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부장

 

 

시작하며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정책들이 ‘대통령 업무 지시’ 형식으로 발표되고 시행되고 있다. 제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 위원회 구성’에 관한 것이었고 제 2호 업무지시(5월 12일)는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2018년부터 적용 예정인 국·검정 혼용체제를 검정체제로 전환하도록 즉각 수정 고시하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에만 적용하고 있는 국정제를 검정제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새 정부의 조각이 완료되면 교육에 관한 새 정부의 수많은 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표되고 시행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책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지향 목표가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최대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과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가야 할 오늘의 학생들이 성장, 발달해 나가야 할 방향과 내용은 무엇인가? 그러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과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주장과 논의들 중에서 가장 널리 공감되는 주장은 ‘자기 주도 능력’과 ‘개인 맞춤형 학습·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전자는 성장, 발달의 방향과 내용이라고 볼 수 있고, 후자는 성장, 발달의 내용을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주도 능력은 기존의 용어들, 예컨대 자결, 자립, 자율, 자주 등의 용어와 그 의미가 유사한 것으로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위를 하고, 통제하고, 주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능력은 개인이라는 한 인격의 근본을 형성하는 기본 바탕으로서, 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교육의 보편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개인 맞춤형 학습은 자기 주도 능력의 함양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인간 특성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최선의 교육적 방법이며 교육의 조건으로 인정됐다.

안타깝게도 자기 주도 능력은 오늘날 우리의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이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 자신의 운명과 인생을 스스로 결정, 개척해 나가는 능력이 가장 필요한 시대이건만 이러한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 개혁의 시급성을 말해 준다.

자기 주도 능력은 자기 주도 학습으로부터 성장, 발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핵심은 교육의 장을 자기 주도 학습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자기 주도 학습의 장은 개인·자기 맞춤형 학습의 장에서만이 그 발현이 가능하다.

개인의 흥미, 관심, 능력, 필요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이루어지는 개인 맞춤형 교육의 장에서만이 자기 주도 학습은 가능할 수 있다. ‘획일’과 ‘표준’으로 대변되는 오늘날 우리교육의 모습은 개인 맞춤형 학습의 장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이 현저한 격차의 해소가 교육 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자기 주도 학습이 개인 맞춤형 학습의 장에서만 가능하다면 이 둘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특정 학생이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배울 수 있으려면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나 학습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한 조건을 우리는 학생 맞춤형, 혹은 개인 맞춤형 교육·학습이라고 부른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과 학생의 개인 맞춤형 학습 또는 교육이란 두 가지 요소를 교육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것은 특정 정책의 결과, 또는 목표가 된다.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은 특정 정책의 수단이나 방법이 된다. 특정 정책의 목표와 수단, 방법이 결합하여 하나의 정책을 구성한다.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하여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것은 따라서 하나의 정책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자기 주도 학습과 개인 맞춤형 학습·교육은 하나의 정책, 하나의 개념이 된다.

학생의 개인 맞춤형 교육·학습은 교육의 기본적 보편적 원리다. 교육은 학습자의 특성(개인차)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원리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학생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을 실천하는 정도를 교육 발달, 혹은 선진 교육의 척도로 삼을 만큼 그 실현은 어려운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도 세계의 많은 나라는, 특히 선진국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로 고려하여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와 정책을 지속해서 개혁하고 있다. 우리 역시 ‘획일화, 표준화’로 대변되는 우리의 교육체제를 유연화, 다양화하여 학생들의 개인차를 최대로 고려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체제로 개혁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미국 메트 스쿨, 어떤 학교인가?

대안적 혁신 학교로서의 ‘메트 스쿨’ 모델은 2015년 현재 미국 16개 주 65개 학교와 세계 여러 나라(호주,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의 80여 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들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의 함양을 목표로 가장 포괄적인 수준에서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함양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바람직한 교육의 성과를 산출하고 있다.

