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새 정부의 교육정책, 공약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특별기고 ] 새 정부의 교육정책, 공약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7.06.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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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중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글. 강태중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들어가며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교육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며, 이미 변화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교육 정책 노선은 아직 확연하지 않다. 그나마 새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내놓았던 공약에 비추어 앞으로 추진될 교육 정책을 비교적 유사하게 예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만큼, 집권 후엔 공약이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공약에 함축된 정책 기조마저 팽개치기는 어렵다. 공약들이 기본적으로 정당의 이념이나 정강에 근거를 두는 것이라고 본다면, ‘정책 방향’ 정도는 공약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틀 만에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하도록 ‘업무지시’ 했다. 교육 공약 하나를 이행한 셈이다. 앞으로 추진될 정책을 대선 공약에 비추어 짐작해도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의 교육 공약 부분>

새 정부가 내건 교육 공약

새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정책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더불어민주당, 2017. 4. 28.)에 정리되어 있다. 이 공약집은 ‘4대 비전 12대 약속’이라는 얼개를 가지고 있는데, 12대 약속은 다시 30개의 정책 범주로 나뉘어 있다.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의 내용은 이 범주들 안에 “~ (하)겠습니다.”라는 문장 형식으로 여럿씩 나열되어 있다.

이 중에서 학교, 대학 등 교육 문제에 직접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약속들을 추려보면 14개 정도다. 거의 모든(13개) 교육 공약은 ‘12대 약속’의 한 항목인 ‘민생·복지·교육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범주에 들어 있는데, 그 범주 안에서도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하위범주에 속해 있다. 다른 하나는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범주 속에서 ‘적폐청산’이라는 하위 범주에 속해 있다.

아래의 주(註)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 14개 교육 공약은 아직 그 자체로 충분히 구체적이지는 못하다. 공약집에는 각 공약 별로 어떤 정책 방안들을 추진할 것인지 개조 형태로 나열하고 있다.

몇 가지 소개하면, “교실 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겠습니다”라는 공약에는 ‘혁신학교 전국적 확대, 학생맞춤형 학습을 위해 초·중·고 필수 교과목 최소화, 선택과목 확대, 아동인권법 제정으로 적정한 학습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자유학기제 확대, 초·중·고 문예체 교육 강화’ 등의 방안들이 딸려 있고,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겠습니다”라는 공약에는 ‘대학입시 단순화,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 대입 전형 절차 간소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도록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등의 방안들이 딸려 있다1).

1) 교육에 관련된 14개 공약은 아래와 같이 진술되어 있다.
•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교육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습니다.(‘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적폐청산’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항목)
•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여 유아기 출발선 평등을 실현하겠습니다.(이하는, ‘민생·복지·교육 강국 대한민국’–‘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범주에 속하는 항목들)
• 방과후, 방학중 나홀로 방치되는 아동·청소년이 없도록 온종일돌봄학교를 운영하겠습니다.
• 교실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겠습니다.
• 고교 학점제(DIY형 교육)로 진로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습니다.
• 한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1:1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습니다.
•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높여 든든한 울타리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 위험하고 낡은 학교를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로 바꾸겠습니다.
•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겠습니다.
• 고졸 우대를 통해 고졸희망시대를 만들겠습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체제를 만들겠습니다.
• 교육의 공정성을 높이고 교육의 계층사다리를 복원하겠습니다.
•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대학의 체질을 강화하겠습니다.
• 소통·협력·효율성을 높이는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습니다.

새 정부 교육 공약의 네 가지 방향

이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들까지 포함해서 일련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네 개 정도의 경향을 추론할 수 있다2.)

2) 교육 공약들이 모여서 특정한 방향이나 철학들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교육 공약들은 서로 정합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려는 정책들”은 “교실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려는 정책들”과 성질상 충돌할 수 있다. 공약들을 근거로 새 정부가 취할 정책 방향을 몇 가지 추론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공약을 총체적으로 관통하는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내걸린 공약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다른 것들과 공통으로 모종의 전제(방향)들을 담고 있는데, 그렇게 포착되는 방향들 가운데 몇 개를 적시하여 논의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새 정부의 공약들을 살필 때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특징은, 교육에 연루된 ‘부담’들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약속들이 대종을 이룬다는 점이다.

자녀를 교육하는(돌보는) 데 따르는 학부모 고충이나 직접 교육을 받는(학습하는) 데 따르는 학생들의 힘겨움 등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를 새 정부는 크게 내걸었다.

