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꽃잎달기로 우리 교육을 살리자"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71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입니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의 말문에 적힌 날짜에 근거해 1945년부터 한글날을 10월 9일로 확정했으며, 2005년에는 국경일로 승격하고 2012년에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에듀인뉴스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 사랑이 국어 사랑으로 승화되어야 결실이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국어사전 꽃잎달기로 우리 교육을 살리자!’는 캠페인을 발기한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를 만나 한글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인터뷰 서정화 에듀인뉴스 편집위원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펴내 국어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사진=에듀인뉴스>

서정화) 안녕하세요. 전광진 교수님. 최근 연구년을 끝내고 학교에 복귀하셨는데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전광진)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연구년이었기에 강의 부담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뤄두었던 일이나 연구 주제를 다방면으로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고, 이를 통하여 연구 재충전이라는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서정화) 가장 특기할 만한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전광진) 2015년 3월 21일에 《국어사전 활용교육》이란 공저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공저자가 무려 35명이나 된다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교육계를 위시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국어사전 활용교육’의 중요성을 부르짖은 책이지요.

지난 1년간 연구 주제를 폭넓게 찾아보기 위하여 국어사전 활용교육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접근하였습니다. 그러한 심혈의 결과로,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국어사전 꽃잎달기 프로그램’(Day by day Dictionary Flower Program)을 구상하여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느껴집니다.

조국 광복을 맞이한 것은 7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교육 광복’(光復: 빛 광, 회복할 복)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단어가 무슨 뜻인지, 왜 그런뜻인지도 모르고 캄캄한 암흑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대명천지(大明天地)의 의미 세계를 안내해 주고 싶습니다.

서정화) ‘꽃잎달기’란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알쏭달쏭 다소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더 설명해주시죠.

<사전에서 찾아본 단어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이면 꽃잎처럼 보인다>

전광진) 먼저 다음 장의 사전 사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초등학생의 작품인데요, 저는 이것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 놀랐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사전을 찾아보면서 밑줄을 긋고 해당 페이지 상단에 하나씩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마치 한 떨기 국화꽃이 만발한 것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전에 스티커 붙이는 것을 ‘꽃잎달기’라고 표현해 봤습니다.

서정화) 그렇다면 ‘국어사전 꽃잎달기’는 국어사전 스티커붙이기란 말씀이네요, 그렇게 하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되나요?

전광진) 꽃잎달기로 사전을 꽃 피운 학생과 사전을 책꽂이에 잘 모셔 놓기만 한 학생의 머릿속이 과연 어떨까요? 우리는 누구나 머릿속에 사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 심리학에서는 심성어휘집(Mental Lexicon) 또는 어휘 기억(Lexical Memory)이라고 합니다. 이 사전에 들어있는 어휘가 많아야 성공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에서 활동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아는 단어의 한계가 곧 생각의 한계라는 뜻입니다.

우리 인간은 아는 단어의 수만큼 생각하고, 표현합니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아는 단어의 수’, 즉 어휘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어사전을 통째 머릿속에 꼭꼭 다져 넣은 학생과 그렇지 아니한 학생은 학력 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천양지차(天壤之差)입니다. 그래서 ‘국어사전 꽃잎달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습니다. 우리 교육의 희망봉이기도 하지요.

서정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단순해야 많은 사람이 참여할 텐데요.

전광진) 좋은 지적입니다. 국어사전 꽃잎달기는 대단히 간단하고, 참으로 쉽습니다. 매일매일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보면서 마주친 ‘낯선 단어’에 밑줄을 그어 놓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방과 후 또는 집에서 시간이 날 때 하루 30분 정도 스티커(꽃잎) 붙이기를 하면 됩니다.

이때 사전의 풀이 내용을 잘 읽어보면서 밑줄을 그어 놓으면 좋습니다. 그리고 스티커에 날짜를 적어 두면 훗날 다시 볼 때 연상 효과가 매우 커서 기억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불어나는 꽃잎을 보면서 공부하는 재미와 보람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꽃잎달기’ 학습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의 ‘꽃’이자‘열매’입니다. 더구나 국어사전이 각 가정에 한두 권쯤은 다 있을 것입니다.

집안에서 잠자는 국어사전을 깨우면 되니까 사전 구매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스티커만 사면 됩니다. ‘최저(最低) 비용’으로 ‘최다(最多)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입니다.

서정화) 최저 비용은 이해가 되는 데 ‘최다 효과’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보충 설명을 해주신다면?

전광진) 국어사전이 국어 과목 공부에만 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학부모님들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국어사전은 모든 과목에 쓰이는 어휘를 모두 다 싣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사전’, ‘과학사전’, ‘사회 사전’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영어사전은 영어 과목 공부를 잘하게 하고, 국어사전은 모든 과목 공부를 잘 하게 합니다. 국어사전을 잠재워 두기만 하지 말고, 매일매일 꺼내어 ‘꽃잎달기’를 하다 보면 어휘력이 쑥쑥 늘게 되고 이를 토대로 모든 과목의 공부를 잘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다(最多)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문제지 풀기가 나무의 ‘잎’에 물을 주는 것이라면, 사전 찾기로 어휘력을 올리는 것은 나무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잎에 물주기만 열중하는 예를 참 많이 봅니다. 문제지 풀기만 강요하는 학부모들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합니다. 생각이 깊어지자면 어휘력이 높아야 합니다.

서정화) 국어사전이면 아무것이나 다 좋습니까? 특별히 효과적인 사전이 따로 있나요?

전광진) 기본적으로 국어사전이면 다 좋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초등학생에게 효과적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국어사전 가운데 다(多)목적-다(多)효과의 종합 국어사전도 있습니다.

모든 표제어에 영어가 부기 되어 있어 영어 공부에 도움도 되고, 속뜻을 알 수 있는 한자 자훈이 명기되어 있어 한자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등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넘어 일석다조(一石多鳥)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종류의 사전이 집에 있다면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입니다.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을 생각하면 됩니다.

서정화) 전 교수님은 중문학자이신데 국어사전을 편찬하시는 등 국어사전 예찬론이 대단하시군요. 특별한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지요?

<전광진 교수가 펴낸 속뜻국어사전>

전광진) 저의 전공은 중국의 언어문자학입니다. ‘중국문자’란 네 글자를 우리나라에서는 두 글자로 줄여서 ‘한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자와 한자어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한자어 때문에 교과서 학습 자체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 일찍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2007년 10월 3일 개천절을 기하여 출판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3년을 더 노력하여 2010년에는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낱말이 무슨 뜻인지와 함께 왜 그런 뜻이 되는지 그 이유를 한꺼번에 다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암기에서 이해로’ 우리나라 교육의 틀을 바꾸게 하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 광복을 맞이할 기반을 닦고 싶었습니다.

서정화) 세종대왕께서는 표음 기능이 뛰어난 한글을 발명하셨고, 전 교수께서는 표음문자로 적힌 한자어를 보고 그 속뜻을 속속들이 잘 알 수 있게 하는 사전을 편찬한 점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일방통행의 1차선을 쌍방통행의 2차선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열정으로 우리말 한자어의 속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국민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국어사랑’, ‘한글사랑’에 앞장 서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어사전 꽃잎달기’가 우리나라 초등교육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