메트 스쿨은 1996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시에서 처음으로 설립, 운영하기 시작한 4년제 공립 대안 고등학교로서 학교의 공식 이름은 ‘The Metropolitan Regional Career and Technical Center(도시지역직업기술센터: 약칭 ‘The Met School’)’, 당시 미국의 15~24세 학생 집단의 학업 중도 탈락 비율이 5%를 넘어서자 각 주는 나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들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였다.

로드아일랜드 주 교육청 역시 이 문제를 포함한 교육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민간교육자가 참여하는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중의 하나가 혁신적인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설립된 학교가 바로 메트 스쿨이다. 30여 년의 교육 경력의 민간 교육전문가, 데니스 리트키(Dennis Littky)와 엘리엇 와쇼(Elliot Washor)는 새롭고 혁신적인 유형의 학교 설립 및 운영 계획서를 교육청에 제출해 승인받았다.

이를 토대로 그들은 ‘Big Picture Company’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그들의 계획에 따라 6개의 소규모 공립고교가 포함된 네트워크 학교를 세우고 그들의 교육 운영 모델을 ‘Big Picture Learning Schools’이라고 불렀다.

학교가 설립된 프로비던스 시의 최하위 소득계층 거주 지역에서 5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한 첫해,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 입학생들의 평균 학력 수준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었고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다른 학교에 다니면서 한 달 이상 결석한 학생들이 50%를 넘는 정도였다.

매해 50명씩 받아들인 이 학교가 2000년 제1회 졸업자를 배출했을 때 그들이 보여준 성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제1회 졸업생의 졸업률은 95%, 대학진학률은 98%, 영어성취 평가 평균 점수는 89점, 수학은 45점으로서 이 지역 학교의 졸업률 56%, 대학진학률 38%, 영어성취평가 점수 79점, 수학 32점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2014년 프로비던스 시 자료, 매일신문 2014년 10월).1)

이와 같은 획기적인 교육 성과가 알려지면서 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의 모델을 따르는 많은 학교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걸쳐 광범하게 세워지게 되었다.

메트 스쿨, 운영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교육적 성취를 이룬 메트 스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운영상의 어떠한 특징들이 위와 같은 교육적 성과로 이어진 것일까? 인터넷 홍보자료에는 메트 스쿨 운영의 10가지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5가지의 1) 메트 스쿨의 교육 성과는 다른 수치로 전해지고도 있다. 2014~2015학년도 통계에 의하면 전 학생의 78%가 고교 시절에 대학과정 과목을 이수하였으며, 졸업생의 95~100%가 2년제나 4년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바 있다.

평균 출석률은 93%였으며, 졸업생의 49%가 지역사회의 각종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이 지역의 학교는 물론 미국 전체의 고교들의 수치에 비하여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특기할만한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별화 수업의 운영이다. 이 학교에서는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전체를 통해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흥미, 능력,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는 이러한 학교의 노력을 ‘One student at a time’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한 학생 한 학생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에게 적합한 교육적 처방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는 증거이다.

둘째, 교사와 학생들 간 친밀한 관계 구조의 형성이다. 메트 스쿨은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15명을 단위로 집단을 구성하고 각 집단에 지도 교사 1명씩을 배정한다.

이렇게 구성된 각 집단은 입학 시부터 졸업 시까지 4년간 계속 유지된다. 그리하여 이 집단은 ‘제2의 가족(Second Family)’과 같은 정도의 끈끈한 공동체가 되고 이 관계는 거의 일생 이어질 정도이다. 지도교사는 매일 집단의 구성 학생들을 만나서 상담하며 그들의 일상 하나하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지도한다.

셋째, 흥미와 인턴십을 통한 학습 활동이다. 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LTIs(Learning Through Interest and Internship)이다.

인턴십을 통한 학습은 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기 주도 학습과 개인 맞춤형 학습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능력 그리고 요구에 따라 공부할 주제나 과제를 결정하고 그러한 주제를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밖의 지역사회 기관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후 일주일에 2일을 관계를 맺은 기관에서 공부하는데, 지역사회 기관에서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 두기에 따라 몇 주간 계속되기도 하고 몇 년간 계속되기도 한다.

