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1. 부카월드 시대가 도래하고 일자리가 감소한다

교육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길러 주는 일이므로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21세기를 부카월드(VUCA world: volatile, uncertain, complex, and ambiguous world) 시대라고 한다(Bennett and Lemoine, 2014).

그 의미를 그대로 옮겨 보면 ‘21세기는 변동적이어서 불안정하고, 확실하지 않고,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세계의 시대’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예를 들어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며, 국내에서도 정치, 사회적으로 이해 하기 힘든 일들이 요동치며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변동적이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면서 모호한 세계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 그것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정치, 경제, 사회적 ‘을’들의 불만과 욕구가 폭발하여 분출되고, 여기서 발생한 분노의 파편들이 광풍과 같이 실시간 전달되는 SNS를 통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를 이끌고 있는 경제, 정치 지도자들이 모이는 다보스경제포럼에서는 현재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65%의 학생이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일을 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WEF, 2016).

그렇지 않아도 취업하기가 힘든데 앞으로 청소년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알수조차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다니,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을지 몰라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세계경제포럼보고서(2016)는 2015~ 2020 기간 동안 전세계의 대표적인 15개 선진국과 신흥국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710만 개의 일자리는 주로 사무행정직과 제조생산업, 건설채광업, 법률 등의 분야에서 일어나고, 이 중 2/3는 화이트칼라 사무직임을 밝히고 있다.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 200만 개는 주로 비즈니스 재무 관리, 컴퓨터, 수학, 건축, 공학 및 판매 등의 분야에서 오며, 결과적으로 5년 동안 5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직업과 일자리의 세계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으로 본다면, 인공 지능을 가진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가져가므로 사람의 일자리는 축소된다.

하지만 사람과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와의 관계를 넌-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으로 본다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보고서(2016)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제로섬 법칙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있고 넌-제로섬 법칙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와 넌제로섬 법칙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2.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기계와 같이 된다

켈리(Kelly, 2007)는 2020년경 세계는 웹(web)이 운영 체계(OS: operating system)로 작동하는 거대한 하나의 기계와 같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개인, 집단, 공동체, 사회, 국가 간의 연결이 극대화되고, 모든 사물이 사람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되면 마치 수많은 크고 작은 점(개체)들이 네트워크라는 선에 의해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기계처럼 될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신경망이라는 연결체계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종합적으로 판단하 고 인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하였다.

현재 국내는 물론 인근 지역단위 경제권역별로 많은 시장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전 세계가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연결되고, 노동자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하나의 생 산체제를 갖추어 글로벌 공급체인을 이루고 있는 현실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양자 또는 다자 간 안보동맹, 자유무역지대 등은 바로 국가 간에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네트워크이다.

필요할 경우 국가 간에 상대국 통화를 잠시 빌리는 통화스왑(currency swap)이나 기업 간 인수 합병시 주식을 서로 맞바꾸는 주식스왑(stock swap)도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연결 장치이다.

전체의 한 부분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과 같이 다른 부분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이러한 장치를 통해 약한 부분이 무너지지 않도 록 도와주는 것이다.

유엔, IMF와 World Bank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모든 연결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서로 간에 존재하는 이해(understandings)와 이해관계(interests), 신용(credits)의 정도일 것이다.

이해와 이해관계, 신용이 높으면 더 크고 단단한 연결로 이어진다. 개인, 집단, 공동체, 사회, 국가 간의 연결이 극대화되면 자연스럽게 상호의존성이 증대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소위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 등은 그동안 국가 간 장벽을 없애거나 낮추는 글로벌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낮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을’들의 욕구를 정치적인 방법을 통해 반영하기 위해 나타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3. 돈보다 신용이 더 중요해진다

미래 사회는 자본주의 경제가 중시하는 사적 소유의 개념이 약화되고, 모든 서비스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싼값으로 또는 무료로 제공되는 공유경제체제(sharing economy system)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ifkin, 2015).

사물인터넷은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빅 데이터, 3D 프린터 등으로 생산비용이 떨어져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공짜 수준으로 제공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공유경제체제가 자리 잡아갈 것이다.

마치 웹을 통해 모든 가치 있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차를 사지않고도 필요하면 언제나 빌려서 탈 수 있도록 제공되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이 좋으면 모든 부문에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신용이 없으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공유할 수 없다.

즉, 화폐보다 신용이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신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용 정보를 노출 시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구글에 우리나라 지도 정보를 제공해야 더 많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신용은 사람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그리고 기록으로 나타나는 신용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개인과 국가는 자신의 신용지수를 높이면 보다 강하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직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행동을 통해 대외적으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4. 바른 마음을 길러 주어야 한다

예상하기 어려운 미래 사회를 대비하여 미래 세대를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좋은가?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미래 세대에게 바른 마음을 길러 주는 일이다.

하이트(Haidt, 2014)는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른 마음(righteous mind)이라고 강조하였다. 반석과 같이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정직하고 투명하며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하여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바른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비정상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많이 배우고 지위가 높고 돈이 많지만 마음이 바르지 않은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아도 바른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의론적 인식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2011년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 가?’라는 책이 200만 부가 팔리고, 샌델의 특강이 사회의 주목을 끌었던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우리 사회는 그동안 나이나 사회경제적 위치를 중요하게 고려하던 수직적 사회관계로부터 나이나 사회경제적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수평적 사회 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이 원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개인이 바른 마음을 갖는 것으로부터 실현 될 수 있다.

바른 마음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 일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갈피를 잡기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변동적이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면서 모호한 21세기, 부카세계를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인성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부유한 강대국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는 국가가 국내는 물론 이웃 국가의 국민으로 부터 존경받고 신뢰를 받는다.

특히, 사람과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미래 신용사회는 바른 마음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5.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미래 교육에서 중요한 또 다른 한 가지는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미래사회는 사람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기계와의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므로 코딩 능력은 기존의 3R(읽기, 쓰기, 셈하기) 과 같은 수준의 기본적인 능력이 된다.

켈리(Kelly, 2016)는 향후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모든 생산품들이 완제품으로 나오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인공지능을 추가함으로써 제품의 기능이 계속해서 향상될 수 있는 상태로 생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자동화로 인해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먼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분야는 중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 즉, 도서정리, 사무적인 일들, 조립라인의 반복적인 일 등이다.

그러나 창의성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특히 컴퓨터를 활용하여 일을 하는 고급 기술 직종은 더 늘어날 것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2015.02.25).

세계경제포럼보고서(2016)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술 직종 분야에서 새롭게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향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예체능 분야와 같이 기계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과 둘째, 기계가 일을 하도록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일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되고, 비정형화되고 비반복적인 일은 기계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주로 연구, 개발, 디자인, 마케팅과 세일즈, 세계적인 공급체인 관리 등 창의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부가가치가 높고,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에서 수행하고 있다(NCEE, 2007).

우리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연산 능력이 인간을 앞서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연산분야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능력과 정서적인 감성 능력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주도적인 위치에 있게 된다. 마치 인간이 만든 대규모 살상 무기가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통제를 받아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도록 사용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인간이 만든 돈이 인간을 돈의 노예가 되도록 하고, 힘들게 하는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존재하도록 통제되고 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