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

1. 거꾸로 교실의 확산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은 교사들이 결성한 ‘미래교실네트워크’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그 발단은 2014년 <KBS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된 ‘21세기 교육혁명-미래 교실을 찾아서 1편, 거꾸로 교실의 마법’에서 보여준 교육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2015년 ‘거꾸로 교실의 마법-1,000개의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거꾸로 교실을 도입한 다양한 교실 현장이 소개되었다.

이렇게 빠르게 확산한 데는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혁신네트워크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또한 학습에 필요한 내용은 동영상 강의로 집에서 공부하고 수업 시간에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거꾸로 교실’의 필요성과 장점을 인정, 2018년도부터 일반 학교에 확산·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거꾸로 교실은 콜로라도 농촌 지역에 위치한 우드랜드 파크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버그만(Jonthan Bergman)과 샘즈(Aaron Sams)1)에 의해 시작되었다.

인접학교로 스포츠나 다른 활동을 하러 가게 되어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들의 수업을 비디오로 녹화하여 보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 교사는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숙제하는 데 늘 유용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는 점과 교실 수업에서 ‘모든’ 학생이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적용·활용하는 수준의 진정한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의식 교실 수업은 웹 기반 온라인 수업(집에서 숙제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교실 수업은 학습자 중심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적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설정한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거꾸로 교실을 소개한 책자에서 자신들은 1) 거꾸로 교실을 실행하기 전에도 항상 탐구학습과 프로젝트 학습을 수업에 포함했으며, 2) 스크린캐스트 비디오를 수업 도구로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였으며,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거꾸로 교실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 거꾸로 교실에 대한 용어는 자신들이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니며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된 것으로서, 단 하나의 정해진 거꾸로 교실(The Flipped Classroom)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1) Bergmann, J., & Sams, A. (2012). Flip your classroom: Reach every student in every class every day. Alexandra, VA: Alexandria.
 

2. 거꾸로 교실의 개념

거꾸로 교실의 개념은 단순해서 이해하기 쉽다. 수업과 숙제를 하는 장소를 뒤바꾼 것이다. 학생들은 집에서 교사가 제작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내용을 학습하고, 교실에서는 그 시간에 그것을 적용하고 심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버그만은 블룸(Bloom)의 인지 위계 그림을 가지고 거꾸로 교실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2) Bergman, J. (2017). Solving the homework problem by flipping the learning. Alexandria, VA: ASCD

[그림1]의 왼쪽 삼각형에서 보면, 전통적인 교실에서는 암기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낮은 단계의 공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반대로 학생들은 교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집에서 문제를 풀거나, 프로젝트를 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높은 단계의 숙제를 해야 한다.

거꾸로 교실에서는 이것을 뒤집어 낮은 단계는 집에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 공부하고, 더 높은 고차원적 사고는 동료 학생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교실에서 학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버그만과 샘즈는 낮은 단계의 강의내용은 비디오 동영상으로 만들어 집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교실 수업 시간은 프로젝트, 탐구학습, 토의·토론 등을 수행하는 과제를 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초·중·고·대학 교실을 변화시키는 동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거꾸로 교실에 대하여 비숍(Jacob Bishop)과 벌거(Matthew Berleger)3)는 왜 그것이 학습자 중심인지, 왜 거꾸로인지에 대해서 교육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실행에 도움이 되는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있다.

거꾸로 교실은 교육 방법이며, 두 개의 요소로 구성되는 데, 첫째 요소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적 그룹활동이며, 둘째 요소는 교실 밖 컴퓨터기반 개별화 수업이다.

즉 거꾸로 교실은 테크놀로지-비디오·컴퓨터 기반 기술-를 교사와 학생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만들어 교실 밖 수업에 활용하고, 교실에서는 학습자 중심의 상호작용적 그룹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3) Bishop, J. L., & Verleger, M. A. (2013). The flipped classroom: A survey of the research. In the proceeding of the 120th American Society for Engineering Education Annual Conference & Exposition, Atlanta, USA.

3. 거꾸로 교실의 교육적 의의

거꾸로 교실은 초고속연결 사회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사물 인터넷, 광속의 인터넷망, 클라우드와 같은 무한대의 자료 저장고, 빅데이터 등의 활용이 보편화하고 AI를 적용한 다양한 기술의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비디오 동영상도 지금보다 더 복잡한 내용을 상호작용적으로 개발하는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학교 교실 수업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데 필요한 학습자 중심의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고, 능동적 수업 참여와 프로젝트, 탐구학습, 토의·토론학습, 협력학습 등 학생 간 상호작용적 그룹 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생과 학생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적 활동을 강조한다고 할 때 교사는 학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적 활동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거꾸로 교실을 전파한 버그만과 샘즈는 거꾸로 교실에 완전학습의 개념을 접목할 것을 제안하였다. 거꾸로 교실은 궁극적으로 ‘거꾸로 완전학습 교실 모델’(The Flipped Mastery Model)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비디오 동영상 강의와 교실 수업 활동을 통해 ‘모든’ 학생이 높은 수준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그만과 샘즈는 수년간 거꾸로 교실을 실행한 후, 그들이 경험한 교육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학생들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

즉 비디오·디지털 문화와 싸우기보다 디지털 학습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다.

둘째, 바쁜 학생들의 시간관리 능력을 길러준다. 학생들은 스스로 비디오를 언제, 어디에서 볼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셋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상호작용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동안에 교사는 학생들 사이를 다니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도울 수 있다.

