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1. PISA 2015의 인지적 성취 결과

OECD 본부에서 2016년 12월 6일 공식적으로 PISA 2015 결과를 발표하였다(OECD, 2016). 이젠 각국의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이하 PISA) 연구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로서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대 사회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활용 능력을 측정한다.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이 기본 평가영역이며 주기에 따라 문제 해결력, 협력적 문제해결력 등 혁신적(innovative) 영역으로 추가하고 있다.

주기를 거듭할수록 참여국이 증가하여 PISA 2015의 경우 72개국 2,900만 명을 대표하는 약 54만 명 표본 학생을 평가하였고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145개와 중학교 23개교에서 총 5,749명이 참여하였다.

PISA 2015는 모든 영역을 컴퓨터 기반 평가로 시행하였으며, 주 영역 과학에 대하여 인지적 성취는 물론 교육맥락변인과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전체 참가국의 인지적 성취에 대한 영역별 상위 20개국 결과는 <표 1>과 같다. 전 영역에서 싱가포르가 월등하게 높은 성취를 보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취 평균점수 기준으로 95%의 신 뢰수준에서 과학 영역은 9∼14위, 읽기 4∼9위, 수학 6∼9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전 주기에 비해 다소 하락한 순위이지만 전체적으로 상위 성취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표 2>에서는 우리나라 학생의 인지적 성취의 추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PISA 2000 이후 영역별 평균 점수와 순위 변동을 제시하였다.

OECD 국가 기준으로 판단할 때, PISA 2000 이후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학 영역에서 1~9위, 읽기 영역에서는 1~8위, 수학 영역에서 1~4위로 꾸준히 상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 타났지만, PISA 2015 결과를 보면 평균 성취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하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인지적 성취 결과는 이미 언론에서 보도되어(교육부, 2016) 성취 하락에 대한 원인 분석이나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 등과 연관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교육맥락변인 중 사회경 제적 배경과 관련된 결과를 중점적으 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2. 형평성과 사회경제적 배경

PISA 결과를 분석함에 있어 각국의 교육성취도와 함께 형평성(equity) 수준을 매우 중요한 설명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교육의 형평성이란 학생의 성별, 가정배경, 사회경제적 지위 등과 관계없이 동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교육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정의한다(OECD, 2016, p.203). 

PISA 연구에서 형평성은 포용성(inclusion)과 공정성(fairness), 즉 달성해야 하는 두 가지 가치로 설명한다. 포용성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습득해야 할 지식과 기술이 보장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포용적이지 않은 사회의 교육시스템은 기본 지식과 기술을 갖추지 못한 만 15세 학생 비율 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성은 ‘동등하게 부여되는 교육 기회’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Kanbur and Wagstaff, 2014; Roemer and Trannoy, 2015), 공정한 교육 시스템은 개별 학생의 인종,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특수한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학생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성취 결과가 얻어질 수 있는 사회를 지칭한다.

한편, PISA 연구는 참가국의 교육체제와 학업성취를 설명하는 교육맥락변인을 함께 조사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 경제적 배경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사회경제적 배경 변인과 학업성취도와의 관계는 각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학습 기회가 얼마나 형평성 있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PISA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은 경제·사회· 문화적 지위 지표 (Index of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Status, 이하 ESCS), 즉 학생의 가정환경과 부모의 직업적 지위, 부모의 교육 수준, 가정의 보유자산 정도를 고려한 복합 지표로 산출하고 있다.

[그림 1]은 상위 성취 20개국에 대한 성취도와 교육의 형평성을 몇 가지 하위 지표로 요약한 것이다.

과학성취의 하위 수준(2수준 미만) 학생 비율은 베트남이 가장 낮았고 그 다음으로 마카오(중국), 홍콩(중국), 에스토니아 순이며, 우리나라는 14% 정도로 OECD 평균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학생의 ESCS로 설명되는 과학 성취도 분산의 크기는 벨기에, 중국과 싱가포르가 높게 나타났으며, 우리나라는 10%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그러나 ESCS 지표가 1단위 상승함에 따라 기대되는 성취도 상승 점수는 44점으로 OECD 평균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결과이다.

여기에서 ‘탄력성’ 학생의 의미는 ESCS 하위 25% 수준에 속하지만, 이 지표를 통제하였을 때 성취도가 상위 25%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이다.

즉 사회경제적 배경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취가 높은 학생을 의미 한다. 탄력성 학생의 비율은 베트남에서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고 우리나라는 40%로 OECD 평균보다 의미있게 높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형평성은 ESCS 지표 변화에 따른 상승 점수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OECD 평균보다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3. 성취도와 형평성 관계 분석과 추이 변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사회경제적 배경 변인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교육의 기회가 각국 학생들에게 얼마나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파악하였다.

