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송 인덕대학교 교수, (사)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

전문대학은 한국 사회 변화에 대응해 유연성 있는 직업교육개혁으로 500만여 명의 전문 직업 인력을 양성·배출해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 대국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러나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전문대학은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역이 될 ICT 기반의 고급 지식인, 고숙련 기술자 양성과 경력단절 해소 교육 및 노령인력 재취업 교육 등은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가 진문대학의 활로 모색을 위한 연속 기획을 3회에 걸쳐 마련했다. 전문대학 발전을 위한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전문대학은 1979년에 초급대학과 5년제 전문학교를 통합하여 탄생되었으며 지금까지 38년 동안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발전하여 왔다.

전문대학의 설립 목적은 대학을 다양하게 육성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던 재수생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중견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공업계와 간호계 학과가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서비스, 유아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학과로 범위가 넓혀져 지금까지 600만 명의 산업인력을 양성하여 오늘의 경제 대국을 이끄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고등교육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도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등 정책적이나 사회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왔다. 그저 일반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정도로 취급받아 온 게 사실이다.

사회와 산업구조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전문대학 교육 시스템은 1970년대 후반 그대로의 모습으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였다. Industry 4.0인 정보 기술기반 산업사회는 투 머치 테크놀로지(Too much Technology) 환경에서 핵심 고도화기술 인력은 소수만 필요로 하고 개발된 기술을 인간화에 접목시키는 로테크 하이콘셉트(Low-Tech, High-Concept)의 응용기술자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대학이 핵심적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은 시대적 필연이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의 답답한 현실을 들여다보고 고등교육 및 직업교육 발전을 가져올 고등직업교육의 체제 혁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Ⅰ. 전문대학의 현실

1. 전문대학 현황
전문대학은 전체 136개 대학으로 전체 고등교육기관 수의 42.2%를 차지한다. 대학 입학정원은 일반대학이 57.8%, 전문대학은 37.5%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전문대학에서 129개 교가 사립으로 전체 94.8%가 사학에 의존하고 있다. 사립 의존도가 EU는 34%, OECD는 41%로 대다수 정부가 책임지는 외국의 고등직업교육정책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어 공공재로서의 고등직업교육에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2. 전문대학교육에 대한 투자

한국의 전문대학 학생 1인당 교육경비는 OECD 평균 대비 53.7%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절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재정지원에서도 일반대학 위주의 재정 지원으로 매우 편파적인 것이 심각한 현실이다.

2016년 기준 교육부의 일반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11개인 반면, 전문대학 재정지원사업은 특성화 사업과 LINC 사업 등 2개에 불과하다.

2017년 신규 사업으로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이 추가된다고 하여도 전체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은 전문대학 지원이 13.0%, 일반대학 87.0%로 일반대학에 지나치게 치우친 재정 지원이다.

직업교육의 지원 부서인 고용노동부의 예산도 산하 기관인 폴리텍에 일방적 지원을 함으로써 직업교육을 받는 전문대학의 재학생들을 재정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

이렇게 편파적이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정 지원으로 전문대학에서 내실 있는 직업교육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3. 전문대학 교육의 정체성

전문대학 교육목적은 「고등교육법」 제47조에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한다’로 전문직업인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일반대학은 동법 제28조에 ‘인격을 도야하고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으로 학술이론과 지도자 양성에 목적을 구분하여 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대학에서 이러한 교육 목적에 따른 구분을 무시하고 전문대학 관련 직업교육 학과를 무분별하게 설치·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 43개 교에서 80개 전공을 시행하였던 것이 2015년 108개 교로 2.5배 증가하였으며 303개 전공을 설치하여 3.8배로 대폭 확대되었고 그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년 과정으로 충분한 직업교육을 4년 과정으로 운영함으로써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사회 차원에서의 직업군 및 단계별 손익 비용을 추정한 결과 연 2,500억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

1)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연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 2016, p207

이러한 문제로 전문대학 교육과 일반대학 교육 영역이 붕괴되어 고등교육생태계의 혼란을 가져와 전문대학 이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최근의 이화 여대 사태에서 보았듯이 평생교육단과 대학을 설치하는 등 평생교육의 영역까지도 독식하려 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무질서의 행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과 구분된 가운데 고등교육기관인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에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반대학이 이렇게 이익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원래의 교육목적인 학술이론의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역량을 분산시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도 힘들고, 전문대학 또 한 직업교육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살려 세계적 수준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성장할 수 없어 우리나라 고등교육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4. 전문대학 정책적 지원  

전문대학은 부족한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도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지난 10년 이상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수업연한 다양화(1년~4년)의 요구는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대학에서의 적극적 반대로 더 이상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 대학은 4년제 대학의 하위 개념인 2년제 단기대학이 아니라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대학이다. 직업의 세계가 점차 다양해지고 그 깊이가 심오해 짐에 따라 다양한 수업연한은 필수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수업 연한을 학과 및 전공의 직무 분야에 따라 1~4년까지 다양화하여 직업교육 강화 및 활성화를 이루어 급변하는 산업 사회인력수요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대학과 동등한 위상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낙인(Stigma)효과를 제거하고 적성과 소질에 따라 직업교육을 선호할 수 있는 직업교육경로를 구축함으로서 고등직업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능력중심사회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전문대학 관련 교육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직업교육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있다.

