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③

우리나라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 사학은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인재양성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해방이후 국가발전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시행되고 정부 간섭이 시작되면서 사학의 자율성이 많이 위축돼 왔고, 일부 비리 사학은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에듀인뉴스가 사학 정책, 이대로 괜찮은지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김용호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정책연구실장

1. 사학의 현황

2016년 현재 우리나라의 중등학교 이상의 교육기관 수는 모두 5,889개인데, 이 중에서 사립학교는 1,872개로 전체의 3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세분하여 살펴보면, 중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의 비중은 19.9%인데 비해 고등학교는 40.3%로 전체 고교수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며, 특히 전문대학과 대학은 각각 93.5%와 81.5%의 매우 큰 비중을 점하고 있다. 학생 수에서 볼 때도 사립학교의 비중은 매우 높다.

중등부문의 경우, 전체 중등학생의 31.3%가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중학교에는 17.5%, 고등학교에는 절반에 가까운 42.8%의 학생들이 각각 재학하고 있다.

고등부문에서는 그 비중이 더욱 커 전체 대학생의 82.2%가 사립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립학교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 전반에 미치는 사립학교의 영향과 공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처럼 큰 비중과 국가 사회 발전에 대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립학교가 정부의 통제를 받는 정도가 과다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은 교육을 공공재로 간주하려는 정치적 필요와 사회의식이 정부의 사학정책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교육이 갖는 사회적 형평 기제로서의 기능이 과다 강조됨으로써 일종의 교육평등 주의가 사회적 의식의 저변에 강하게 자리 잡게 된 데다, 1960년대 이후 사학 팽창기에 불가피하게 등장한 일부 문제 사학에 대한 공공적 감시체제를 상존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정부의 사학 통제체제를 지속시킨 원인이 되었다.

이에 더하여, 5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오는 중등학교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학생 선발과 학교재정확보에 있어서 사립학교의 자립 지향적 구조는 해체되었다.

그 결과, 대다수 정상적인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되고 일상화된 감시와 통제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체제에 따른 교내외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근 10여 년간 진행되었던 사회적 갈등도 사립학교 운영방식을 둘러싼 사학 지배구조의 정치적 갈등이 외부로 나타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기를 앞둔 우리 사회의 다원화와 경제적 삶의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종래의 교육의 공공성과 사립학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이해가 요청되고 있다.

사립 학교의 공공성을 과다 강조하는 종래의 인식 틀 하에서는 더 이상 다루기 적절하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학정책의 틀을 새롭게 다시 짜, 사학교육의 체제와 운영방식을 미래화할 수 있는 정책 기획이 시급히 요청된다는 의견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는 그런 맥락에서 현재 사립학교 현안 과제로 간주되는 사안들 중, 입법화 과정 혹은 정책 형성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거나 언제든 쟁점으로 불거질 소지가 있는 사안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사학 운영의 주요 현안과 쟁점

사립학교의 운영 및 교육에서 주요 현안으로 간주되는 사항들은 크게 국회에 입법발의 중이거나 발의되었던 사안, 사법부의 판결을 거친 사안, 정부 등에 개선을 건의 중인 사안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이런 현안 해소를 위한 노력이 현재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 여기서 파생되는 쟁점이 어떤 내용인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 국회에 입법 발의된 현안

사립학교의 현안 중 현재 국회에 입법 발의돼 소관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인 현안으로는 우선, 소규모 사립학교의 해산 지원에 관한 특례조항 부활 건을 들 수 있다.

「사립학교법」 제35조의 2는 농산어촌 지역 학령인구의 급감에 따라 정상적인 학교 운영 및 교육이 어려운 소규모 사학의 자율적 통폐합을 유도해 중학교 의무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지원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1997년부터 2006. 12. 31일까지 운용된 이 특례규정에 따라, 소규모 영세사학의 원활한 해산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등이 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30%의 범위에서 해산장려금을 지급하고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된 기본재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이 특례규정이 일몰되면서 소규모 사학이 자율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정부는 제17대 국회부터 제19대 국회까지 매번 정부입법 혹은 의원입법 형태로 특례조항의 연장을 시도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여야당 간의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임기만료폐기를 반복 하였다.1)

1) 제20대 국회에서도 야당 소속인 강창일 의원과 여당 소속인 이장우 의원이 각각 지난해 대표 발의한 관련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들의 심의과정 중에서 나타난 쟁점은 이 특례규정이 소규모 사학들의 부실한 교육여건에 의한 교육격차 심화를 개선해 지역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방안이라고 보는 찬성 논리와, 학교 교육에 투여된 민간의 공익재산을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다시 출연자에게 환원하는 일은 부당하며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맞서는 반대 논리 사이에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런 쟁점의 해소가 번번이 실패하면서 그 사이 소규모 사학의 학생 수 감소는 더 가파르게 진행되었고, 재정운영의 비효율성이 지속되었으며, 전공별 교사 부족으로 인한 과목상치 교사 및 순회교사 운영,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곤란 등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도 문제점이 누적되었다.

