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② 건전사학 육성을 위한 국회 등의 새로운 법제적 환경 조성의 필요를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 사학은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인재양성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해방이후 국가발전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시행되고 정부 간섭이 시작되면서 사학의 자율성이 많이 위축돼 왔고, 일부 비리 사학은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에듀인뉴스가 사학 정책, 이대로 괜찮은지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 법학박사

1. 머리말

사학 윤리를 논하는 것은 사학이 교육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사학 윤리 문제에 접근하면서 우선 개념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사학 관계법과의 관계이다.

사학 윤리의 문제를 법적으로 직접 규정한 예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학의 윤리 문제가 법적으로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법과 윤리의 구별은 법철학의 희망봉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양자의 구별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사학의 윤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 중 특히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 부분들은 사립학교법 등에 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사립학교 설치·경영자에 해당하는 이사들과 이사회에 관한 자세한 규정들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의 구성과 소집, 임원선임의 제한, 의사결정의 방법, 회계 감리, 수익사업의 정지명령, 감독수단으로서의 보고 징수, 학교장 및 교원의 임용 제한, 부정행위에 대한 조치, 징계 등 사학 운영의 합리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규제조항들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것들은 사실상 사학이 지켜야할 윤리의 문제를 법적으로 풀어낸 부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고(本稿)에서 사학의 윤리라고 했을 때 내용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고 접근할 것인가? 일단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듯이 법의 문제는 항상 윤리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일단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들을 지키지 않는 경우 이것들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볼 것이다.

아울러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이것 역시 윤리의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사학의 윤리 문제를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나라 사학 윤리의 형성과 내용 및 그 실제, 건전사학 육성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우리나라 사학 윤리의 역사적 형성과 내용

사학 윤리라고 했을 때 그것의 수범 주체는 기본적으로 사학 경영자들뿐만이 아니라 사학의 교직원들까지 모두 포괄한다고 본다. 1962년 5월 22일의 경향신문은 사립 중등학교교장단이 교직원들을 대표하여 사학헌장과 윤리강령을 만들었음을 보도하고 있다.

즉, 같은 날 ‘대한사립중등학교장회연합회’가 정기총회를 열어 각 시·도교장회에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고 윤리위원 운영규정을 통과시켰으며, 동시에 사학헌장과 윤리강령 그리고 실천요강 등을 채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1)

1) 이 보도에 의하면 위 연합회의 사학헌장의 내용 중에는 ‘사학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으로 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의 연합회의 윤리강령은 이후 1974년 4월 1일 위 연합회의 개편 조직인 대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 명의의 ‘윤리강령’으로 승계·발전되었으며, 1976년 4월 9일의 개정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2)

2) 사학 윤리강령의 역사에 관한 대강의 파악을 위해 필자는 이를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측과 대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 측에 문의한 바 있으며, 그쪽 관계자들의 도움을 일부 받은 바 있다.

현재 이 교장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윤리강령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의 윤리강령

민족의 자주독립정신을 배양하고 조국 광복운동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한 우리 사학의 찬란한 전통은 영원히 한국교육사에 빛나고 있다.

이 위대한 구국선배의 건학정신을 계승하고 사학의 헌장 을 받들어 조국의 민주적 발전과 통일재건의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여야 할 중대 시점에 처하여 우리는 사학의 권위를 앙양하고 사회적 신뢰를 증대시켜 우리에게 부하된 국가적 사명을 완수코자 이에 사학윤리강령을 채택한다.

무릇 학원은 사회정의의 원천이며 민족양심의 아성이다. 추세에 좌우되며 세리에 현혹될 수 없다. 조국의 영원한 번영과 학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순수한 충성심과 교육적 정열만이 요청된다. 더욱이 사상적 침략을 방어하고 경제적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불굴의 신념과 불퇴전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강령은 우리들의 자율적인 질서를 확립하며 사학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이어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우리의 본래의 사명을 완수코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모든 사학 담당자는 사학의 교육적 현실을 인식 자각하고 이의 준수실천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1. 사학의 자주성

사학의 생명은 자주성 확보에 있다. 사학은 추세에 영합하지 아니하고 세속에 미혹됨이 없이 국가백년의 장래를 투시하여 부하된 사명에 충실하여야 한다. 사학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여하한 힘도 한국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할뿐더러 명랑활달한 진취적인 국민성 함양에 암영을 던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배제하여야 한다.