이 결과에서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오면, 그 국가의 경우 학생들의 학습 기회가 비교적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반면, 학생의 성취도와 사회경제적 배경 변인 간 관계가 높으면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 기회 측면에서 공평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배경 수준이 낮은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림 2]는 과학 성취도와 성취도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배경 변인의 영향력을 도표화한 것이다. 이는 과학 성취도와 사회경제적 배경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분면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성취도에 대한 학습기회 형평성의 지표로써 활용될 수 있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은 과학 성취도가 OECD 평균보다 높으면서 동시에 형평성이 OECD 평균보다 유의하게 높은 국가들을 표시하고 있다.

왼쪽 하단에 위치하는 국가들은 과학 성취도가 OECD 평균 이하이면서, 형평성이 OECD 평 균 이하임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튀니지 등은 학습 기회의 형평성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이지만, 과학 성취도 평균은 우리나라가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며 이탈리아나 튀니지는 OECD 평균보다 낮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대한민국, 덴마크, 에스토니아, 캐나다, 핀란드, 홍콩(중국), 마카오 (중국) 등은 과학 성취도가 높으며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이 OECD 평균보다 낮은 국가이므로 형평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반면, 페루,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우루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에 속한 국가들이 과학 성취도가 낮고 형평성도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성취도와 형평성 관계의 추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과학이 주 영역인 PISA 2006과 PISA 2015의 ESCS에 의해 설명되는 분산의 변화와 과학 성취도의 3년 추이 평균을 제시하면 [그림 3]과 같다.

과학 성취가 향상하면서 형평성 수준이 향상한 국가는 두드러지진 않지만 포르투갈, 루마니아, 불가리아, 태국, 칠레, 미국 등으로 볼 수 있다.

즉 학업 성취도는 높아지고,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성취도 변화의 기울기와 강도 모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에 대한 기회가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카타르, 콜롬비아, 이스라엘, 일본 등은 형평성은 줄었으나 성취도가 향상된 반면, 슬로바키아,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은 형평성은 나아졌지만 성취도는 감소한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 체코 등은 PISA 2006과 비교하여 성취도와 형평성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이 국가들의 학교 교육을 포함한 교육 시스템에 어떤 요인으로 인하여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심층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

4. 교육 정책적 함의

PISA 연구는 인지적 영역 결과와 함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맥락변인과의 관계를 제시함으로써 각국의 교육 성과를 국제적 수준에서 비교할 뿐 아니라 증거 기반의 교육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정보로 적극적으로 활용 되고 있다.

PISA 2015 결과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학생의 성취 평균점수 하락에 대한 원인분석뿐 아니라, 과학의 정의적 영역에서 자아효능감과 동기 등이 긍정적으로 향상되고 있음을 견인 하기 위한 후속 정책 연구도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성취도와 형평성의 관계와 추이 변화에 제한하여 제시하였으며, PISA 2015 시행 방법이 지필에서 전면 컴퓨터 기반으로 전환되었다는 점과 측정학적으로 점수 산출 방법 이 변화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해석에 유의하여야 함을 주지하고자 한다. 

성취도와 형평성의 관계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PISA 2015 결과의 주요 쟁점은 PISA 2006과 비교해 볼 때 성취도와 형평성 수준이 모두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즉 성취 평균점수 하락은 하위수준 학생 비율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며 하위수준 학생 비율의 증가는 사회경 제적 배경과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취도를 설명함에 있어 학교 간 차이보다 학교 내 개인의 차이로 인한 분산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과학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사회경제적 배경을 나타내는 ESCS 지표가 향상됨에 따라 과학 성취도 점수가 의미있게 상승하는 결과와 연결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각국 교육의 성취도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물질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최상위 성취를 나타내는 싱가포르의 경우에서만 교육에 대한 공적 자금이 지속적으로 충분하게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외 우수한 성취를 보이고 있는 에스토니아, 대한민국 등은 개별 학생에 대한 공적차원의 물질적 지원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서 성취도 향상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형평성을 높이는 교육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점이다. 즉 국가의 교육정책이 학교 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학생을 지원함으로써 교육의 형평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 된다.

특히 교육 환경의 차이로 인해 교육 성과의 차이가 심해지는 것은 공교육 정책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미래교육 청사진에서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2017년 상반기에 별도로 수립할 예정이라고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교육부, 2016).

정부의 교육 정책은 단순히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교뿐 아니라 개별 학교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부족한 학습 활동과 관련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계층 중 특히 소외 지역에 있는 학생들의 학습 지원을 위해 정규 수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인 별 학습 수준에 맞게 추가적인 학습 경 험을 보충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에서의 형평성 제고를 위하여 단편적인 전략 마련도 중요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의 순위가 정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