수십 년간 거듭 되풀이해 온 ‘사교육비 경감’의 공약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고, 학교와 유치원 등을 안전하고도 쾌적하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아이들을 온종일 돌봐줄 수 있도록 하겠다거나, 필수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들도 있다.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들도 같은 취지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읽어볼 수 있는 방향은 ‘공정’이나 ‘평등’이라는 가치를 제도에서 견지하겠다는 쪽이다.

약자들에 대한 제도적 배려 등을 통해 교육이 굳건한 ‘계층사다리’가될 수 있도록 역할을 복원하겠다는 공약, 부정이나 비리 등을 감시해서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공약, 유아 교육 기회를 충실하게 마련하여 교육 ‘출발선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공약 등이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모이는 것들이다.

이런 공약들에서 교육은 경쟁의 과정으로 그리고 사회적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Institution)로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개인의 선택(맞춤)이나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쪽의 방향을 들춰볼 수 있다.

‘1:1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거나, 학생에게 ‘교과선택권’을 주고 교육(이수)과정을 나름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 등에서 그런 방향을 읽어볼 수 있다.

이런 공약들은 교육이 사회 변화(수요)에 부응하면서 개인의 속성과 선호에도 호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바탕에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 공약은 ‘교육거버넌스’ 문제를 독립적인 항목으로 단호하게다루고 있다. 14개 교육공약 항목 가운데 마지막은,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초·중등 교육의 일은 학교와 시·도교육청 단위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 교육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항목의 공약은 다른 항목의 것과 충돌할 여지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항목들 가운데는, ‘교육부 기능 재편’을 어렵게 하거나, 재편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효과를 약화할수 있는 공약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공약이나 대입제도를 단순화(결국, 표준화)하겠다는 공약은 여전히 ‘중앙’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거버넌스 개편’ 공약에 따라 초·중등 교육이 학교나 시·도 단위의 자율에 맡겨진다 하더라도, 다른 공약에 따라 생겨날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전국 일률로 ‘단순화’될 대입제도의 구속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약의 상충(약화)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새 정부에서 교육거버넌스(특히 교육부 기능)의 변화를 도모하리라는 예상은 공약의 문면(文面)상 유효하다.

새 정부가 공약을 통해 내비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사실 크게 새롭거나 놀랍지 않다. 위에서 정리했던 네 개의 방향을 다시 돌아보면, 학부모나 학생의 부담을 완화하거나, 공정한 절차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정책 방향은 과거 정부에서도 채택했던 것이고, 그 취지 자체로 무리이거나 해롭다고 볼 이유가 없다. 사회의 변화나 개인차에 상응하는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방향도 낡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검증된’ 정책 방향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사회인식이나 개인별 교육 처치의 공학적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와 개인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방향은 특히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변덕스럽지만 획일적인 교육 정책의 폐해를 두고두고 지적해 온 우리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런 정책의 ‘원흉’으로 손가락질 되어 온 교육부를(‘거버넌스’를) 손봐야 한다는 선거 공약(정책 방향)도 뜬금없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해 있던 정책 담론 안에서 보면, 새 정부의 공약이나 그 공약이 시사하는 정책 방향은 크게 문제 될 것 없어 보인다. 이제까지 교육계에서 종종 거론해 오던 문제들을(예컨대, 사교육비, 성취 격차, 대입제도, 교육자치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해당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한, 거듭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런 정당성은 ‘문제들’을 문제 삼게 되면 뿌리부터 흔들린다.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정책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그 ‘문제들이란 것이 정말 문제인지 회의하게 되면,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의 의미가 증발해버린다.

관리와 제도에 치우친 교육 문제 해결 방안

우리는 교육 문제를 지나치게 관리 측면에서 규정해 왔다. 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할지, 학교에서는 모름지기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지, 근본적인 가치를 바로 세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소홀해 왔다.

우리는 주로 학교가 운영되는 데서 야기되는 ‘제도’ 문제에 주목해오기는 했지만, 제도가 실지로 어떤 교육을 빚어내는지(또는, 진정한 교육을 빚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새 정부의 교육문제 인식이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도 ‘관리’(운영)나 ‘제도’에 치우쳤던 기존의 관성에 매몰되어 있다.