직업교육의 소관 부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인데 교육부는 중등단계 직업교육기관인 마이스터 고교 및 특성화 고교의 직업교육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산하기관인 폴리텍대학에만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내 평생직업교육국은 초중등학생, 성인학습자의 직업 교육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정책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전문대학이 소속된 교육부 내 대학정책실의 12개 중 전문대학 전담부서는 전문대학정책과가 유일하며 대학정책실은 일반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문 대학은 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과 다름없다.

Ⅱ. 고등직업교육체제 혁신 방향

1. 고등교육의 재구조화

1) 목표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및 고령화 사회에서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직업인 양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직업을 위한 교육의 수요가 급하게 늘고 있으며 그 수준도 향상되고 있어 고등단계교육에서 직업교육이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따라서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이 동등한 가치 부여를 통해 직업교육의 위상을 제고하여야 하며, 일반대학의 진학 수요를 직업교육분야로 유도함으로써 교육의 생산성 제고 및 계속직업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반드시 다양한 수업연한을 통하여 고등직업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수월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산업대학은 대부분이 일반대학으로 전환하여 2개 대학만 남아 유명무실하다.

일반대학에서의 직업교육과 전문 대학에서의 직업교육, 산업대학의 직업교육 등 모든 것을 통합하여 고등교육체제를 새롭게 개편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2) 추진방향
· 직업교육대학을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전공대학, 일 반대학(일부전환) 등을 포함하는 실무중심 대학 체제로 구축
· 1년에서 4년까지의 수업연한과 학위 체제의 유연성 확보
- 학위체제는 수업연한이 아닌 이수 학점 중심의 학위 수준 결정
- 다학기제, 집중이수제 등을 통해 수업연한을 단축하여 조기 입직이 가능하게 함
· 다양한 학사제도 운용
- 선행경험학습인정제를 통해 현장에서 습득한 직무능력과 선행경험 학점인정
- 1년 이내의 단기 교육훈련을 통한 비학위 자격과정 활성화
- 학점인정제, 학점당 등록제 활성화를 통한 평생교육기능 강화
- 현장실습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1년 이내에서 탄력적 운영
· 학령인구 중심의 교육에서 평생직업 교육체제를 지향
- 현재 학령기 진학자 중심에서 실직자 재교육, 향상교육, 고령자 재취업 교육훈련으로 확대

2.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고등직업교육육성법」 및 「고등직업교육 교부금법」 제정 

1) 목표
고등교육 대부분을 담당할 직업교육 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보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 법에는 직업교육대학의 기능, 설립, 운영 및 질 관리에 대한 법령 체계 구축이 있어야 하며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재 정규모 확대 및 지원 근거를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의 직업교육과 직업 훈련, 고용정책 기능 통합 및 연계 근거와 현장실습의 적극적 협력 등 산업계가 직업교육에 참여할 기제 및 장치 마련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2) 추진방향
· 현행 직업교육관련 법령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하여 법령 간 위계화 및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령 신설
-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합 재정비
·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등에 분산, 근거 운영되어 있는 다양한 고등직업교육 기관을 일원화된 법령체계로 정비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 강화 및 행·재정 지원 근거 명시
·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부처 네트워크 구축 근거 명시
· 고등직업교육이 무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정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교부금법」 제정

3. 고등직업교육의 컨트롤 타워 기능 수행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1) 목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분산돼 있는 직업교육에 대한 업무를 국가적 차원에서 기획 및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부 조직 개편은 4차 산업혁명 도래 및 사회환경 변화에 대응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이 강화될 수 있으며, 각 부처 및 부서에 분산 운영되고 있는 평생 및 고등직업교육기관의 통합 운영을 위한 일원화된 거버넌스 체제 확립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직은 미래 노동시장의 분석과 예측을 통한 직업교육 및 훈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함으로써 중복된 예산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업교육기관 간 역할을 조정해줌으로써 영역 간 충돌로 인한 마찰을 피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2) 추진방향
· 독립된 ‘직업교육훈련청’의 신설
-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 산재된 직업교육 정책 수립 및 집행 기능을 통합 집행할 차관급 위상의 조직
· 교육부 내에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신설
- ‘과’ 단위에 있는 전문대학 정책에서 벗어나 대학지원실과 같은 수준의 위상에서 고등직업교육의 중장기 발전 비전 및 계획 하에 정책수립, 운영을 주도
-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접목하여 생애 전체에 걸친 직업능력개발 정책 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