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가. 통일교육의 방향을 돌아보며

그동안 통일교육은 반공교육, 안보교육, 통일안보교육, 평화통일교육, 평화공존교육 등으로 변화하였다. 통일 교육 정책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통일 정책과 연계하여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안보 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통일 교육의 방향은 통일부가 발행하는 통일교육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특히 지난 노무현 정부의 2007년과 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통일교육지침서를 비교해 보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되는 현상은 통일교육에 관한 초중등학교 교과서 내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6년에 발행한 통일교육지침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이를 경계하는 방향으로 통일안보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1)

1) 한만길, ‘사회통일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문, 통일준비위원회 주최, ‘사회통일교육 활성화 방안 모색’, 2016년 6월 17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지난 2007년(노무현 정부) 통일교육지침서에 제시되었던 ‘통일정책과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내용은 전면적으로 삭제 되었다.

이는 현재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통일의 절차와 과정에서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에는 ‘남북교류협력은 분단 이후 존속하는 남북한 간의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는 데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라고 평가하는데 비해서 2016년에는 이러한 내용이 삭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기의 대북정책을 반영하는 결과이다.

나. 현재 안보교육 중심의 통일교육

현재 통일교육은 안보교육의 성격이 강하다. 통일교육지침서를 보면 북한에 대한 서술에서 독재체제, 핵 개발, 인권탄압, 폐쇄적이며 경직된 사회 등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통일교육지침서에서 보여주었던 북한 주민의 생활문화, 시장 확대, 부분적인 개혁개방 등 객관적인 현실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측면과 대조되는 내용이다.

또한 북한을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 동반자로서, 협력의 대상으로서 서술한 2007년의 지침서 와는 상반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통일 교육은 지난 2007년의 화해협력과 평화 중심의 통일교육에서 안보중심의 통일교육으로 선회된 것이다.

또한 현재 통일교육에서 통일의 미래상은 제시되고 있지만, 통일의 과정으로서 남북한 교류 협력,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일의 과정이 생략된 채, 통일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은 통일에 대한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시점까지 남북한 교류 협력을 통한 평화적인 통일을 위한 노력을 유보하거나 간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어떠한 과정과 방법을 거쳐서 통일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평화적인 통일을 위한 노력은 간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통일안보교육은 결과적으로 통일에 대한 회의감을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다. 학교 통일교육의 위축

지난 2009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도덕과에서 통일교육 내용은 전반적으로 축소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2개 학년별 학습요소에서 1개 단원씩 일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또한 2015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이러한 축소 경향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2009 교육과정 개정에서 초등 도덕과에 나타난 통일교육 관련 내용을 보면, 3~4학년의 16개 학습요소 중 1개, 5~6학년 16개 학습요소 중 1개가 통일 교육 관련 학습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1~3학년 군의 30개 내용 요소 중 2개 요소가 통일교육 관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일교육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도덕과 수업시수에서 약 6.6%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중이수제를 실시할 경우 이전의 학년 위계적 수업에서 1~2학년 2단위, 3학년 1단위씩 총 170시간가량의 도덕 수업을 할 때보다 30시간 이상 줄어든 시수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도덕과의 경우 분량이 1/2 정도 감소된 것도 문제이지만, 그 내용 또한 대부분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의 미래상에 대한 인식과 의지 함양을 목표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초등 도덕과 통일교육 내용에 통일의 의지와 통일미래상은 있으나 정작 통일을 이끌어가고 통일 이후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 의식이나 가치관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내용 구성에 있어 서론과 결론만 있고 본론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고등학교 통일교육 내용은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1의 ① 민족분단과 남북분단의 사회현실, ③ 민족공동체의 번영과 통일한국의 모습, ⑤ 남북한의 통일정책과 통일의 과제 등의 내용은 고1 도덕이 폐지됨으로써 축약되거나 폐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고등학교에서는 사실상 통일교육이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라. 평화 중심의 통일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공식적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평화적인 통일을 천명하고 있다. 이미 화해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 통일국가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기초하여 통일교육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통일 정책과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규정하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통일 정책과 통일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서 북한 동포에 대하여 적대감을 심어주는 반공교육은 이미 시대적으로 폐기된 유물이다. 우리 동포를 포용하고 화합하면서 공동번영의 길로 유도하는 것이 통일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남북 관계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직접적인 교류와 협력이 진전되어야 한다. 북한의 자립과 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통일 방향은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단계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일을 열어나가는 길은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통일교육을 통하여 우리와 다른 북한을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다른 문화와 가치관, 생활방식을 갖고 자라는 북한 청소년, 북한 주민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통일교육의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게 될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 평화를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통일교육은 분단과정에 대한 이해와 극복 노력, 북한체제의 특징과 주민들의 사회ㆍ문화생활, 따뜻한 동포애와 민족애, 민족 공동체의 당면 과제와 통일 한국의 미래상 등을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새해에는 통일 교육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