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만의 역사 속 교육] 교육개혁(敎育改革)
[최광만의 역사 속 교육] 교육개혁(敎育改革)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7.02.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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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은 능력 없는 자가 합격하여도 “그의 문장만 심사할 뿐, 다른 것은 알 바 아니다”라고 하고 선비는 “어떻게든 과거에만 합격하면 된다”라고 하면서, 책임도 지지 않고 수치도 느끼지 않는다. 사태가 이와 같으니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천하 사람이 모두 경쟁에만 몰두하니, 풍속이 날로 가볍고 조급하게 치닫게 된 것이다. (《磻溪隧錄》권10, 敎選之制下, 貢擧事目)

유형원은 당시의 교육문제가 모두 과거제 때문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과거제는 능력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에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그는 과거제의 폐지와 공거제(貢擧制)의 시행을 주장하였다.

공거제는 선비의 능력을 평소에 관찰한 다음, 공정한 추천에 의해서 관리로 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제안은 결국 수용되지 못했고, 과거제는 1894년 갑오경장기에 폐지될 때까지 그 제도적 위상을 유지해갔다.

유형원의 주장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지적한 각종 폐단이 해소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폐단은 과거제 자체와는 상관이 없고, 오히려 과거제의 강화를 통해서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의 주장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의 교육실태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교육개혁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차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유형원이 《반계수록》이라는 저작을 구상할 때 가졌던 기본 관점이나 개혁의 범위 그리고 개혁의 목적만큼은 오늘날에도 청취할 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우선 그의 개혁에 관한 기본 관점은 《반계수록》말미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 대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진정 옛날의 도(道)가 오늘날 다시 시행될 수 없다면, 이것이 어찌 작은 문제이겠는가? 이 때문에 나는 참람함을 무릅쓰고, 옛 뜻을 연구하고 지금 일을 헤아려서 세세한 절목(節目)까지 상세하게 다루었다.

이것은 경전(經傳)의 뜻을 미루어 활용하게 되면, 이 도(道)가 반드시 현재에도 행해질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아아, 법만으로는 저절로 행해질 수 없고, 선한 것만으로는 정치가 되지 못하는 법이다. 진실로 뜻이 있는 자가 성실히 생각하고 시험해 본다면 반드시 내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磻溪隧錄》 권26, 跋, 書隨錄後)

이처럼 그는 《반계수록》을 구상할 때, 개혁의 기준을 옛날의 도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에게 경전은 옛날의 도가 남아 있는 유일한 전거였고, 그만큼 경전은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기반이 되었다.

이 점에서 유형원의 개혁론은 이른바 근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복고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옛날의 도는 ‘이상적인 사회의 원칙’과 같은 것이지, 말 그대로 ‘옛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옛날의 도는 대체적인 윤곽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그대로 복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세세한 절목까지 상세하게 다루었다고 한 것은 옛날의 도, 즉 이상적 사회의 원칙을 견지하면 서 현재의 문제점을 검토한 다음 현실적인 방안들을 구안했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현대인들은 이러한 그의 기본 관점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삼대(三代)가 어떠한 사회인지도 모르고, 그 사회의 원칙이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인들은 동시대의 이른바 선진국 사회나 아무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래의 어떤 사회를 상정하여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을 모색하는 데에 더욱 익숙하다. 즉 개혁의 기본 관점이 동시대나 미래로 향해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 자체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수 없다. 다만 동시대이든 미래이든 현대인이 상정하는 이상적 사회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러한 사회의 원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할 사안이다.

17세기의 유형원은 자신의 기본 관점을 다지는 데에만 반평생을 보내야 했다. 개혁의 기준을 옛날의 도에서 구한 유형원은 지금의 사태를 진단하면서 세세한 개혁안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그가 다루는 개혁의 범위는 사회의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전체였다.

이점은 《반계수록》의 체제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이 책의 범위는 주요 영역만 하더라도, 경제(田制, 권1-권8), 교육(敎選, 권9-권12), 인사(任官, 권13-권14), 정부조직(職官, 권15-권18), 재정(祿制, 권19-권20), 군사(兵制, 권21-권24)에 이르고, 《반계수록보유》에서는 지방제도(郡縣制)가 추가되어 있다.

또한, 그의 개혁안은 다루는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경제개혁은 교육개혁에 필요한 재정확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교육제도를 통해 양성한 인재는 관리로서 정부조직에 들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육인구는 정치개혁과 연동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ㆍ교육ㆍ정치개혁과 연계하여 새로운 조세제도와 군사제도가 구안되고, 이러한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조직 개편안도 함께 마련되었다.

이렇게 보면, 그의 개혁안은 오늘날 기획재정부, 교육부, 안전행정부를 주축으로 하면서, 국세청, 국방부, 고용노동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거국적 테스크 포스팀 정도나 다룰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현대의 각종 개혁안도, 유형원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의하여 세부적인 방안을 구안한 결과물일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사례는 현대판 개혁안의 선구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유형원의 경우, 비록 경제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개혁안 전체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 개혁안을 마련할 때의 기본 관점은 옛날의 도를 현재에 실현하는 것이었고, 그만큼 개혁의 목적은 인간다운 사회, 달리 말하면 문명사회의 실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현대의 개혁이 추구하는 목적은, 모르긴 몰라도, 경제 발전이나 국제경쟁력 강화가 아닐까 한다. 개혁의 목적이 문명사회의 실현에 있었던 만큼, 교육개혁은 유형원의 개혁안에서 어느 한 영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개혁안의 몸통 부분을 차지하면서 여타 분야의 개혁, 즉 경제개혁이나 정치개혁에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위치에 있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경제개혁을 통해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인간다운 사람이 되는 활동, 즉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정치개혁을 통해 올바른 정치가를 임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교육개혁은 경제 개혁의 목적이자 정치개혁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에 비하여 오늘날처럼 경제 발전이나 국제경쟁력 강화를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게 되면, 교육개혁은 경제개혁의 한가지 종속변수로 위치한다.

경제개혁이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만큼, 교육개혁은 경제개혁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때 교육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는 제도로 설정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의 의미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실적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혹시 현대인들은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현대인들은 경제 발전의 이유나 국제경쟁력 강화의 의미 자체를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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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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