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숙 전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4차 산업혁명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에 대비한 교육 혁신 필요성을 주장하는 요구가 높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할 것인지, 어떤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고,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전문가의 견해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함께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1.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변화

급속한 사회변화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발전의 양상을 보면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속도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나로서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그 변화의 자투리나마 따라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한 세대를 30년 단위로 잡고 세대 차니 세대갈등이니 하는 말을 하였지만, 지금은 1년이면 세상이 뒤바뀌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전, 1900년대를 마감하고 2000년이 막 시작되던 때가 생각난다.

21세기라는 새 천 년이 시작되는 해이어서전 세계적으로 많은 축하 행사가 벌어졌고, 사람들은 희망에 찬 예언들을 쏟아냈다. 사람들은 21세기를 지식사회 또는 정보사회라고 불렀지만, 21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십수 년만에 우리는 이미 지식사회를 거쳐 스마트 시대에 들어섰고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1780년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제조업에서의 획기적인 발전을 떠올리는데,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슈밥(Schwab, 2016)은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제조업에서의 기계화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변화이며,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산업에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대량생산이 촉발된 변화를 가리키고, 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술과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화가 이룩한 변화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지능 정보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지능 정보화란 인공지능, 지능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나노기술 등 기계가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디지털 ICT 기술이 물리학이나 생물학과 결합하여 인간과 인간의 연계를 넘어 인간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세계가 도래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가져온 인공지능 쇼크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던 일반인도 지난해 3월 알파고라는 컴퓨터가 바둑계의 고수인 이세돌 9단을 이기는 현상을 보면서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올해 봄 바둑계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의 커제(柯潔)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완패하고 나서 마치 신(神)과 바둑을 두는 것 같았다고 하는 고백은 이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016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도 세계 주요국의 정상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4차 산업혁명은 융합된 기술혁명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변화할 사회의 모습

지능 정보화로 특징되는 4차 산업 혁명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4차 산업 혁명이 단순히 과학기술의 진보적인 발전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의 양식을 크게 바꾸어 놓는 패러다임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1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기계로 대체시켰고, 2차산업혁명에서는 자동화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분업이라는 노동 형태가 생겨났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을 위한 노동의 형태나 직업의 유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가속적인 발전은 직업 속성의 빠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에 한 번 배운 지식이나 기술을 오랫동안 써먹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모든 일은 세계적으로 연결된 지구촌네트워크를 통해 집단지성화가 이루어지기에 혼자서 특정 분야만을 전문으로 하는 일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직업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기에 그에 따른 학습이나 교육의 형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2.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요구되는 능력은?

활자가 없던 고대 교육에서는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수사학이 주된 교육내용이었지만 활자의 발명과 함께 읽기와 쓰기가 교육의 중심으로 변화된 것과 같이 교육의 형태나 내용은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여 변화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교육이 단순히 전통적인 문화의 유지 계승만이 아니라 그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이라는 기능과 책무를 갖고 있으므로 사회변화와 교육은 더욱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것이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의 교육은 문화유산으로서 정선된 지식과 정보를 열심히 외우고 받아들여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이었다면, 산업사회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개괄적이고 표준화된 지식과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사회의 도래와 함께 지식은 학교 교실이나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은 온 세상의 구름(Cloud) 속에 무한대로 퍼져있으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만 움직이면 원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마음대로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지식이나 정보를 암기하여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식이 부족하거나 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지식을 어떻게 자기에게 맞도록 관리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더구나 지능 정보화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저장은 물론 어려운 문제의 해결과 풀이까지도 인공지능이 더 잘 처리해 줄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문제풀이 능력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문제 제기 능력 또는 문제창출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교육 중심축의 이동

지능정보 사회에서는 지식의 양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생산과 소멸의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지식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오늘 알고 있던 지식이 내일이면 쓸모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몇년 또는 몇십 년 뒤에 사회에 나가서 써먹는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교육은 아동을 가르치는 일(Pedagogy)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교육의 중심축이 성인교육 또는 평생교육(Andragogy)으로 옮겨져 왔으며, 앞으로 지능정보 사회에서는 자기주도교육(Heutagogy)의 필요성이 점점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자기주도교육이란 학습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거나 또는 직접 만들고 활용하며 동시에 타인과 공유해나가는 학습체제를 의미한다. 자기주도교육은 정해진 계획표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필요에 따라 학습자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학습체제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최첨단, 초연결, 초가상의 지능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지식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교육이나 문제풀이식의 교육은 존재할 수가 없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의 바닷속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을 선택하고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스스로 학습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자기관리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 문제를 창출하고 관련 지식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가는 창의적인 능력은 미래교육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일이나 문제 해결 또는 타인과의 소통은 모두 디지털 정보를 매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정보 처리능력은 모든 능력의 기초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체제는?