2. 사학의 공공성

사학의 공공성은 자주성과 함께 있다. 사학이 국력신장과 사회번영에 기여하여야 함은 관학과 그 궤를 달리하지 아니한다. 사학이 개인의 사유기업시되고 공공성과 공익성이 등한시 되는 과거의 악폐는 단연 불식되어야 한다.

3. 사학의 질서

교육의 기본질서 확립과 질적 향상은 사학의 권위보장에의 첩경이다. 문란하고 파괴된 교육질서 위에서 영위되는 모든 교육활동은 사상누각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사학의 권위 향상과 사회적 신뢰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무궤도하고 무이념한 교육운영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4. 사학의 전문성

교직은 전문직이다. 교육이 구태의연하고 인습적 상식적 운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민주사회 건설과 학생의 성장발전을 위하여 교육학적 이념기초위에 과학적인 교육 활동이 영위되어야 함은 물론 진전변화하고 사회현실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반적, 교직적 연수에 전 정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5. 사학의 태도

교육자의 고매한 인격과 진정한 교육애는 학생의 인간적인 자각과 도덕적인 성장을 가져오게 한다. 교육자는 문화의 창조자인 동시에 국민도의의 선양자이다. 그의 생활 태도는 국민의 의표가 되어야 함은 물론 지역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수준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됨을 자각하여야 한다.

한편 사학윤리의 또 다른 수범자인 사학경영자 중심의 윤리강령은 1972년 8월 25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사학 윤리위원회 규정을 만들고 사학윤리강령(私學倫理綱領)을 처음 제정함으로써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사학윤리강령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사학은 나라와 겨레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 이처럼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사학은 지금, 새 세기의 문명사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식기반 사회를 선도할 창의적이고 도덕적으로 성숙된 인재를 양성할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에 우리 사학경영자 일동은 교육입국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사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더욱 드높이고자, 뜻을 모아 사학윤리강령을 채택한다. 우리는 양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 강령을 준수하며, 이에 위 배되는 경우에는 권면과 제재로 이를 자율적으로 시정해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 건학정신 : 우리는 사학의 뿌리가 숭고한 건학정신에 있음을 명심하며, 오로지 그 높은 뜻을 계승하고 실현하는 일에 헌신한다.
○ 공공성 : 우리는 사학경영에 있어서 학원내외의 개인이나 집단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공공성의 원칙을 존중함으로써 교육복지이념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 자주성 : 우리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사학의 본질을 침해하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단호하게 배격하며, 자율적으로 교육방침을 실천하여 사학의 특수성을 앙양한다.
○ 경영합리화 : 우리는 사학경영을 합리화·효율화하고, 모든 교육자원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보호함으로써,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에 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 화합·협력 : 우리는 사학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협력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며, 모든 구성원의 정당한 권익이 존중되도록 노력한다.


3. 사학법인 측과 사학 교장회 측의 윤리강령 비교와 시사점

위의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윤리강령과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윤리강령을 내용 구성의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다음 <표 1>과 같다.

사학법인 측에서는 양자의 차이와 관련하여 사학법인 측의 윤리강령은 상대적으로 구성원 전체에게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사학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드높이며, 사학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학법인 측의 윤리강령의 내용구성을 보면 건학정신을 강조하는 점, 공공성을 자주성보다 우선시한 점, 경영합리화를 강조한 점, 구성원 상호 간의 화합과 협력을 강조한 반면에 교장회 측의 그것은 자주성을 공공성보다 우선시하고, 사학의 질서에서 여념을 강조하며, 사학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사학 교육자의 윤리적, 도덕적 수준 향상을 상대적으 로 더 강조한 점이 드러난다.3)

