높게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공정한 배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요구된다. 배분할 수 있는 재원의 총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유리한 배분 방식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유불리의 문제를 떠나 교육적 필요가 더 많은 대상이 누구인지, 그래서 누구에게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부금 제도의 근본취지와 본연의 기능인 ‘균형’ 있는 교육의 발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된 개념이 없다면 어떤 형태로든 배분 기준을 개선하더라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것이다. 배분의 공정성 개념에 대한 재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