두 번째 현안은 사립학교에서의 교장공모제 도입에 관한 것이다. 2005. 12. 29일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53조 3항은 국ㆍ공립학교와 형평성을 기하기 위하여 사립학교장의 임기제를 도입하고, 그 임기를 4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그러나 국·공립학교장은 중임 기한이 종료된 이후에도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공모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임용되는 횟수는 제한하지 않고 있어 공·사립학교장 간 임용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런 문제는 4년 중임제에 걸려 더 이상 교장 임기를 수행하지 못한 사례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2018년 이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제19대 국회에서 박인숙 의원은 공·사립학교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사립학교장에 대해서도 공모를 통해 임용된 교장의 경우 임기 산정에 있어 공모 교장으로 재직한 횟수는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국·공립학교장은 8년의 임기 외에도 공모교장을 통한 임기 지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형식적으로 사립학교장의 경우도 임기제 방식의 틀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고 공·사립학교장 간의 임용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 역시 심의과정 중, 사립학교장의 임기를 최대 8년으로 제한하려 한 2005. 12 월의 「사립학교법」 개정의 입법 취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고, 자칫 장기간의 임기보장 허용에 따른 학교조직 정체, 학교재단과의 유착 및 교직원 채용 비리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에 직면하면서 끝내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제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세 번째 현안은 사립학교의 교원 신규채용 권한에 관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사립학교의 교원 임면권은 사립 학교의 자율적 권리 영역에서 도출된다. 사립학교의 교원과 학교법인(사립 학교)의 관계는 ‘사법상의 고용계약관계로서 교원의 임면권은 학교법인의 고유 권한’이다.2)

2) 헌재 1998. 7. 16. 96헌바33등, 판례집 10-2, 116, 152;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9722 판결(공 1992, 3318).

따라서 교원의 임면권은 전형적인 사적 자치 영역에 속하고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요소가 된다. 그러나 국회 이상민 의원은 제19대 국회에서 발의(2013. 7)하여 한 차례 임기 만료 폐기되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2016. 8월에 또다시 대표 발의하여 교원의 신규채용 시 필요한 교원의 선발을 관할청에 위탁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발의 의원들은 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 교원의 채용 비리를 예방하고 교원 임용에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이는 사립학교의 기본권과 국가권력의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어서 앞으로 있을 법안 심의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 임용에 관한 사립학교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비단 국회에서의 입법 시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시도를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령,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의회는 「사립중등교원 임용시험 위탁권장과 채용정보 공시에 관한 조례」를 의결한 바 있다. 이 조례는 비록 권고성 조례이지만,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여 2~5배수로 선발한 뒤 2차 시험은 사립학교에서 면접과 실기를 통해 최종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은 심의과정에서 크게 쟁점화되어 이를 발의한 의원이나 찬성하는 시민단체 등은 이 조례 통과로 사립학교 교원채용에 투명성이 확보되고 공정하게 교원을 채용하는 여건조성이 가능해져 사학비리 근절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지역 내 사립학교들은 이 조례안이 사학의 자율성과 건학 이념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사립학교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그 기본권의 보호 범위에 교원의 임명권이 포함되는데도 조례안은 헌법상 권리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조례로 사립 학교 운영의 자유를 방해받게 되면 개별 학교의 건학취지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학업성취도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였다.3)

3)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이처럼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 문제는 최근 여러 지역의 교육청과 지방의회들이 관할청에의 위탁을 통한 채용 방식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관련조례 도입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큰 논쟁을 일으키며 사립학교들과의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나. 사법부 판결을 거친 현안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현안 중에는 법원에의 소제기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들도 포함된다. 이때, 법원의 심리 중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쟁점이 등장하였는데 주로 사립학교 지 원금에 대한 관할청의 규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첫 번째 현안은 사립학교 법인의 법정부담금 미납을 이유로 교육청이 학교 운영비 보조금을 삭감하는 처분을 취소시키고자 했던 사안이다.

