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전 광주교대 총장

교육 분야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교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정책에서 교원정책 분야는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분야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측면도 있지만, 교원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명확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에듀인뉴스는 교원정책을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좌담과 토론도 진행한다. 교원정책 담론을 형성하는 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I. 들어가며

이 글은 도 지역 초등 임용시험 미달과 현직 교사 이탈 사태가 생기게 된 역사적 배경, 최근의 현황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분석한다. 이어서 교대 졸업생들이 도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와 도 지역 근무 교사들이 근무 지역을 이탈하는 원인을 밝힌다.

마지막으로는 현직 교사의 근무 지역 이탈을 막고, 교대 졸업생들이 도 지역에 근무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한다.

II. 도 지역 임용시험 응시자 미달과 현직 교사 이탈 사태

1. 사태 출발의 역사적 배경

도교육청지역 초등 임용시험 응시생 미달과 현직교원 이탈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은 1986년 직할시를 독립된 지방자치단체인 광역시로 승격시키면서 도와 광역시간의 순환근무를 중단시킨 것이다. 순환근무가 불가능해지자 졸업생들이 임용시험을 볼 때 광주를 선호하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전남 지역을 기피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또 하나는 임용시험제도 도입이다. 1980년대 초반 도입된 졸업정원제로 인해 대졸자들의 일반 직장 취업이 어려워지자 임용 포기자가 줄면서 국립 사대생들이 주를 이룬 발령 대기자가 급증하였다. 그래서 1987년도부터는 사립 사대생을 위한 순위고사 자체를 폐지하였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90학번이 졸업할 때부터(94학년도)는 공개경쟁선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교원양성·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안’을 1989년에 발표하였다.

1990년 10월 8일 헌법재판소가 국립 또는 공립의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기타 교원양성기관의 졸업자 또는 수료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 『교육공무원법』 제11조 제1항이 평등권과 직업선택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 [전원재판부 89헌마89,1990.10.8]을 하자 교육부는 1994학년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공개경쟁선발제도를 1991학년도(1990년 12월 시험)부터 적용하였다.

2. 최근 임용 경쟁률 양극화 추이

최근 들어 임용 양극화 현상이 다시 시작된 시점은 7천 명 이상을 선발한 2014학년도이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2013학년도에 가장 낮았던 강원도(1.50)보다 낮은 1.41 대 1로 크게 떨어졌다. 그 사이에 많은 인원을 선발함에 따라 재수생이 줄어든 결과이다.

평균 경쟁률이 낮아지자 대도시 지원에 따른 불안이 줄면서 대도시 지역(경기도 포함)과 도 지역간의 경쟁률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4학년도까지는 미달된 지역은 없었다.

2015학년도는 전국 평균 경쟁률이 1.26 대 1로 더 떨어지면서 강원(0.82), 충북(0.86), 충남(0.84), 전남(0.92), 경북(0.90) 등 5개의 미달 지역이 생겼다. 그 이후 미달 지역을 포함한 도 지역의 경쟁률은 더 낮아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 모집인원은 2016학년도 2,696명으로 당해 연도 초등교원 양성대학 졸업 예정자(3,848명)의 77.7%에 달했고, 2017학년도는 2,682명으로 74.1%에 달한다. 수도권을 포함한 광역시 모집인원은 2016학년도 3,151명으로 졸업예정자의 81.9%에 달하고, 2017학년도에는 3,246명으로 졸업예정자의 84.4%에 달한다.

졸업생의 80% 이상을 광역시(경기도 포함)에서 선발하는 상황에서 도 지역이 미달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3. 도 지역 현직 교사 이탈 추이와 문제점

교사들(발령대기자 포함)이 현직에 근무하면서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현행법상 막을 길은 없다. 연합뉴스(이재윤, 2017)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용시험 합격자 중 현직교원 수는 2015년 472명, 2016년 675명, 2017년 556명이다. 합격자 중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7.7%, 2016년 12.0%, 2017년 11.5%에 이른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수도권을 비롯한 광역시 지역으로 응시하였는데 이들 중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합격한 사람 비율은 2015년58.9%, 2016년 77.6%, 2017년 64.9%로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III. 이탈 원인

도 지역을 기피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도시와의 근무 여건 차이다. 출퇴근의 어려움과 가족생활의 불안정뿐만 아니라 문화적 소외, 동 세대로부터의 격리, 열악한 주거환경 등 기본 삶의 질도 대도시와 큰 차이가 있다. 이와 함께 소규모 학교 교사의 높은 잡무 부담, 가정의 역할 부재에 따른 교육부담 등도 큰 것이 사실이다.