3)  상식적인 선입견으로 생각하면 자주성과 공공성을 다루는 우선순위와 관련하여 사학법인 측이 자주성을 우선시하고, 사학교장회 측이 공공성을 우선시할 것 같은데 위의 윤리강령이 반대로 되어 있어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주성과 공공성의 내용이 비슷한 점이 많아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사학법인 측의 그것은 대국가적, 대사회적 의사 표현과 동시에 사학 내부의 구성원들을 향한 의사 표현의 의미를 가지는 반면, 사학교장회의 그것은 대국가적, 대사회적 의사 표현의 의미 못지않게 경영자 측인 사학법인 측에 대한 의사표시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양측의 윤리강령이 서로 상보적으로 작용하여 대국가적, 대사회적으로서뿐만 아니라 경영자 측과 교직원들 상호 간에도 서로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양측의 내용 구성상의 차이는 사학윤리를 사학 측의 누가 만드는가 하는 데에 따라서 고민하는 사안들이 서로 다소 다를 수 있다고 하는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본고에서는 이 가운데 특히 사학 경영자인 사학법인 측의 윤리강령을 중심으로 건전 사학의 육성이라는 지향점을 염두에 두고 검토해보고자 한다. 위 윤리강령의 내용을 보면 사학윤리의 첫 번째 과제로 ‘건학정신의 계승’을 들고 있다.

사학 측으로서는 설립자의 유지를 받는 것이 윤리의 핵심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학경영에 있어서 ‘학원 내외의 개인이나 집단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공공성의 원칙을 존중함으로써 교육복지이념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공공성을 윤리의 또 다른 핵심으로 표방하였다.

또한 ‘사학경영을 합리화, 효율화하고 모든 교육자원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보호함으로써,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에 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한다’고 하는 경영합리화를 윤리강령의 중요내용으로 제시하였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사학의 윤리라고 했을 때 특히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사학의 본질을 침해하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단호하게 배격하며, 자율적으로 교육방침을 실천하여 사학의 특수성을 앙양한다’고 하거나 ‘사학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협력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며, 모든 구성원의 정당한 권익이 존중되도록 노력한다’고 하는 것 등은 일단 외부 환경으로부터 사학을 지켜내고자 하는 방어적 지침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필자는 실제로 이러한 내용은 사학이 이것을 주장하기 전에 오히려 국가와 사회가 이것들을 지켜주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윤리강령의 내용 중에 특히 사학의 공공성 부분과 사학경영을 합리화, 효율화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해보고자 한다.

4. 사학 윤리강령의 제재 조치 등 법적 조치의 한계와 대안적 접근의 필요성  

위의 사학법인 측의 윤리강령에 의하면 사학법인들이 윤리강령을 제정한 이유는 윤리강령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학경영자들이 ‘교육입국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사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더욱 드높이고자 하는 뜻’을 살리는 데 있다.

이것은 당연한 관점이다. 따라서 이것의 제정이 실제로 사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학경영자들이 위의 강령을 양심과 긍지를 가지고 준수하며, 이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권면과 제재로 이를 자율적으로 시정해 나아갈 것을 선언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진실성을 담은 다짐이라고 본다.

위 연합회 소속의 사학윤리위는 2005년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투명사회협약’에 사학이 동참하면서 동위원회 규정을 개정하여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강령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대거 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연합회 회원인 법인 또는 그 학교에 강령 또는 법령 위반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동위원회가 이를 접수 및 조사하여 위반의 경중에 따라서 1. 주의 환기, 2. 비공개 경고, 3. 공개 경고, 4. 시정 권고, 5. 관련자에 대한 위원회가 결정하는 징계요구, 6. 연합회 회원자격의 정지요구, 7. 연합회로부터의 제명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하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실제에 있어서 사학법인들은 여전히 윤리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는 2014년에 책임 연구를 한 ‘사립학교 법인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방안’에서 주요 신문사의 사학 관련 사설 내용을 중심으로 소위 ‘네트워크 텍스트 분석’(Network Text Analysis)과 트위 터와 블로그 등 다수의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에서 현재 사학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가 하는 ‘SNS 분석’(Social Network Service Analysis)을 시도하였다(이하 허종렬 외, 2014 : 95-115 참조).

그 결과 나타난 연관어와 이미지들을 보면 ‘자율형 사학’과 같은 사학에 대한 조장적 관점과 함께 ‘사학 퇴출’과 같은 통제적 관점으로 사학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연구진은 사학을 우수사학과 문제사학으로 구분하여 위의 분석을 통한 시사점을 도출해보았다.

우수 사학과 관련된 징표로는 다양성, 자율성, 공공성, 우수성, 보수성, 엄격성 등과 사립대학, 자율형 사립고, 좋은 수업, 우수한 교사,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제시되었고, 문제사학과 관련된 징표로는 비리, 분규, 분쟁, 불법, 비판, 징계, 열악함 등과 비리재단, 분규사학, 부실대학, 열악한 학교 등이 제시되었다.

