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0일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외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대입제도 단순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되는 다양한 교육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를 설립해 교육부의 일부 기능을 국가교육위원회(가칭)로 이관하는 교육부 개혁 공약도 내건 바 있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개혁하겠다고 했고, 국정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취임 즉시 관련 정책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에듀인뉴스는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정책들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전문가를 초청해 진단했다.<에듀인뉴스 편집국>

[참석]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 최운실 아주대 교육학과 교수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사회]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정리> 지준호 기자

 

(사회) 새 정부의 교육 관련 공약에 의하면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한다고 합니다.

하윤수) 새 정부에서는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총은 교육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교육회의와 같은 범정부적인 기구 설치 필요성에 동의합니다. 저희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국가교육회의와 같은 범정부적 기구를 설치할 것을 지속해서 건의한 바 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적인 교육비전 및 방향의 수립, 그리고 지난 정권 내내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 국정역사교과서 문제 등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을 범정부적이고 초정권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기에 적합한 기구입니다.

회의에서는 긴 안목으로 수립해야하는 장기적 교육 정책을 만들고, 좌·우, 보수·진보의 갈등 관계에 있는 교육 문제들을 조정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하고,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장기 방향에 대한 기획 및 집행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교육부의 초·중등 교육 기능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중앙 교육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 정부는 지방분권화의 관점에서 교육부를 축소하기 위해 주요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려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기와 산업인구로의 진입이 절벽에 이른 상황에서 국가 교육의 표준 지표를 만들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할 교육부의 기능 축소는 신중해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이 교육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적기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와 교육계의 충분한 여론 수렴, 시·도로 이관시의 역기능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이현청) 저는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찬성합니다. 교육과 국방, 안보는 정권을 초월한 정책 입안과 수행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길러야합니다. 탈정권, 탈이념, 탈정파를 지향해야 합니다.

교육은 국가의 근간이므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며, 정권 차원에서 완성하지 못한 교육개혁이나 아젠다의 경우는 법률로 정한 국가교육회를 통해 차기 정권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일부 교육학자들이 주장을 하고 있고,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논의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교육회의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정부마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필리핀도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회의가 있습니다. 분명 필요성은 있어 보입니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의 장·단기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된 안을 업무가 조정된 교육부를 통해서 시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살펴보면 사교육비 경감, 입시제도 간소화 등을 통해 주로 교육 평등이나 복지를 구현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입시제도와 전형요소 변경, 경쟁 위주의 특목고·자사고 폐지 그리고 예체능 교육 강화 등 고등학교 교육의 내실화와 함께 대학입시경쟁력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았더군요. 이런 정책들을 정권을 초월해 운영하자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대선 공약집에 의하면 교육부의 초·중등 교육 권한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 교육을 중심으로 담당하겠다고 합니다. 지방분권화 차원에서 현장 교육을 강화하는 조치로 판단됩니다.

그럼 교육부는 축소해야만 하느냐 하는 논란이 있어 보입니다. 실현성에 많은 쟁점이 있지만 안철수 후보의 경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학제 개편까지 이야기했듯이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교육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교육부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할 것인지 확대할 것인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쟁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사회) 정책의 일관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차원에서, 그리고 초·중등 사이에, 대학 간에, 평생 교육과 학교 교육 사이에 생기는 갈등을 조정할 기구는 필요합니다. 정책의 일관성, 중립성, 갈등의 요소에 비추어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교육회의는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교육부를 축소하고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교육을 관장한다는 것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교육부는 그대로 두고 교육부의 업무를 견제하는 역할을 국가교육회의에서 하면 어떨까요? 갈등 요소를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요.

(최운실) 교육부가 회의의 조정을 받아들일까요?

(사회) 회의의 권한과 역할을 공식화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통해 명령하듯이 국가교육회의도 교육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을 판정하고 명령을 하는 기능이 있어야겠지요.

(이현청) 국가교육회의가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해선 법률로 제정해 법적 구속력과 권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중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체제’라는 부분이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의 교육 환경이나 직업 환경으로는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도 개편해야 할 역할과 기능이 많습니다.

언젠가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군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지옥의 고리가 되는 의대나 법대 관련 직업군을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직업군으로 예측했더군요.

또한 미래학자들은 2040년에는 전세계에서 10개 정도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리적 통계로 따지면 2024년이 되면 우리나라 대학도 70%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입시로 인해 사교육이 격화되어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는 우리나라의 교육 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장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습니다. 정권을 초월하는 국가교육회의가 개혁의 틀을 만들고 교육부는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 아젠다를 설정하고 각 부처가 나누어 시행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의 틀입니다.