중등은 설령 광역시 지역을 선호하더라도 워낙 경쟁률이 높아서 도 지역 합격 후 다시 임용시험을 준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초등의 경우에는 앞에서 본 것처럼 광역시 지역도 경쟁률이 높지 않아 임용시험 합격가능성이 높다.

현직 초등교사들의 임용시험 응시 비율이 높아진 또 다른 이유는 낮아진 지역가산점, 교육학시험 폐지 그리고 수업시연 비중 상향 등 현직교사에게 유리한 임용시험제도 개편 때문이다.

또 하나는 도 지역 학교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다. 교대생들에 따르면 도 지역으로 신규 임용을 받아 간 선배들의 경우 근무 학교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하면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교대생들이 도 지역 응시를 꺼리는 이유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할 때 이 부분도 밝혀볼 필요가 있다.

IV. 임용 경쟁률 양극화 및 현직교사 이탈 완화를 위한 대안

늘 이야기되는 대책에는 수당 등의 처우개선과 관사 시설 및 안전 등의 근무여건 개선이 있다. 이러한 대책은 도서벽지 근무를 싫어해서 도 지역 임용시험을 회피하는 예비교사들을 간접적으로 유인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임용률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을 것이다. 교대 졸업생들이 도서벽지 근무를 회피하는 핵심 이유인 대도시와의 생활여건 차이, 장거리 출퇴근, 가족과의 떨어진 삶 등을 보상할만큼 충분한 유인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지금부터라도 국가공무원인 광주·전남 초등교원을 통합 채용해 이들부터 순환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안이면서도 실현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광주에서 신규 교사를 뽑을 때 근무 경력 15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5~7년은 전남에 근무하도록단서를 붙여 뽑는 것이다.

교원 인사제도 개선도 젊은 교사들의 전남 기피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어느 지역 근무 지원자가 많으면 유인을 줄이고 부족하면 유인을 늘리는 것이 원칙이다. 도서벽지 근무를 모두 기피한다면 교육청은 일정 수준의 경쟁이 붙을 정도로 유인을 늘려야 할 것이다. 여러 이유를 들어 유인을 줄이는 것은 도서벽지와 소외지역 교육을 포기하려는것과 같다.

광역시 지역에서도 도서벽지 승진점수를 부활시킨다면 광주와 전남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 희생과 봉사이므로 교육지도자가 될 승진 대상자의 희생과 봉사 유도는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다.

전남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 미달사태와 경쟁률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의 방안은 교사 자격증 소지자(유치원, 중등 포함)를 대상으로 도서벽지 초등 교사 자원을 공개 채용한 후 이들을 교대에 위탁하여 1~2년간 도서벽지 전담 담임교사로서의 교육을 받도록 한 후 발령 내는 것이다. 단, 이들의 도서벽지 근무 연한은 최소한 7년 이상으로 명기하고 편법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도교육감 추천 정원의 일부를 위탁생 정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동일한 장학금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행 도교육감 추천 입학제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원양성기관 통합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유치원과 중등교원 양성기관의 정원도 필요에 맞추어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 실습을 비롯한 제대로 된 교원 교육을 하기 어려운 유치원과 중등교원 양성 체제를 개혁하지 않은 채 교원양성기관을 통합하면 교대마저도 유능하며 소명의식을 갖춘 교사 배출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접근과 함께 고려할 것은 전남의 학교 문화이다. 전남에 근무하는 선배들은 하나같이 전남으로 오지 말라고 하는데 경기도에 근무하는 선배들은 자유롭게 교사로서 꿈을 펼칠 수 있다며 경기도로 오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핑계일 수도 있지만 전남도교육청은 왜 교대생들에게 이러한 편견이 생기게 되었는지, 이러한 편견이 어느 정도가 사실인지, 사실이 아니라면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교대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남은 ‘밝은 점 찾기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전남교육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헌신하고 있는 젊은 교사들을 찾아 이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높은 열의와 사기를 갖고 전남에 남고자 하는 이유와 헌신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열악한 상황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전남 교육청과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우수한 교사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우리 사회도 광주·전남 교육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이 글은 2017년 9월22일 교육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 세미나에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가 기조강연한 원고를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