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의 학부모 칼럼] 부모의 관심과 관여, 그 경계는 어디일까?
[이은미의 학부모 칼럼] 부모의 관심과 관여, 그 경계는 어디일까?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7.02.2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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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가난한 실향민 가정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남의 집 가정교사로 지내시며 고학을 하셨다.

그 당시 많은 가정의 부모가 그랬을 테지만 아버지의 부모님께서도 아버지의 진로나 진학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으셨고 다만 얼른 학업을 마치고 가계에 보탬이 되는 직업을 갖기만을 바라셨다고 한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셨던 아버지는 음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등록금이 많고 학업 기간이 긴 의대 진학도 물론 포기하셨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진지한 조언을 듣지 못했던 아버지는 “돈 안드는 상대(商大)나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결국 상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셨다.

평생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크셨던 아버지는 부모님이 좀 더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더라면 더 나은 진로를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씀을 지금까지도 종종 하신다.

그래서일까? 아버지는 우리 자녀들의 학업과 진로, 대소사에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시고 필요하면 조언을, 어떤 때는 강한 요구를 하시기도 하셨다.

나의 대입을 앞두고 아버지는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가고 싶어 했던 학과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시고 안정권에 속하는 학과로 바꾸어 지원하게 하셨다.

그 일로 나는 며칠을 꼬박 울었다. 그때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아버지는 그때의 일을 후회하신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재수를 해서라도 가겠다는 학과를 지원하도록 놔두었어야 하셨다고 말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그랬듯이 우리 세대도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고 더 나은 미래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이전 어느 세대의 부모들보다 그 여망이 클 것이다. 대부분 한두 명의 자녀밖에 두지 않으므로 그 자녀에게 가정의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성장이 멈춘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경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학과 진로의 결정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갖 입시설명회와 진학박람회를 꽉꽉 채우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교육 입시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도 부모들은 열성적으로 활동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자녀의 진로를 모색해 본다.

우리 부모세대들이야 기껏해야 당신들의 살아온 경험이 정보의 전부였지만, 요즘은 인터넷과 여러 매체들 때문에 시간차를 두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무궁무진하다.

요즘 이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부모는 마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모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녀의 진로와 학업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자녀가 대학생, 청년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

수강신청과 지도교수 선택에도 관심을 가지며 심지어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관심이 아니라 관여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과하여 자녀가 견디지 못할 때도 있다. 그 정도가 심할 때 자녀의 삶은 병들게 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악화된다.

아무리 최신의 정보들로 무장되었다 하더라도 부모의 어떠한 조언과 선택도 나중에 후회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모든 것은 모험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움직이는 순간 이미 그 미래의 모습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예측은 불가능하다.

‘엄마만 믿어’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부모는 없다. 부모도 자녀와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자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자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따스하기만을, 바라보는 눈빛과 드러나는 낯빛이 진실되기만을, 그저 그 동기가 사랑이 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의 따스함과 진실됨과 사랑으로 자녀가 흔들리고 넘어질 때 일으켜 세워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은혜이고 감사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나의 아버지가 비록 나의 진로에 대한 당신의 결정을 오래도록 후회하셨지만, 지금 나는 아버지의 선택을 따랐던 것에 대한 조금의 후회나 미련이 없다. 지금 나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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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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