(하윤수) 현재 교육계는 대선, 지방선거, 교육감선거 등 각기 다른 선거로써 대표성을 갖게 된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때문에 이중, 삼중의 정치적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교육감은 주민과 학부모가 선출하는 데 반해 교육부장관은 임명된 사람에 불과하다는 교육감의 의식과 교육부의 교육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갈등이 증폭되어 왔습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시·도 교육청에서 왜 따라야 하느냐며 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이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좌·우, 진보·보수와 같은 이념 대립이 없어져야 합니다. 사회자께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말씀하셨는데 교육감 직선제 시행 이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교육법정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학과 교수>

(최운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공존 가능성이나 역할 분담 등에 관한 문제를 논함에 있어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개혁안의 현장 구동 가능성과 실효성 담보’입니다.

새 정부에서도 국가교육회의를 두어, 정책 입안 및 의사결정과 심의권 등을 무게감 있게 부여할 것으로 보여 지는데요. 새롭게 구성될 교육개혁기구에는 실질적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서 제안된 개혁안들이 사장된 안(案)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장에 적용되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국가적 구동 활성화 메카니즘’을 확고하게 담보해 주어야 합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기껏 연구해 놓은 보고서들이창고에 잔뜩 쌓이게 되는 ‘그림자 국가교육회의’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회의와 같은 교육개혁기구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즉 ‘사람 요인’의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실제 개혁 정책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를 걸어 움직여 주는 ‘강한 회의’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제가 최근에 몇몇 분들과 광복 70주년 《교육정책 변동사》를 집필하고 있는데요.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교육개혁회의와 같은 개혁 기구들을 설치, 운영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더군요. 가히 ‘회의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관련 개혁 회의들이 많았습니다.

반복적으로 새로운 회의를 구성하고 동종이형의 비슷비슷한 개혁안들을 양산해 내는 시행착오의 반복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무수히 많은 정책 아이디어들이 이미 역대 정부들에서 제시되었던 만큼 이번에는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적 비중을 가리고 이를 현실에 맞게 조율하면서 갈등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 공감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해답을 몰라서, 또는 방안이나 개혁 아이디어가 없어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교육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역대 회의들에서도 나름대로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책연구에 따른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만, 만들어진 정책적 결과물들이 선언적 수준에서만 회자되었을 뿐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채 사장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의 정책들은 거의 대부분 폐기되거나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어 버림으로써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이번만큼은 그러한 폐단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육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중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의와 교육당국간 관계 설정과 역학적 관계 구도 또한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봅니다.

초·중등 교육이 교육청으로 상당 부분 이관된다고 전제할 때 교육부의 역할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부문에 방점이 두어질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정책적 광속 변화에 신속히 감응하는 교육부의 대대적 기능 조정과 역할 재편이 필요합니다.

(사회)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무상의무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남희) 우선 무상과 의무의 의미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무상이 곧 의무는 아니며, 의무도 곧 무상은 아닙니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말의 의미는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과연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특히 유아 교육은 의무 교육도 아닌데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오해를 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낮아지는 출산율을 해결하려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책임을 져주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책임이란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다 커서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금을 줄 건가요? 근시안적이고 인기 영합형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우리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무상 보육에 관한 만족도 조사를 해보았는데요, 무상 보육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인식보다는 지원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사교육을 더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응답이 30%를 넘었습니다. 1년에 몇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가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키운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2012년부터 시행한 무상 보육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상 보육 시행 이후에도 출산율은 자꾸 떨어져 2016년에 합계출산율 1.17을 기록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데 왜 계속 무상지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양육할 능력이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기관으로 보내고 있어 가정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가는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의 의견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부가 무상 보육을 확대한다고 하는데,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 무상에는 의무의 개념이 함께 따르기도 합니다.

(우남희) 유아 교육은 의무가 아니므로 교육에서의 무상이라는 개념과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이러한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무상을 유아 교육에 적용하다 보니 부모의 책임만 없어지고 있습니다. 무상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사회) 대가족 시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봐주었습니다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고, 맞벌이하는 부부도 많다 보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국가의 지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 아닌가요?