지역사회 기관에서의 인턴십을 통하여 학생들이 겪게 되는 교육적 경험은 메트 스쿨이 산출하는 교육적 효과의 대부분을 결정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넷째, 참 평가(Authentic Assessment)방식의 도입이다. 이들 학교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필평가 형식의 집단평가인 ‘시험’이 없다. 그 대신 모든 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과 결과에 대한 개별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별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되 학생들의 능력이 더욱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참 평가’ 방식의 평가 방식이 활용된다. 학생들은 매주 자신의 학습 진도 상황과 과정에 대한 ‘일지(Journal)’을 써서 지도교사에게 제출해 평가를 받는다.

매 분기로 인턴십 과정을 통하여 수행한 학습의 결과물들을 작품이나 공연 또는 보고서의 형태로 작성하여 공개적인 발표회(Public Exhibition)를 갖고 그에 대한 평가를 다른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들로부터 받는다.

그리고 매년 자신들의 학습 과정 전체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제출하고 이에 대한 평가도 받는다. 졸업 시에는 4년의 교육 과정 전체를 마무리하는 보다 완성도 높은 수준의 발표회를 한다. 전체적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조장하는 학생 맞춤형 평가 방식이 4년 내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학생지도를 위한 학부모와 지역 사회 성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꼽을 수 있다. 이 학교에서의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학습 내용과 과정을 계획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은 학습계획안을 작성할 때 지도교사와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교사, 학부모, 학생이 같이 협의, 협력하여 학습계획안을 작성한다. 학생들은 이렇게 작성된 계획안에 따라서 자신의 학습을 수행하며 수행의 결과를 일정한 시기마다 지도교사와 학부모 앞에서 발표한다.

특히 인턴십을 통한 학습 과정에는 지역사회의 인사들이 지도교사의 신분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정하고, 그러한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지역사회의 전문인사를 정한다.

그 후 학생은 지역사회의 전문인사와 같이 몇 주 혹은 몇 년간 시간을 같이 보내며 매우 중요한 교육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따라서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 안의 지도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밖 지역사회의 전문 인사, 그리고 자신의 부모 등 3유형의 성인들과 밀접한 교육적 관계 속에서 4년을 보낸다.

메트 스쿨, 자기 주도 학습과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메트 스쿨의 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작성한 개별적 교육과정(학습계획안)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자기 주도적 개별 맞춤형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학생 개별적 교육과정이 학생에 의해서만 작성되는 것은 아니며, 지도교사 및 부모와의 긴밀한 협의와 지도로 이루어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 개인의 흥미와 관심 그리고 능력수준이다.

학생의 교육과정(4년간의 학습계획안)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집단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성인 지도자들과 함께 작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기 주도적, 학생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학교에서는 보통의 일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교과목 위주의 표준화된 학교(또는 학급) 단위 교육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은 자신의 개별적 교육과정(혹은 학습계획안)에 의하여 자신의 학습 과정을 전개해 나간다. 물론 이 학교에 집단교육(Group Learning)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등교 후 9시 전체 모임에서는 모든 학생이 모여 교사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협의하는 집단 교육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소집단별로 흩어져 일종의 학급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집단별 모임을 한다.

이 시간에 각 집단의 지도 교사는 집단에 속한 학생들과 1대 1로 15분 정도의 개인별 면담 시간을 갖는다. 이 면담 시간에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의 개인별 학습진행 과정 및 문제들을 확인, 평가, 논의, 상담한다. 교사가 개인 학생들과 면담하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자율적으로 한다.