이것은 사학에 대한 연관어 또는 이미지 프레임이 사학에 대한 긍정적 관점도 많지만, 아직도 ‘비리, 분규, 분쟁, 문제’로 개념화된 부정적 관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현실은 지금도 단속적으로 발생하는 일부 사학의 비리 사건들 때문이다. 작년 12월에도 대구 지역에서 특정 사학이 교사 채용과정에서 금전을 수수하고 문제를 미리 알려 주거나 필기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얻은 응시생을 합격시키는 등의 비리가 터져 법인의 이사진을 교체하고 새로 교장과 행정실장을 파견하는 등의 수술이 단행된 적이 있다(2017.2.16, 연합 뉴스 등 참조).

사학윤리강령은 그 실효성의 측면에서 최고의 강도 높은 제재가 ‘제명처분’에 그칠 수밖에 없어 자율규범으로서의 한계를 보이며, 강령 위반에 대한 자율적 제재의 단계를 넘어 법적 제재가 가능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행정상 책임 또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사후 처벌에 불과할 뿐, 이것들이 사전에 사학 경영의 윤리를 확보하거나 건전사학으로 발돋움하도록 육성하는 데 필요하고 충분한 예비적 동인으로 작동하는 정도로의 기능과 역할은 못하고 있다.

즉, 사학 윤리의 확보와 건전 사학의 육성은 이것들을 말로만 선언하거나 사후 규제적인 수단의 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건전 사학이 되도록 하지 않고는 사학 자체를 경영하기 어려우며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상시 운영체제상의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5. 사학법인 평가제도의 도입 및 건전 사학 육성 방안

학교법인 평가제의 도입과 법제화

이 대목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건전 사학이 되도록 하기 위한 사전적 자발적 동인으로서의 구실을 할 근본적인 방법은 우수사학과 문제사학의 구분 및 그 구분에 따른 지원과 규제수단의 적절한 활용,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학법인 평가제도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즉, 다양성, 자율성, 공공성, 우수성, 보수성, 엄격성 등의 연관어와 자율형 사립고, 좋은 수업, 우수한 교사, 다양한 프로그램 등의 연관어로 개념적 징표를 드러내는 건전사학에 대해서 이를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서 사학을 문제사학과 건전사학으로 구분하고, 실제 사학 가운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 사학법인에 대한 평가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를 이미 소개한 2014년의 연구에서 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이하 허종렬 외, 2014 : 116-269 내용 참조).  

윤리적으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하는 건전사학의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이를 판단하기 위한  학교법인 평가시스템의 도입과 이를 위한 법적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

사학 중에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을 구별해내는 방법으로 는 사학법인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을 찾기 힘들다.

학교법인 평가제 도입은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의 판별, 학교법인의 투명성 제고, 관할청의 행정력 낭비 방지, 문제사학에 대한 자율적 개선 기회 및 환경 제공 등 여러 측면에서 필요하다.

학교법인 평가에 관한 입법 선례로는 2005년 국회 이인영 의원이 제안한 ‘사립학교 지원에 관한 특례법안’ 중 관련 내용이 보인다.

이 법안은 우수한 사립학교에 대한 특례와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사립학교에 대한 자율성과 건전성을 제고하여 건전한 사립학교를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이 법안에서 법인평가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담고있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우수 사학을 평가하기 위하여 사학육성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 우수사학에 대해서는 사학육성위원회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정관변경·임원취임에 대한 규제 완화 및 교육용기본재산 내에서의 수익사업·민간시설물 설치 허가 등 행·재정적인 특례와 일정액의 재정지원을 보조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전에 사학에서 학교법인 평가와 관련된 실제 실행 사례도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한국사학법 인연합회(2007)는 각 학교법인들에 대해 투명경영 실현을 위한 자체 평가 실시를 독려하면서 ‘사립학교 투명운영을 위한 자체평가 계획’이라고 하는 것을 개발해 제시한 바 있으며, 2008년에 꽤 다수의 법인들이 자율적으로 이 평가지에 근거해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입법안 선례들과 위의 실제 실행 사례, 선행 연구 등의 성과를 종합하면 평가 주체로서 각 시·도별로 사립학교육성위원회 또는 사립학교위원회를 설치하고, 3~5년 정도를 평가주기로 하여, 초·중·고의 학교급별로 평가를 하되, 평가받기를 희망하여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법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어 왔다.