앞으로의 교육체제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점점 더 개방적인 체제로 변모해 갈 것이다. 시간이나 장소 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알고 싶은 내용을 학습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할 것이다.

세계의 저명대학들은 그 대학의 저명교수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배포함으로써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그 강의를 수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쌍방향 통신을 통하여 질의응답이나 집단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또한 학습체제는 더욱 개별화되어 갈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각자 자신의 학습 목표에 따라 자기에게 적합한 내용이나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스스로 학습계획을 마련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교사나 지도자가 있겠지만, 그들은 학생들의 자기학습을 도와주고 안내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3. 학교 교육 변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기관

이제 학교 교육 문제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이러한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장 큰 도전을 받는 곳은 학교다. 전통적으로 지식교육을 주된 임무로 수행해 오던 학교는 이제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친다고 해도 어차피 학교가 컴퓨터나 인터넷 또는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이나 속도와 싸워 이길 수도 없고, 학생들도 이제 더 이상 학교로부터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거나 기대하지도 않는다.

질문이 생기면 선생님에게 찾아가 묻기보다는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자기 스스로 즉각적으로 답을 찾는다. 학교는 이제 지식교육을 포기하고 문을 닫거나 아니면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에 놓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학교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학교는 암기식 지식 주입교육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하여야 한다. 이제는 암기한 단순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열심히 외워서 시험지에 답을 쓰고 나면 모두 필요 없는 지식이 된다.

지식의 암기나 저장은 물론 단순 조작은 기계에게 넘기고, 사람이 할 일은 그 지식을 다루고 조작하는 창의적인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학교 교육의 중심 목표는 당연히 창의성 함양으로 설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이는 지능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응하고 생존하기도 쉽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 교육 시행을 위한 조건

이러한 창의성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획일적 평등주의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

평등교육이란 모든 사람이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수준에서 교육받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자 자신의 적성과 진로 또는 문제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을 자기의 능력과 계획에 맞춰 학습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교육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 단일 교과서를 똑같이 사용하도록 한다던가, 대학입학수능시험과 같은 국가 관리의 단일화된 시험 방식은 학교 현장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창의적인 활동과 경험의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창의성 교육을 위해 산업화 시대의 산물인 객관식 검사는 학교현장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객관식 검사는 교육의 목적이나 타당성보다도 객관성만을 추구함으로써 지식의 단순 암기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능 정보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

앞으로 다가올 지능 정보화 사회의 학교에서는 지식교육보다 정의적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지식교육의 많은 부분은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맡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상호 소통과 협동 작업을 통한 집단지능이 절실히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본 학습은 인터넷이나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문제를 창출하거나 해결해 가는 작업은 네트워크를 통하거나 아니면 면대면의 공동 작업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과 소통하고 협동하는 대인관계 능력이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또한 점점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사회체제 속에서 인간의 의미를 찾는 정신(마음)교육의 요구는 점점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교의 개념 자체가 크게 바뀔 필요가 있다. 학교는 ‘교과서를 가지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곳’이라는 틀에 박힌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서 그들의 문제를 제시하고 교사의 지도로 상호 협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을 찾고 해결해 가는 학습광장 또는 학습공동체라는 개념과 인식을 정착해야 한다.

졸업장이나 법적 출석 일수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붙들어 놓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찾고 모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교육은 이제 학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린 학생 시절에만 배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4. 맺는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의 학교가 모든 것을 바꾸고자 하는 변화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학교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으로서 학교 교육이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변화에 가장 둔감한 분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변화의 시대이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학교도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고,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시대이다.

우리의 학교가 사회변화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학교가 학생들의 미래 생활을 준비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또 학생들 스스로 찾아오고 싶어 하는 장소로 변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