넷째, 녹화된 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볼 수 있기 때문에 능력이 다른 학생들이 모두 최고 수준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다섯째, 학생들이 선생님을 멈추게 하고 다시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선생님을 멈출 수 있고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수업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증가시킨 것이다. 그러나 교실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과 면대면 수업의 이상적 블렌딩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가 상호작용하도록 늘려가는 방법이다.

일곱째, 교사-학생이 상호작용할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교사는 개별 학생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고 학생들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덟째, 학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을 증가시킨다.

거꾸로 교실의 가장 큰 장점은 교사가 더 이상 강의자가 아니라 튜터 역할을 하므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협력하는 학습조직과 학습문화를 발전시켜나간다.

아홉째, 학생 맞춤형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 교실에서 교사는 수업을 관찰하면서 핵심이해에 도달하지 않은 학생을 발견할 수 있고, 개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열째, 학급경영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더 이상 학생들을 제어하거나 떠드는 학생들을 지적하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상호작용적 그룹 활동을 하는 가운데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은 금방 제풀에 포기하고 학습에 집중하게 된다.

열한째, 부모와 학부모와의 대화 방식을 변화시킨다. 부모는 학생의 행동이 아니라 자녀가 학습하는지에 질문하고, 어떻게 부모가 자녀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열두째, 부모를 교육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종종 부모들은 비디오 동영상을 통해 자녀와 함께 내용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열셋째, 수업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효과가 있다. 교육을 불신하는 사회에 대해 비디오 동영상은 교실 문을 열고 수업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효과가 있다.

열넷째, 교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에 오지 못할 때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해준다. 열다섯째,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에 맞게 높은 수준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학습자 중심의 학습 모형에 열정을 가진 교사들에 의해 실천되어서 교사들이 이해하기 쉽고 활용하기 쉽다. 그리고 그 방법은 첨단 융합기술의 활용이 점차 보편화된 시기에 고안되어서 확산의 속도를 높였으며, 그러한 기술 활용을 통해 교실 수업을 학습자 중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4. 거꾸로 교실의 한계

반면, 교육 방법의 혁신이라 평가받는 거꾸로 교실은 ‘어떻게’를 담는 교육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무엇을, 왜 가르치는지 그리고 왜 그 방법으로 학습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거꾸로 교실을 전파한 버그만과 샘즈는 그들의 저서에서 자신들은 거꾸로 교실을 적용하기 전에도 언제나 탐구학습과 프로젝트 학습을 수업에 포함했으며, 학생들이 그러한 복잡한 활동을 하는 데 충분한 기반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늘 숙고했다는 점을 밝혔다.

그들은 그들이 가르치는 교과에서 탐구학습과 프로젝트 학습 같은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기반 지식에 대한 불충분한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디오 동영상 강의라는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교실을 학습자 중심의 상호작용적 그룹 활동이 가능한 학습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거꾸로 교실이 방법의 혁신에만 머물렀다면, 앞서 살펴본 교육적 의의는 쉽게 현실화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미래 사회에서 거꾸로 교실을 통해 길러주어야 할 핵심역량은 무엇이며, 그것을 기르기 위해 교과에서 길러주어야 할 교과역량은 무엇이며, 그것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이 핵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기반 지식은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기반 지식은 교과서의 표면적 지식이기보다는 학생들이 교실 수업에서 학습자 중심의 탐구학습, 토의·토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 협력학습 등을 통해 발견하고 적용하고 활용하는 데 기반이 되는 빅 아이디어, 일반화 또는 원리, 개념 등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교과서에 제시된 사실적 지식을 뛰어넘는 전이가 높은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 또한 단순한 지식의 암기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앞서 제시한 블룸의 인지 위계 뒤집기 그림의 해석과 관련하여 집에서 학습하는 비디오 동영상이 낮은 위계의 지식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식의 위계, 다시 말하면 사실, 개념, 일반화 또는 원리, 빅 아이디어는 인지 위계의 단계와 관계된다. 즉 높은 지식의 위계는 높은 인지의 위계를 요청한다.

따라서 집에서 학생이 보는 비디오 동영상에도 낮은 단계의 인지와 연결되는 교과서의 사실적 지식뿐만 아니라 교실 수업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가치가 있는 탐구학습, 토의·토론, 프로젝트 학습 등에서 요구하는 높은 단계의 인지와 연결되는 높은 위계의 지식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들은 여전히 교실에서의 활동과 인지적 부조화를 가져오는 지식을 집에서 공부하게 되고, 손과 몸만 바쁜 활동을 부산하게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교사의 비디오 동영상 만들기와 관련된 한계이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면서 재미있게 몰입하여 수업을 듣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 활용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 분량을 동영상으로 제공할 것인가 등을 고려해야한다. 상호작용 앱이나 기기가 존재하겠지만, 그것을 사용할 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비디오 동영상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한계로 남을 것이다.

다른 교사들이 만든 동영상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자신의 수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익혀야 하는데,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해 오지 않는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비디오 동영상을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접속을 관리하고 학생을 지원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가 온종일 학생 지원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인가? 또한 디지털 격차로 인해 비디오 동영상 강의 접속에 장애가 있는 학생을 도와주는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거꾸로 교실은 기술을 면대면 교실 수업과 블렌딩하여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였고 성공적 경험 사례가 많은 훌륭한 교육방법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더 우선적인 질문이 고려되고, 어떻게 ‘모든’ 학생이 높은 수준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는 방법적 측면에서 거꾸로 교실이 고려되고 활용된다면, 그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훌륭한 학습자 중심 교육방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