한편 법인 평가의 현실적 실현 가능성 확보를 위해 법인 평가를 할 때는 이것을 별도로 하기보다 학교 평가와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개진되어 있다.

또한 평가 결과는 등급을 네 단계로 구분하되,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건전사학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더욱 보장하고, 문제사학에 대해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도록 한다.

아울러 법인 평가가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법적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사립학교법 특례법을 제정하는 방안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겠다.

아울러 그 법에 평가의 법적 근거만 규정하는 방안과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대우까지 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건전사학 육성 방안

이미 위에서 언급한대로 건전사학의 육성 방안은 이 사학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적용되어 온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물론, 육성 방안에는 규제 완화 이외에 재정적 지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학에 대한 재정 지원은 이미 일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다시 추가적인 재정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막대한 정부 예산의 확대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건전사학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학교법인 지배구조, 학교법인 재정 관련 지도·감독권, 학교법인 교원인사 분야로 나누어 제시하되, 각 분야별로 보다 구체적인 복수의 세 부과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학교법인 지배구조와 관련하여서는 건전사학에 대해서 임원의 임기제한 규정 완화, 이사선임 제한 규정 완화, 임원 겸직금지 규정 완화, 임원취임 승인제의 보고제로의 전환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학교법인 재정 지도·감독권과 관련하여서 건전사학에 대해서는 기본 재산 및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의 관리 및 보호 완화, 회계간 전용금지의 완화, 적립금의 제한 완화, 수익사업 수익의 사용 확대, 국·공유재산의 양여·대부 활성화, 사립학교 교사·교지의 소유주체 제한 완화 등의 방안이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미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와의 비교도 필요하다. 학교법인 교원인사와 관련하여서는 건전사학에 대해서 학교장의 임기 및 임명 제한 완화, 당연퇴직 사유의 정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사학 규제 강화 방안

건전사학의 육성은 그 자체로써도 필요하지만 문제사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사학 전반에 경각심을 제고하여 건전사학으로의 재기를 자극하는 기제로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건전사학 육성방안은 문제사학 규제방안을 포함한다.

문제사학에 대한 규제 강화의 방법으로는 학교법인 지배구조, 학교법인 재정 관련 지도·감독권, 학교법인 교원 인사, 벌칙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보다 구체적인 복수의 세부과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학교법인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문제 사학에 대해서는 임원 정수의 확대, 이사간 친족관계 허용 비율 축소, 개방이사 비율 확대, 개방이사 자격조건 및 선임과정 강화, 관할청에 이사회 소집요청권 부여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학교법인 재정 관련 지도·감독권과 관련하여 문제 유발에 책임있는 자에 대한 ‘잔여재산의 귀속’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학교법인 교원인사와 관련하여서는 교원의 신규 임용절차 강화, 교원 임면 보고 및 해직 요구, 징계의 사유 및 종류 강화, 징계 사유의 시효 연장 등의 방안이 있다.

아울러 문제사학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해당 사학의 이사장 등에 대하여 형벌이나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6. 맺음말

필자는 본고를 통해 사학의 윤리, 사학 경영자의 윤리, 사학의 윤리와 사립 학교법의 관계, 사학 윤리의 내용,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의 판별을 위한 법인 평가제의 도입과 법제화 및 구체적인 대안들, 건전사학 육성 및 문제사학 규제방안 등을 살펴보았다.  

결국 본고를 통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학은 스스로 표방한 윤리에 철저하여야 하며, 건전사학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나 이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것이 구체적인 법제화나 제도화 등의 대안적 뒷받침을 받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을 구분하고, 건전사학은 육성하되 문제사학은 철퇴를 가하기 위한 법·제도적 접근이 전제가 되지않는 한 사학의 윤리를 거론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약하다는 것이다.4)

4) 이러한 필자의 모든 논의의 근저에는 현형 사학법제는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하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사학 윤리 준수의 문제는 자발적인 것이지만 그 자발적 환경을 조성하는 지혜와 구체적인 접근이 필 요하며, 그 핵심적인 방법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위의 내용들의 법제화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사학계와 국회, 정부, 교육계가 모두 건전사학과 문제사학의 구분, 건전사학 육성을 위한 학교법인 평가제의 구체화와 그 방안의 법제화를 위해 나서줄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