사립학교들은 대체로 교직원의 건강보험부담금 중 사용자부담분의 일부는 법인회계에서, 나머지는 학교회계에서 납부하고 있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76조가 학교법인이 건강보험료 부담액을 전액 부담할 수 없는 경우 학교회계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매년도 재정결함지원금을 교부하면서 법인회계에서 부담하지 아니한 사용자부담분만큼 삭감하는 처분을 내리면서 사립학교 재정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사립학교들은 삭감된 부분을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번번이 거부되자 2013. 5월 일부 학교법인들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과연 교육감들에게 사립학교의 재정결함지원금을 삭감할 법적 근거가 있는가 하는 것으로, 사립학교들은 법인 부담분의 부담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지원금 삭감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제1심법원은 재정결함지원금 전액 지원 여부가 관련 법규에 따라 교육감의 재량 사항인데다 교육감의 처분이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엄격히 구분하도록 한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법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4)

4) 서울행정법원 2014.7.10. 선고 2013구합12850 판결(학교운영비차등지원처분 취소 등)

또 다른 쟁점은, 교육감의 지원금 삭감 처분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인가의 여부로서, 사립학교들은 교육감이 건강보험료를 포함해 정부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부받고 있고, 현실적으로 법인들이 수익용 재산에서 법정부담금을 모두 부담하기 어려우며, 시정요구도 하지 않고 지원금을 삭감하였고, 사립학교 재학생들이 궁극적인 피해를 받게 돼 자율적인 교육 운영에 큰 지장이 초래된다는 점을 들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법정부담경비를 법인이 부담토록 하는 것은 학교 회계 부실 방지와 재정 건전성 제고, 사립학교 교육의 충실 도모를 위한 것으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학교법인들의 항소가 기각되고, 상고심 마저 학교 법인들의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기각)함에 따라 1심 판결 내용이 그대로 확정되고 말았다.

사립학교들은 재판부가 단지 실정법상의 형식논리에 근거하여 판결을 내렸을 뿐, 교직원의 건강보험료를 학교법인이 일부 부담하는 것의 본질적 성격, 그리고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결함금 보조가 갖는 기원과 본질에 대한 이해가 결여 된 채 이를 전혀 판결의 토대로 삼지 않았다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판결에 따라 사립학교들의 학교운영비 삭감이 지속되고 있고 그 피해가 학생들의 교육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의무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등의 법률 개정 방법으로 풀 수 밖에 없는, 장기 현안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법원 판결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두 번째 현안은 ‘의무교육기관’인 사립 중학교의 의무교육경비에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 2010년 일부 사립중학교들은 소속 교직원들의 연금과 건강보험료의 법인 부담금에 대해 의무교육기관으로서 이것의 납부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기왕에 낸 부담금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5)

 5) 2010구합37803 지원금교부 청구 사건. 2012.2.22., 2015.1.29.에 각각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과연 연금부담금 등이 의무 교육과 관련된 경비인지 여부와 의무 교육경비 중 법인의 법정부담금의 최종부담자가 학교법인인가 하는 점에 있었다.

사립중학교를 운영하는 법인들은 연금부담금 등이 의무교육 수행을 위해 부담하게 된 경비이기 때문에 의무교육 수행의 법적 의무가 있는 교육감이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따라서 법인이 낸 부담금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교육감측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제47조 1항이 법인 부담금을 학교운영기관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민건강 보험법」 제3조 2호 및 제67조 1항이 사립학교 설립운영자가 건강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법인이 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연금부담금 등은 의무교육과 관련되는 경비로서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옳으며, 법인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할 경비를 대납한 것이므로 그 상환을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이러한 1심 법원의 결정을 번복하여 학교법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최종적으로 대법원도 의무교육 경비의 재원에 관한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제37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 1항은 학부모 등이 의무교육 경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에 교육재정을 형성하고 운영할 책임을 부여하였을 뿐 의무교육을 위탁받은 학교법인 등과의 관계에서 관련 법령에 이미 법인이 부담하도록 규정된 경비까지 국가 등이 부담하는 취지로 규정된 것은 아니라며 법인 측의 주장을 기각하였다.6)

6) 허종렬, ‘사립중학교 의무교육 경비 지원금 청구 판결이 남긴 과제’, 사학정책포럼, 제1권(2015), pp. 156-158.

이처럼 이 사건은 사립중학교들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 주었으나, 법원의 판결 속에서 해결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이었다.

