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훈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대표

지난 1월 24일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교육부 이준식 부총리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논의되었다고 하니, 정말 교육부를 폐지하라는 여론의 칼끝이 교육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느낌이다. 교육부가 폐지되면 어떻게 될까.

대선 때마다 교육부 폐지가 거론되었다고 하나 내 기억으로는 크게 주목받는 선거 이슈는 아니다. 교육 공약은 언제나 구색 맞추기일 뿐 선거 쟁점이 된 적은 거의 없다. 정말로 대선에서 교육 공약이 당락을 결정할 만큼 중요 쟁점이 되었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훨씬 좋아졌을 것이고 우리 국민 거의 전부가 교육 전문가가 되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동 세미나에서 세한대 이승훈 총장은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보자고 하고 동아대 한석정 총장은 교육부 폐지가 타당한지 전문가팀에서 검토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한다.

의역하면 이 총장은 의견수렴 여하에 따라 어쩌면 교육부를 없앨 수도 있다는 뜻을 담은 것이고 한 총장은 교육부 폐지는 국가 폐지처럼 불가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필자는 교육부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한석정 총장의 저서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을 읽고 감명을 받았지만, 그것은 개인 인연일 뿐이다.

교육부 폐지 문제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관점은 '국가는 교육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논쟁은 근대 교육이론이 정립될 때 이미 확립된 이론이다. 가능한 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적 복지를 베풀자는 이론(유럽식)과 고등교육은 국가의 책임에서 제외해 각자의 선택에 맡기고 국가는 초중등교육에 전념하자는 이론(미국식) 두 가지이다. 논리적으로 절충설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철학적 근거가 약하다.

필자는 고등교육을 개혁하려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대학사회에 혼재시키지 말고 일원화해야 하며, 그것도 사립일원화해 국가의 책임을 덜자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을 미국처럼 사립우위체제로 만들어도 교육부가 필요할까. 참고로 미국의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만 담당하지 대학 문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부는 여러 개의 국을 두고 있는데 이 여러 개의 국이 대부분 대학관런 국이다. 초중등교육 대부분은 시도교육위원회에 그 업무를 넘기고 있다. 왜 그럴까.

정권 입장에서 볼 때 제일 두려운 조직이 대학이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치적 격변에 대학이 관여한 예는 많다. 따라서 대학을 통제하는 문제는 정권의 사활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교육부의 주 임무는 대학을 장악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편에 교육부를 폐지하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볼 때 씨도 안 먹히는 주장일 뿐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급 대학을 갖고 싶다면 부자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은 많은 돈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세계적 수준에서 볼 때 대학 간의 경쟁은 부의 경쟁이고 최상위층의 세계적인 대학들은 하나같이 부자 대학들이다.

어떻게 하면 부자대학을 만들 수 있나. 아주 간단하다. 대학을 국가 기관화하지 말고 시장 속에서 생존을 도모하게 하면 된다.

무한한 시장에서 마음껏 비용을 조달하게 하면 된다. 그게 카이스트 총장 러플린이 부임하면서 터뜨린 첫마디였다. 그러면서 정부 돈 안 쓰겠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이 꽃피고 있는 한국에서 마음껏 자금을 조달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려는 꿈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부자대학, 일류대학 만들어보라고 그를 초빙했고 또 격려했다.

필자는 러플린과 편지를 교환하면서 그런 대학을 함께 꿈꿨으나 수포가 되고 그 이후 그의 몰락의 과정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서남표 총장도 그 부분을 아쉬워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교육부 폐지론이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 부분과 맞물려 있고 폐지한다면 국립대학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대학을 담당하던 부분을 대학교육협의회 혹은 교육위원회로 넘기자는 주장도 끝까지 가보면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은 논의라면 참으로 경박하고 의미 없는 논의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뜻밖에도 선거 정국을 맞이하여 사교육 폐지, 서울대 폐지, 교육부 폐지 등이 회자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던 분야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아 기대되는 요즈음이다.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대표 이공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