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Ⅰ-유구종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을 서로 떠넘기는 사이에 애꿎은 어린이집만 다 죽어가네요”라고 푸념하는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토론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떠넘기는 것이 어디입니까? 그래도 안 한다고는 하지 않잖아요?” 실지로 우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반대 방향으로는 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니.

경기도가 경기도교육청의 편성 거부에 따라 우선 지급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뉴스에 보도되었다3).

3) 다음뉴스, 2016년 10월 25일

경기도는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자체 예산으로 우선 지급한 1,848억 원에 대해 올해 안에 도교육청이 지급하지 않으면 일단 결산 시 결손 처분한 뒤 계속 상환을 요구할 방침이지만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해묵은 누리 과정 예산 갈등이 있다. 24일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을 둘러싼 교육계 갈등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정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의 내년 교부금을 삭감했고, 해당 교육청은 내년 누리 과정 예산을 절대로 편성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3년째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올해도 공전될 것으로 보여 보육대란이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법률상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교부금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게 교육감들의 입장인 반면,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재 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를 특별회계에 한정시켜 ‘의무 편성’으로 못 박았다.

이에 교육감들은 보육기관 지원을 위해 누리 예산을 편성하게 한 시행령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한 교육부 입장은 ‘이미 로펌 등의 법률자문을 통해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인정했고, 이에 따라 시행령이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유아교육적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기관으로 인정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교사 자격 문제뿐만 아니라 정체성 정립 또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 주제인 유보통합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유보통합이 가야 할 길이 진정한 교육기관으로의 정체성 통합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보통합과 교육기관으로의 접근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여당은 교육부 예산안을 뒷받침 하기 위해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 법안’을 발의했고 야당은 같은 특별회계 법안이나 지방교육재정 교부율 확대 등을 통해 별도 재원 마련을 바탕으로 한 ‘지방교육재정여건개선지원특별 회계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같이 정부와 교육청, 여야 정당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기창 교수의 포럼 주제발표는 많은 시사점과 논의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개선, 보육시설 확충, 임대형 어린이집 해소, 보육교사 양성 체제 개편 및 재교육 과정 운영 등을 통해서 어린이집의 교육 여건을 유치원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후에 유보통합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발표자의 의견은 타당해 보이나 이러한 ‘선 평준화 후 통합’ 관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늘 그렇듯이 별도의 예산 확보이다.

발표자가 제안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을 구분하여 유아교육보육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이든,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를 개편하거나 새로이 유아교육보육지원 특별회계(지방교육
정책지원특별회계가 무산될 경우)를 신설하는 방안이든, 유보통합 예산확보에 대한 정치권과 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유보통합 이후 재정 및 행정지원의 효율화를 위하여 유보통합기관 별도의 예산회계시스템과 행정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발표자의 제안이 적절한 것은 통합기관 회계의 투명성 관련 요소의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공공성을 띤 통합기관 운영 모형 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유치원 회계 항목의 구성을 보면 공통적용 항목은 교육청 등에서 기존의 예·결산서 작성 형식에 이미 제시된 항목이다.

이에 비하여 비적용 항목은 재정회계 기준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발생주의적 관점에서는 인정이 되는 항목들로 투명성의 확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항목이며 기본금, 적립금, 차입금, 감가상각비 및 설립자 권리 인정 관련 항목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통합기관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의 가장 바람직한 지원 형태로 인건비 지원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러한 항목들에 대한 인정 여부와 투명성 확보 방안이 유보통합 시행 이전에 마련 될 필요가 있다.

유보통합 재정지원체계의 방향에 대한 발표자의 생각은 0∼2세 보육은 현재와 같이 국비와 지방비로 분담하고 3∼5세 유아교육·보육은 유아교육보육교부금(유보통합재원)을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이며 이 또한 현실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상태에서 통합하면 양자 간의 갈등이 더 커져 통합을 완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유아교육과 보육 양자의 교육·보육여건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후에 통합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발표자의 주장 또한 설득력이 있다.

다만 토론자가 알고 있는 한 정부도 많은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름 아닌 정부의 학습효과는 일단 발표하고 나면 많은 갈등과 억지 속에서도 나름의 돌파구가 만들어진다는 것인 것 같다.

어쩌면 그러한 돌파구는 수많은 정쟁과 혼돈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조상들의 그것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토론자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듯이 유보통합을 한다면 그것은 교육적 관점을 강조하고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띤 통합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유보통합 재정지원체계도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제대로 된 통합은 획기적인 재정투입 없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현 상태에서는 최소한의 재정투입을 전제로 한 외형통합을 통한 지속적 재정확대의 모색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토론자의 지나친 패배주의(?)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