교과수업은 일주일에 3일 정도 진행되며, 2일은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인턴십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교과수업은 하루에 2차례 이루어진다. 이때의 교과수업 역시 일반적인 학교 수업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집단 체제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나 흥미, 수준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개별적으로 탐구하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필요한 경우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지도를 받는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필요, 수준에 맞추어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해 나간다. 따라서 거의 완전한 수준의 자기 주도적, 개인 맞춤형 수업이 이 학교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트 스쿨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기 주도적 개인 맞춤형 교육의 백미는 ‘인턴십 교육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인턴십을 통한 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 영역에서 자기가 수행하고 싶은 프로젝트의 주제와 내용을 선정, 계획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특정 물리치료를 위한 책자 제작, 카트 제작, 자동차 정비, 컨테어너 제작, 남미음식 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종류의 주제가 선택의 대상이며, 이러한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다양한 정보와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우선 프로젝트 계획안이 결정되면, 이를 수행할 지역사회의 특정 기관과 프로젝트 수행의 전 과정을 지도해 줄 전문가(Mentor)를 탐색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 사회에 있는 여러 기관을 방문하여 일일체험을 해 본다. 일일체험의 결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기관을 선정한다.

학교 밖 지역사회의 학습 기관과 그곳에서 자신을 지도해 줄 현장의 전문 지도교사인 멘토(Mentor)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학교의 지도교사와 현장의 멘토 그리고 학부모와 함께 인턴 과정 수행에 대한 개별 학습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

즉, 학생이 흥미를 느끼고 수행하게 되는 프로젝트의 내용, 진행과정, 수행 방식 등에 대한 계획을 작성한다. 그 후 작성된 계획에 따른 학습을 한다.

프로젝트는 학생의 흥미 지속 여부에 따라 몇 주간 계속될 수도 있고 몇 해 계속될 수도 있다. 자신의 흥미나 관심의 변화에 따라 프로젝트의 종류와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과제의 수행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전시, 발표하고, 그 모든 과정에 대하여 학생은 자기평가 보고서를 작성, 제출한다. 평가는 인턴십 최종 단계에 보여주는 결과물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도교사와 멘토는 정기적으로 만나 학생의 과제 수행에 관한 모든 영역에 대하여 평가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의 결과를 문서나 컴퓨터에 기록하고, 축적된 평가의 결과들은 이력서나 대입전형 자료로도 활용된다.

교사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안 교육과 학교 밖 현장에서의 교육이 의미있게 연결된다.

인턴십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의 관심이나 흥미의 변화에 따라 과제 수행의 종류를 얼마든지 변경할 수도 있다.

수행의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 제작하여 발표하며 발표 결과는 친구들이나 교사, 멘토, 부모 등 여러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다음 과제의 수행에 반영한다.

이 모든 과정 및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메트 스쿨 학생들은 강하고 효율적인 자기 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하게 된다. 맺으며 자신이 스스로 자기의 학습을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함양은 교육의 궁극적 목적 중의 하나이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필요나 요구, 흥미나 관심, 능력이나 적성 등에 맞는 것을 스스로 찾아 그것에 맞추어 공부하는 개인·자기 맞춤형 학습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자는 개인 맞춤형 학습자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내포한다.

다가올 미래 사회는 더욱더 절실하게 자기 주도적 학습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를 요구한다. 그리고 쉬지 않고 공부하며 지속적으로 자기를 변화, 혁신하는 평생학습자를 요구한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나 학교 밖에서 우리의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경험에서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다.

선언적 구호로만 요란한 자기 주도적 학습, 개인 맞춤형 학습을 어떻게 우리의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까? 이때 메트 스쿨 모델은 교육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자기 주도적 학습자로 만들어 가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시가 된다.

물론 메트 스쿨의 성공 모델이 우리의 현장에 그대로 접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례들을 지속해서 주시하고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주 세밀하게 그 과정을 살피고 이해해야 하며, 우리 상황에의 적용 가능성을 추출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해서 축적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 개혁의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질 것이다.

새 정부의 교육적 혁신에의 노력이 여러 종류의 사소한 교육적 문제로 흩어져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의미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혁신에의 열정이 자기 주도적 학습자의 형성을 위한 정책에 집중되어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구현하는 데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