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직 서울세명초등학교 교장

우리나라에도 인구절벽 현상이 나타나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의 감소는 학교당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의 감소 등으로 이어져 교사 신규 임용, 교육내용 및 방법, 학교 경영, 교육제도 운용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니다. 이러한 문제를 내버려 둔다면 교육적·사회적·국가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에듀인뉴스는 인구절벽 현상의 정의를 살펴보고 이러한 현상이 국가·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교육분야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저출산 현상과 초등 교육

저출산(심지어는 인구절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 현상과 고령화 문제가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은 미래사회의 불투명, 출산과 양육의 불편한 환경, 시장규모 축소와 재정 수지의 악화 등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존이라는 것과 삶의 변화라는 문화인류학적인 요인이 더 큰 원인이라는 측면을 놓치고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삶이라는 측면보다는 외적인 요인의 문제에 더 비중을 두어 다루고 있으며, 그 외적인 것을 논의 과제로 놓고 정책들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으로 늘 이상적인 측면과 실질적인 삶의 괴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문화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저출산과 같은 중대한 사회 현안에 대한 준비와 대책을 위하여 교육적인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라는 것은 단 시일내 이루어지기보다는 사회와 가정 그리고 학교 등에서삶과 연계된 공식적인 교육과 비형식 교육 등으로 이루어진다.

어려서부터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는 데 초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어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어떤 문제이든지 간에 모두 학교 교육의 교육 계획이나 교육과정에 넣으려고 한다.

그것을 운영하는 학교 교육 현장 소속 관련자들은 모든 문제를 학교 교육 속으로 들여 보내려 한다고 우려한다. 특히, 다양한 형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초등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일부 그런 것이 없지는 않지만, 저출산 현상이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한다면 초등 교육에서부터 저출산이나 인구 문제를 인식하도록 하여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외우고 알게 된 지식이나 체험한 것은 장기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교육

정부나 교육청에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저출산 대책을 수립했다. 그 대책 중에서 교육적인 측면의 부분은 다음과 같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15).

⦁ 영유아 보육, 교육비 지원 확대
⦁ ‘방과후학교’ 확대 등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 에듀케어 확대
⦁ 출산·양육 교직원 인사 우대 정책 강화
⦁ 가족 친화적 가치관 교육 강화
⦁ 양성평등 사회 조성 가치관 교육 강화
⦁ 아동,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 환경 조성(안전교육, 학교폭력예방)

이 저출산 대책의 기본 방향과 목적은 국가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제고이다. 그런데 여전히 선언적인 측면이 강하고 실질적인 대책으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삶의 가치나 교육과정과의 연계 등을 다루는 부분에서 좀 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초등 교육에서 교육과정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의 방향을 중심으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새로운 별도의 저출산 현상 해결 관련 교과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접근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다. 교과나 창의적체험활동에 그 내용을 담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법이기는 하나,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다룰때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저출산 현상 대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충분히 관련 소재를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각종 교과의 소재를 다룰때 1인 가족보다는 다인 가족이라는표현으로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많이 다룬다. 또한 삶이 각박할수록 점점 저출산 현상이 심해지는 것에 대비하여 삶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하는 것을 많이 다루면 효과적일 것이다.

삶의 방향 설정에서도 경제적인 부와 명예 등의 중요성보다는 행복하고 안정적이며,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삶에 대한 공감과 가치 방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현상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음과 같다.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교육을 별도의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하여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범교과로 제시하였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환경·지속가능발전 교육으로 통합하여 다루도록 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초등학교)에서 범교과 부분을 보면 환경·지속가능 발전 교육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교육, 물 보호·에너지, 해양교육, 농업·농촌 이해 교육 등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과 지속해서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보듯이 총론 차원에서 저출산 현상이나 인구문제 등을 다루는 부분이 매우 미약하고 축소되어 있다. 2000년 이후 지속해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는 있으나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는 저출산 현상이 이미 우리의 생활로 들어와 우리가 익숙해진 부분도 있다. 그 문화에 젖어 심각성을 놓치고 점점 무디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류의 미래와 교육의 미래를 흘러가는 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예측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선택하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 본다.