즉,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37조가 국가 및 지자체에 대해 의무교육 경비의 부담 책무를 부과하고는 있지만, 그에 상응해서 법인들이 대납한 경비의 상환 청구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판결 내용에서 위법 조항의 개정이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와 함께, 사립중학교 법인들이 2004년 중학교 의무교육체제의 전면 도입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의 미비로 국가 및 지자체와 구체적인 의무교육 위탁 협의를 진행하지 못했던 문제도 앞으로 입법 개정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 기타의 현안

위와 같은 두 가지 유형의 현안 및 쟁점 이외에도, 사립학교들은 아직 법안으로서의 심의나 법원 판결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고 따라서 뚜렷한 쟁점도 형성되지는 않았으나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도 다수 안고 있다.7)

7)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사학 운영의 현안과 해결방안, 협회 미간행 내부자료(2016) 참조. 

우선, 「사립학교법」 제43조의 개정 즉,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가의 의무로 명문화하는 과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학교법인이 제반 법률 요건을 구비하여 학교를 설립, 운영할 자격을 갖추었다면 그때부터는 재정지원면에서 공립학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당위에서 출발한다.

사립학교가 학생 납입금에서 공립학교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정결손은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국가나 지자체가 똑같이 보충해 줄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공교육을 실시하는 사립학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교사 교류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사립학교는 타 학교로의 교사의 전보, 전출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인사 특성상 교원의 수급 불균형으로 과원교사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교육재정의 낭비가 유발되고 필요한 교과 교사의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어 수업 결손이 발생하고 있지만, 관할청은 사립학교 간 자율적인 교사 교류(재배치)를 신규 채용으로 보고 공개채용 절차 특히 필기전형을 실시토록 하는 등의 규제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사립학교의 인사 운영의 자유를 해치고, 공·사립학교 간 교육력 의 차이를 가져와 학생들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 간에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사 교류(재배치)나 다른 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을 경력직 교사로 채용하는 경우라면 굳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할 이유는 없을것 이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국가배상법」 적용 문제도 중요한 과제이다. 학교안전사고가 발생하여 그 법적 책임을 묻는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시, 사립학교 교사 또는 교장은 「민법」의 적용을 받는 데 반해 공립학교 교원은 「국가배상법」을 적용받고 있다.

그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은 자신의 직무 과실이 인정되면 과실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학교 법인과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나, 공립학교 교원의 경우 경과실만 인정될 때에는 국가 또는 지자체만 손해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원이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 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복무 및 보수 등 대부분을 공무원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데도 학교안전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에서 불리한 법 적용을 받는다면 이는 매우 불합리한 일이며 또한 큰 사기 저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서훈 추천 시 사립 사무직원의 차별도 위와 동일한 맥락에서 해소해야 할 현안과제이다. 「상훈법」 제14조에 따르면, 근정훈장 대상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을 뿐, 사립학교직원은 교육발전에 장기헌신하고 퇴직하는 경우라도 정부포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러나 사립 사무직원 역시, 공립학교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복무 등 대부분을 공무원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차별적인 서훈 실시는 큰 사기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위의 「국가배상법」 적용 문제와는 달리 쟁점이 존재한다.

사립학교의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면 및 신분보장이 되고 임면사항 이 관할청에 보고되는 반면, 사무직원은 임면, 정원, 신분보장, 보수 및 복무 등에 대하여 개별 학교법인의 정관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임용 등에 있어서 공무원에 준하여 신분과 경력 등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타 무원 유사 직종 및 국·공영기업체,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쟁점에도 불구하고, 서훈 차별의 해소는 사립학교 직원의 사명감 및 자긍심 제고나, 우수 인재 유치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3. 맺는말

탈산업화에 이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가 본격 예고된 시점에서 현재의 우리 교육제도는 새로운 변화의 압력에 심각하게 노출되며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화 시대의 낡은 유산인 관료 중심 교육제도 하에서 사립학교의 자율 역량과 독립적 성질이 지속적으로 소멸되어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사립학교는 한 사회의 환경적 변화에 대한 교육체제의 대응능력을 신장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기하기 위한, 사학 운영 전반에 걸친 불필요한 규제체제를 분석 점검하고, 관련 현안 및 쟁점을 살피고 해소시켜 가는 일이 시급한 일이 되고 있다.

사립학교가 스스로 독자성을 추구해 나가고자 하는데도 그것을 지원 장려하기보다 기존 법령에 위배되는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며 발목 붙잡기 식의 규제를 가하는 후진적인 행정으로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학교체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독자적인 운영 노력이 적극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수용 가능한 수준의 자율성은 얼마든지 허용한다는 정책 사고의 혁신적 패러다임 위에서 향후 사학 시책 방향을 정립하는 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