(우남희)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꼭 필요한 상황에서 무상 보육을 이용하는 가정의 통계를 내보면 50% 정도더군요. 단적으로 작년에 맞춤형 보육을 시행할 때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맞춤형 보육을 전업주부 차별 정책이라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전업주부는 하루에 최대 7시간까지 무상으로 아이를 기관에 맡길 수 있지만 취업모들은 최대 14시간까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양육은 곧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엄마가 갓난아기를 하루에 7시간씩 떼어놓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육아 정책은 아이의 발달 단계,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취업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취업모를 위한 육아 정책이 필요하지만, 평등을 이유로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적용하면 이러한 불협화음도 생긴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육아 정책은 가정양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식의 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돈을 지원하는 형태의 정책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회) 초·중등 학교에서는 돌봄 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하윤수) 돌봄 교실과 방과후학교 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교육적 기능과 보육 기능까지 학교에서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현장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령기의 학생들과 관련한 공적서비스가 지나치게 학교에 유입됨으로써 학교에 심각한 피로감을 조성해, 오히려 공교육의 본질적 교육활동을 훼손하고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정책을 펼 것인지는 학교현장과 현장 선생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지자체와 학교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학교가 본질적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는 돌봄교실 운영을 위한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고, 지자체 및 지역사회의 기관·단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새정부가 이러한 학교현장의 여론과 요구를 사려깊게 살펴보고, 돌봄 교실과 방과후학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이현청) 또 다른 측면에서도 학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학부모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의 입시교육은 특정 학교, 특정 학과에 진학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 변화하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지 걱정입니다.

제가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한국 교육 현상에 대해 “학생은 시험에 취해 있고, 학부모는 과외에 취해 있고, 온 사회는 교육에 취해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제가 대학과 교육기관에 있으면서 입시 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대안을 제시해 봤지만 학부모들은 금세 편법을 찾아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입시지옥의 문제는 입시제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학부모는 뉴욕에 가든 북경에 가든 한국식 과외를 만든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회) 대입 제도는 논술과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수능으로 단순화한다고 합니다. 또한 2021년부터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변경한다고 하네요.

(이현청)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은 국가지원형입니다. 국가에서 관여해 가이드를 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며 그중 하나가 입시 제도 단순화입니다. 단순화의 핵심은 학생부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입니다. 특별 전형과 같은 유형은 손보고 수능은 장기적으로 자격 고사화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수능 자격 고사화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203개 정도의 4년제 대학 중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은 약 30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능 성적과는 관계없이 선발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선발전형으로 수능을 필요로 하는 대학을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또한 수능은 국가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전형요소로서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해왔는데, 앞으로는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죠. 사실 학생부는 성적 인플레이션 때문에 학교에 따라서는 변별력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입시 제도 개혁의 기본 취지는 동감하지만 대학들의 고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제에는 단선제와 복선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단선제입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누구나 원하면 진학할 수 있는 체제지요. 유럽은 복선제입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대학에 진학할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선별해냅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고졸희망시대라고 해서 선교육훈련경험을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참 좋은 공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경험중심 학점제라고도 하는데 대학 입시는 경험중심 학점제와 함께 맞물려 보완할 때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윤수) 학생들의 진로는 대학 진학과 취업으로 나눠져야 합니다. 이미 중학교에서 진로와 직업 탐색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70, 80년대에는 산업기술인력 양성의 직업교육이 중시되면서, 직업계열(전문계고)이 대학진학계열(인문계고)보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임금 수준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급여 차이가 상당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너도나도 대학을 진학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으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저희는 고졸 후 현장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면 그 이후에는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문 캠프에 제안했습니다.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착근시키고, 이러한 학생들은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 역량을 키워주고 임금차별금지법과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대학 졸업자와 임금 수준을 맞춰줘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소모적 입시경쟁과 고질적인 사교육 부담의 해소가 가능할 것이고, 학령기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직업세계 변화에 대응한 전문인력 양성으로 미래 경제성장 동력도 확보될 것으로 봅니다.

<에듀인뉴스 정책좌담 '새 정부가 펼칠 교육 정책을 기대한다'에 참석한 (왼쪽부터)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최운실 아주대 교육학과 교수,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사회)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과 학교 격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좋은 정책이 될 것 같습니다.

(최운실) 일학습병행제나 선취업 후진학제도들은 이미 평생직업교육분야에서 다양한 제도를 통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시행초기인 제도들이 많아 섣불리 공과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방금 사회자께서도 말씀 하신 것처럼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다 해도 구태적 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제도들이 연착륙하기가 어렵습니다. 방송대학이나 산업대학,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독학사제도 등 다양한 트랙을 통해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다트랙 대안적 고등교육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른바 ‘SKY 대학’ 중심의 학벌의식이 만연해 있어서 대학구조의 정상화와 균형 발전도 요원합니다.