각 교과 단위인 사회과에서도 저출산 현상 또는 인구 문제는 일부 극소수로 제시하여 다루고 있다. 또한, 일부 제시된 인구 문제와 학습 시간에 이루어지는 학습 내용을 보면 상당히 피상적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면서 실제 삶과 연계되어 이루어지기 어려운 수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교 수준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습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예시(한 시간의 학습활동 순서 및 방법 알기) 두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측 예시를 보면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설명식 수업보다는 활동적으로 수업을 하도록 구성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인지능력과 지식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고 학생들이 한 시간 안에 이런 내용으로 학습을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함으로써 결국 기존의 설명식이나 지식적인 접근 방법으로 교사들은 교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인지능력과 지식적인 접근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준까지만 접근하도록 학습량이나 학습 수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단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인구 문제에 대하여 ‘현재 어떻게 느끼는가?’,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집은 현재 어떠한가?’, ‘인구문제를 어떻게 공감하나요?’와 같은 정도의 수준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가치관 형성에 더욱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습과 삶은 여전히 서로 괴리되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방법의 수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동생이 생긴다면 어떨까요?’라는 주제로 수업하는 방안이다. 이런 내용으로 수업하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업으로 전개할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수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학습 내용의 흐름과 구성을 위해서는 교육계획 및 교육과정 입안자와 교육과정-수업을 직접 다루는 교사의 전문적인 역량 강화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교사들의 학습 방법적인 역량과 더불어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고려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도 수업이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접근해 가지 않으면 그 정책은 얕은 정책이고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다.

저출산 현상 해결의 사회 문화적 측면

지금까지 저출산 현상 해결 방안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주로 제안하였다. 교육적인 측면이 중요하여 강조한다고 해서 사회와 문화 그리고 환경적인 요소의 중요성과 동떨어져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학교와 긴밀히 연계된 학교 밖 가정이나 사회의 환경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초등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학교 밖의 환경적인 요소에 대한 제안을 몇 가지 추가하고자 한다.

우선 가족 문화 차원에서 보면 과거에는 공동체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국가와 사회를 우선순위에 두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지나친 이기주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전과는 반대로 가족과 친척 공동체, 마을공동체 등의 접근으로 사회를 이루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학교 교육에서 지금까지는 개별화 교육을 강조하였다면 이제는 협력과 공감의 교육을 강조해야 할 시점이다.

유아교육에서도 개별화를 강조하였다면 서서히 협력과 공감교육이 기초가 되어 초등학교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도 특별히 제안하고 싶다.

또한 아동 수당이라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접근으로 엄마 뱃속 단계에서부터 심지어는 결혼 적령기 만남에서부터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줄어드는 것을 해결하고자 국제결혼이라는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각지에 있는 동포의 가족들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좋겠다. 지금 중요한 현안인 일부 도시와 시골의 인구 격차 문제에 대한 맞춤형 대책도 필요하다.

언론이나 방송의 바람직한 역할도 강조하고 싶다. 지나친 가족 이기주의나 비정상적인 가족사를 다루고 형제간의 다툼이나 비화를 넣어 흥미를 일으켜서 시청률 또는 구독률을 높이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정상적인 가족과 인간의 생명 존속, 자손의 연계에 대한 측면을 강조하는 방송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삶과 연계된 수업

저출산 현상의 현안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가적 대비와 함께 국민 개개인의 의식 변혁을 전제로 한 개인에 대한 삶의 준비가 중요하므로 개인적 준비와 대비를 위한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한 외적인 육아와 보육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품에서 안전을 느끼며 자라고, 부모는 아이를 돌보며 더불어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할 만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김기현, 2017).

저출산 현상에 대한 초등 교육의 미래는 단순히 교육과정에 추가하여 일부 교과에서 다루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 새로운 교과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에 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여러 교과나 범교과 등에서 수업이 삶과 연계되도록 문화인류적인 접근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삶과 연계되기 위하여서는 실질적이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소재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교실에서 구현하는 교사들의 역량과 삶의 가치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교육과정과 수업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인 요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자체가 삶과 연계된 문화와 교육적인 접근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실천에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