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만나자 감동으로 이어진다.>

남미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머릿 속에 첫 번째로 떠올리는 장소가 있다. 눈 시린 하늘과 백색 땅이 끝없이 펼쳐 지는 신비의 장소,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다 보니 ‘우유니’란 이름은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남미를 여행하면서 이곳을 보지 않는 건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유난히 파란 하늘, 지독히 맑은 햇살, 사무치게 시원한 공기… 아침 일찍 투어 차량에 오른 사람들은 기지개를 켜며 환호성을 질렀다. 눈을 비비며 들이켠 음료수 맛은 들척지근했지만, 상기된 기분까지 바꿔 놓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규칙한 도로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달려가고 있는 곳은 하얀 소금이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비현실의 극치, 우유니 소금사막이였으니.

<물이 찬 우유니 소금사막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불린다.>

어느새 투어 차량은 ‘기차 무덤’(Cementerio de Trenes)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 기차 무덤은 소금사막과 더불어 우유니 최대 관광지로 손꼽힌다.

사진으로만 보던 기차들의 안식처가 황량한 벌판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볼리비아 철도는 1880~1890년 사이 광물자원 수송을 위해 영국인이 건설했다.

<볼리비아는 여행 전 떠올리던 남미 풍경과 가장 잘 부합했다>

버려진 기차는 1907년부터 1950년까지 사용되던 것들이다. 우유니가 속한 포토 시(Potosi) 주는 남미 최대 은광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수탈에 이용됐던 기차들의 운명은 기구해 보였다. 한때는 허리가 휠 정도로 자원을 가득 등에 업고 철길을 달렸을 녀석들이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50~60년 전 쌩쌩 달리던 기차의 최후를 애처롭게 바라 보지 않았다. 기차가 누워 있는 황량한 풍경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었을 거다.

달라진 게 있다면 기차 위에 붉은 녹빛으로 내려앉은 시간의 두께뿐. 이곳에서 여행자가 즐기는건 저 금통 속에 켜켜이 쌓인 동전 같은 시간의 모습이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우유니 마을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소금사막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마을은 평범해 보였지만, 해발고도가 높아 숨이 차올랐다.>
<파란하늘 아래 녹슨 기차들이 도열해 있는 풍경과 시원한 바람은 여행의 자유를 더 없이 고조시켰다.>

시간을 재촉하듯 뿌연 모래바람이 매섭게 날렸다. 차는 다시 백색 나라를 향해 달렸다. 얼마가지 않아 지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상 너머의 풍경이 펼쳐 졌다. 온몸의 신경세포가 팽팽한 긴장과 흥분에 빠져들었다.

해발 3,600m가 넘는 곳에 소금사막이 1만 2천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소금 매장량은 약 100억 톤. 이런 객관적 수치는 이곳에서 아무 소용없었다.

절세가경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몸속 구석 구석을 돌며 모세혈관까지 퍼져나갔다. 파란 하늘을 뚫고 내려앉은 햇살은 백색 이불 위에 반사돼 모든 근심과 시름을 하얗게 태워버렸다.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이뤄진 지극히 단순한 세상 그리고 그 위를 점처럼 채우고 있는 여행자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멀리 세상 끝까지 이어질 것 같은 소금사막이 소실점에서 파란 하늘과 맞닿았다.

그 접점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물이 차오른 소금사막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울로 변해 있었다. 자칫 밋밋했을 법한 소금사막 위에 자동차 한 대가 외계행성을 탐험하는 우주선처럼 도드라졌다.

<본격적으로 우유니 투어가 시작되자 하얀 소금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감 없는 전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람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사이 빛은 지평선 너머 구름 사이로 천천히 숨어들었다.

파란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소금사막의 일몰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어둠이 빛을 내몰자 소금사막은 또 다른 쇼를 시작했다.

하루의 끝이 만들어 내는 황홀한 변화는 감격스러웠다. ‘첨벙첨벙’ 물이 차오른 소금사막을 걸 으며 클라이맥스를 즐겼다. 또 하루가 시들며 서산으로 넘어갔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분신도 천천히 스러져 갔다.

한 거문고 연주자에게 ‘이 곡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다시 한 번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야기처럼 우유니 소금사막은 끝내 말이 없었다.

우유니 투어 정보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선 투어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어는 1일 투어, 1박 2일 투어, 2박 3일 투어로 나뉜다. 당일 투어(점심식사 포함)는 아침 10시쯤 우유니 마을을 출발해 기 차 무덤을 구경한 뒤 소금사막을 둘러 보는 일정이다.

가격은 보통 150볼에서 시작하는데 네고에 따라 어느 정도 절충 가능하다. 말만 잘하면 소금사막에서 일몰을 보고 올 수도 있다. 당일 투어 뒤 라파즈(La Paz)로 가는 여행자는 저녁 8시 출발 버스를 타면 된다.

1박 2일 투어는 우유니 소금사막 안에 있는 소금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며 일몰과 일출 등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격은 450볼 선. 2박 3일 투어는 보통 우유니 소금사막을 지나 칠레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넘어올 때 이용한다. 단, 2박 3일 투어는 소금사막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주변 여행지

칠레와 볼리비아 국경 마을 산 페드 로 데 아따까마. 이곳은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향하는 2박 3일 일정의 지프 투어가 시작되는 동네로 언제나 여행자로 붐빈다. 아따까마 사막은 소금사막 과 모래사막이 같이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과거 바다였던 곳이 지반이 융기하면서 소금사막이 형성된 것. 아따까마 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중심부는 500년째 단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아 미생물조차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다.

특히 이곳은 ‘달의 계곡’ 투어로 유명하다. 이 투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달 모양의 계곡 지형을 따라 이동하는 관광 상품이다.

독특한 협곡을 걷는 경험은 남미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 줄 거다. 오후 늦게 트레킹을 겸해 시작되는 투어는 사구에 올라 일몰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