대학간 불균형과 차등화, 서열화 구도가 아직 개선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적 한계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학의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일류대학만 바라보고 있으니, 학생수급불균형이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거점대학 육성 등 여러 방책들을 내놓고있지만 녹록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유사한 정책들이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부정적 선례들이 많으니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지책이라도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학구조조정이 평가 연동형 차등 재정지원 정책과 맞물려 있어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요. 설상가상으로 반값 등록금과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보니 수도권의 초대형 명문대학들 조차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혈투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대학과 소형대학들은 날로 피폐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가 특단의 해법으로 시급히 대응해야 할 우선적인 정책 분야라 생각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직장인 등 이미 대학을 졸업한 성인학습자의 재입학 비율과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평생학습세상’이 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트렌드 하에 최근 다수의 대학은 재교육 집단이나 성인학습자를 위한 ‘성인친화형 대학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내 손안의 24시간 안방대학을 상징하는 대규모 온라인 학습 무크(MOOCs) 등과 같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이 크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단과대학이나 미래 라이프 대학 등에 은퇴한 노년학습자 및 베이비붐 세대 성인학습자들이 몰리면서 대학의 인구 구성 패턴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3인생 대학이라 불리는 U3A와 대학이나 방송대학의 프라임 칼리지처럼 비학위과정과 학위과정이 결합되는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향후 고등교육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희망을 가져 봅니다.

(이현청) 4차 산업혁명기에는 학습자가 원자화됩니다. 원자화된다는 것은 학습자가 학교에 갈 필요도 없고 정해진 교과 과정을 이수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가 매우 많고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학습도 정해진 캠퍼스를 중심으로 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무크 수강 학생이 6,800만 명이었고, 2016년에는 9,000만 명이 되었습니다. 세계의 대학생 수를 1억3,000~4,000명으로 추산하는데요, 이 학습자들이 전부 무크로 대학 강의를 수강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평생 학습자든 정규 학습자든 인터넷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게 됩니다.

2030년이 되면 78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453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합니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의 90%는 새로운 직업에서 일하게 되죠. 학부모들이 이런 세상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인식을 바꾸면 우리 교육이 확실히 좋아질 것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합니다만, 입시제도 그 자체만 바꿔서는 입시 문제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고졸자들의 취업할당제라도 도입해서 선취업 후 언제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업도 창출한 이윤을 대학에 가고자 하는 직원을 위해 아낌없이 재투자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해 대학의 서열화를 방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며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합니다. 국·공립대학을 연구, 교육, 직업 등 기능별·거점별로 특화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관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현청) 거점 국립대학에 관한 논의는 과거 여러정부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특성화 대학, 실험 대학 등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연합 대학, 거점 국립대학, 공영형 사립대학의 모델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재 거점 국립대학을 제외한 중소규모 국립대학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문 대통령은 대학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거나 연합 대학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거점 국립대학을 적정규모로 육성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강원대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거점 국립대학으로 운영하는 대학들의 연계라든지 연합 형식이 되는 것을 찬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파리 1 대학, 2 대학, 3 대학 등과 같은 형태로 국가지원형, 국가육성형 거점 국립대학으로 변화를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70% 이상이 사립대학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사립대학과의 연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지역에 개설된 중복학과를 통폐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이러한 대학 체제의 변화는 국가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요?

(이현청) 국립대학의 경우 설립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회적 수요가 없거나 투자가 막대하게 드는 이공계나 기초학문과 인문사회기초와 같은 분야는 국립대학을 특화하는 전략으로 국가가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사립대학이 소외될 수 있습니다. 사립대학은 여전히 국가의 간섭은 받고 있으면서도 지원은 충분히 받지 못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의 인디애나 주 같은 경우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을 하나의 캠퍼스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리서치 유니버시티와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커뮤니티 칼리지를 연계해 운영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 모델은 괜찮다고 봅니다만 사립의 역할과 기능, 지역 특성화와 관련된 편재를 어떻게 조정할지, 국가교육 주체로서 선두 역할을 하는 대학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새 정부는 초·중등 교육, 대학교육, 평생교육, 그리고 취학 전 영유아 시기의 교육 등 모든 교육 관련 제도와 정책, 그리고 현장의 변화를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문제의식에 몰입하여 주도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에 따라 우리의 교육이 건강한 체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