이를테면, 새 정부는 학생들에 대한 ‘맞춤’을 위해 필수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 학교 교육의 ‘필수’ 요구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원성이나 일탈도 커지면서, 그 ‘잡음’을 관리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받아들이면, 필수를 줄여주고 교과 선택도 흥미가 가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안을 그 해결책으로 고려하는 것은 매우 지당해 보인다. 입학전형과 같은 사태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늘 문제가 되므로, 그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객관적인’(‘투명한’) 사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 공약의 바탕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인식도 자리 잡고 있어서, ‘정성평가’보다는 ‘정량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전형 정책을 잡아가겠다는 방향도 채택되었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는 네 가지 정책 방향

관리나 제도의 잡음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면 교육이란 본령을 간과하게 된다. 관리나 제도의 잡음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물론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잡음만의 문제라면 당연히 없애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관리나 제도상의 잡음에만 주목하면 정작 관리나 제도가 보양해야 할 교육은 돌보지도 않을 수 있고, 잡음을 해소하려는 방책들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해버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위험을 새 정부가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네 개의 정책 방향에서 예견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학부모나 학생들의 교육 관련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그 자체로 해악이라고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담을 줄이려는 방책들이 교육의 의미를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면 사태는 다르다.

예컨대, 필수 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선택대로 가르치겠다는 정책 방향은, 학교 교육의 정의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전까지의 학교 교육을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많은 필수 교과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면, 새로운 정부에서는 그 규정을 최소의 교과만 필수로 부과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선택대로 가르쳐도 되는 것으로 바꾸는 셈이 된다.

교육(기회)을 공정하게 운영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에서도, 교육의 본연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 학교 교육을 계층 상향 이동의 수단으로 보는 입장에서 ‘공정한 운영’이란 요건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계층 이동 경쟁의 맥락에서 학교 교육을 보고 공정한 운영이란 맥락에서 교육의 과정을 관리한다면, 학교 교육은 또 다른 의미로 변질하게 된다.

교육을 지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때와 지적인 안목과 인격적인 덕성을 갖추어 가는 과정으로 볼때, 정의(定義)는 판이하다. 이런 차이를 숙고해봄이 없이, 교육을 출세 사다리로 보는 ‘상식’에 충실하고 그런 상식에서 파생되는 민원들을 해소하려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학교 교육에 대한 원초적인 논의를 생략하는 잘못를 범하는 것이다.

사회 변화나 개인 필요에 조응하는 ‘맞춤형’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이나, “소통·협력·효율성을 높이는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다”라는 방향도, 그 방향에 전제된 교육의 의미나 상태가 어떤 것일지 검토해 볼 이유마저도 간과하는 상태에서 천명되고 있다.

요컨대 이와 같은 방향은 학교 교육을 많은 사람의 의견에 따라 도모해야 하는 사업으로 전제하고, 집단(국가)적인 생존의 수단으로 전제한다. 이런 전제도 보편적으로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교육은 다중의 의견에 반하더라도 관철해야 하는 사업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내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업일 수도 있다. 교육의 이런 의미를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부 교육 정책은 자칫 교육을 바로잡기보다 그 정수(精髓)를 훼손할수 있다.

진정한 교육 발전을 이루기 위한 성찰

새 정부가 진정한 교육 발전을 이루려면 이미 표방한 공약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새 정부의 교육 공약은 과거 정부(개혁 시도)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는 논리와 근거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학교나 교육의 문제들은 학교나 교육의 의미를 정리한 기반 위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육이 담고 지탱해야 할 가치에 비추어, 그 가치 구현을 막는 걸림돌들을 문제삼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다양한 연유로 채택되었고, 그 연유들은 정연하지 못하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대체로 주변적인 것으로 교육이라는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공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한다”라는 새 정부 공약(정책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런 공약이나 슬로건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거듭 나왔다. 이때 ‘공교육 혁신’이란 공교육이 사교육 수요까지 충족시켜주거나, 아예 사교육 수요가 일지 않도록 재정립하는 것을 뜻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혁신)는 바람직한가? 그렇게 혁신된(변화한) 공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사교육비를 낮춘다는 ‘주변’ 문제에 몰두하다 공교육의 본연을 훼손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공약과 정책을 다듬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핵심’ 질문들은 생략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 새 정부에서도 그렇다.

교육 정책의 방향을 잡기 위한 질문은 먼저 우리가 원하는 학교(또는 교육)의 모습에 대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질문을 통해 학교와 교육의 본연을 규정하고, 그 본연을 지키고 확장하는 구도 안에서 문제들을 포착해야 한다.

이런저런 연유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그 문제들이 함축한 학교나 교육의 의미가 서로 엉키고 갈등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과제로 채택한다면, 그렇게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 교육의 사태를 호전시키기보다 악화시킬 것이다.

새로운 정부에서 바른 교육 정책을 추구하려면, 이제까지 제기되어 온 정책 ‘문제들’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먼저 학교와 교육의 본연에 대한 입장을 바로 세우고, 그 입장에서 문제들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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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정 기자  hjkara@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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