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식 토론의 학습과 수업 전략] ⑤ 토론자의 자세(상)
[논쟁식 토론의 학습과 수업 전략] ⑤ 토론자의 자세(상)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7.12.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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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토론을 하는가?

토론을 통한 학습을 하면 토론주제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물론 학교의 모든 수업을 토론을 거쳐서만 하게 되면 그 교과에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지식의 내용을 골고루 학습하지 못하고 토론에 관련된 내용만 협소하게 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토론이 모든 교육을 위한 왕도(王道)가 될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교과의 내용을 토론을 위한 체제로 재구성한다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토론, 특히 논쟁식 토론에 의한 학습은 복합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교사의 도움으로 학생은 적극적 동기와 생생한 경험을 통하여 스스로 탐구하고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표현하고 스스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학습은 의욕과 사고와 행동이 함께 활동할 수 있게 한다. 몇 가지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연구역량의 증진

논쟁식 토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설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토론에 익숙하고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관련된 사건이나 자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토론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토론은 그 자체로서도 흥미 있는 일이지만 논쟁식 토론은 승패를 가리는 시합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연구에 몰두하여 토론을 준비하는 열의와 집중력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된 전문서적, 백과사전, 신문, 잡지 등의 인쇄 매체뿐만 아니라 테이프, 디스켓, 사진 자료, 방송자료 등의 광범한 매체를 동원하여 조사하고, 조사한 것을 팀의 동료들과 함께 분석하고 검토하고 종합하고 요약하는 작업을 하며, 이 과정에서 자료를 조직하고 표현하는 기법을 또한 익히게 된다.

(2) 매체활용의 숙달

학생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모으지만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논쟁식 토론의 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은 정해진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지지해 줄 수 있는 증거와 논의를 탐색함으로써 매체 자체에 대한 학습의 능력을 향상한다. 그들이 획득한 정보와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거기에 나타난 논의의 타당성과 증거의 확실성을 분석하는 습관과 요령을 체득하게 된다.

과거에는 권위적인 서적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온갖 종류의 매체를 통하여 정보와 자료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타당성과 확실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분석을 거칠 필요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같은 문제에 관한 이론이나 주장도 논자에 따라서 때로는 매우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으로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

(3) 독해능력의 개발

논쟁식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자연히 다른 기회에서는 접해 보지 못한 많은 정보를 대하게 된다.

학생들이 일상적인 수업이나 공부에서 접할 필요가 없었던 자료들도 광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수용하는 학습이 아니라, 복잡하고 까다로운 쟁점이나 논의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종합적 독해의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이러한 필요에 따라서 스스로 요령을 체득하고 효율적 기법을 익히게 된다. 종합적 독해의 능력은 조사한 자료들을 요약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4) 논증능력의 향상

논쟁식 토론에 제대로 참여하자면 토론의 내용 속에 구조화되어 있는 논증의 틀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가, 그것을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주장의 기본전제는 타당한 것인가, 결론으로 주장하는바 그것이 실제로 기본전제와 일관성을 지니는 것인가?

전제가 따로 있고 결론이 따로 있다거나, 전제와 결론을 연결하는 논증의 절차에 모순이 있거나 아니면 모호하거나 애매한 표현으로써 얼버무리려고 하거나, 논증은 질서정연하지만 논의하는 본래의 주제와 빗나가고 있다면 토론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적절한 전제를 설정하고 모순과 모호성이 없는 추론을 하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은 어떤 주장에 대한 찬성편에서나 반대편에서나 필요한 것이며, 주장하는 사람도 비판하는 사람도 다 같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타당하고 모순 없는 논증, 그것만으로 토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논리적 모순을 담고 있는 주장으로 토론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논쟁식 토론의 경험은 바로 자신의 논리적 모순 혹은 오류를 점검하고 상대방의 주장 속에 숨어있는 모순과 오류를 찾아내는 연습을 함으로써 논리적 사고의 정확성과 엄격성을 기하는 습관과 능력을 향상하는 학습으로 그 효율성이 매우 높은 것임이 틀림없다.

(5) 증거평가 능력의 향상

논쟁식 토론은 학생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종류의 역사적 자료, 문헌적 서술, 경험적 증거 등을 자세히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배우게 한다.

토론에서 동원되거나 언급되는 증거 혹은 자료들은 질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비록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서로 상충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므로 토론자는 그러한 증거나 자료들을 언급할 때 먼저 그것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인가를 철저히 검토하여야 한다.

권위 있는 문헌, 상식화된 정보, 믿을만한 전문가로부터 획득한 증거라고 해서 그것을 비판적 검토 없이 활용할 때, 나중에 만회할 수 없는 공격과 비판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증거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그것에 의존한 주장 또한 확신을 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토론자는 증거의 평가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6) 개요작성 능력의 향상

논쟁식 토론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토론자는 체계적인 증거와 타당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수사력을 동원하고, 상대 팀의 모순과 오류를 지적하면서 심판과 관중의 수긍과 지지를 받아내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한 바를 요약하고 개요를작성하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필요한 경우에 즉시에 활용할 수 있는 순발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토론자들은 연구한 바를 종합하고 정리하고 집약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7) 대중연설의 연습

토론은 말로써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토론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자연히 크고 작은 규모의 대중 앞에서 자기 생각과 주장을 조리 있게 펴는 훈련을 쌓게 된다.

청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연설 혹은 발표 상황에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지도의 여하에 따라서 토론자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대중 앞에 서게 하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자신의 통제력에 의해서 다양한 어조와 세련된 제스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하고, 긴박하게 진행되는 토론의 과정에서 질문이나 비판에 대한 즉각적 순발력과 대응의 기술을 익힘으로써 자기표현의 역량을 향상한다.

(8) 국제적 언어의 학습

논쟁식 토론은 폭넓은 지식과 타당한 논리와 정확한 언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그 자체로서 지식의 획득과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기도 하며 또한 언어의 구사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토론은 반드시 모국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토론은 자연히 국제적 언어로써 시행된다. 국제적 언어, 특히 영어에 의한 논쟁식 토론을 활용하는 것은 영어의 정확한 사용과 구사력을 향상하는 탁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토론에 임하는 자세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책이나 의사의 결정은 온갖 종류의 협의, 토의, 논쟁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의 구성원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고 주장하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며, 또한 정보나 지식을 많이 소유했다고 해서 발휘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며, 또한 아무렇게나 반복해서 시도한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능력은 체계적인 교육 때문에 길러지는 것이며, 그러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훈련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논쟁식 토론을 들 수 있다.

모든 경기 혹은 시합에는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경기 혹은 시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토론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그것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다투어 이겨야 하는 경기 혹은 시합의 일종이므로, 참여한 사람들은 정해진 규칙을 지킬 것을 전제로 토론에 임하게 된다.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든가, 시간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든가, 진행자나 심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든가 하는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규칙도 중요하지만, 예의에 맞는 태도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든가 토론에 성의 있게 임해야 한다든가와 같이 다소 덜 형식적인 품행적 규칙(자세)도 있다.

(1) 토론자가 지켜야 하는 품행적 규칙

토론자가 지켜야 하는 품행적 규칙은 자기 자신에 관한 것과 다른 사람에 관한 것으로 구별해서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 자신에 대하여

① 토론하고자 하는 제목에 대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관하여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자세.

② 토론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하여 진지한 관심과 성의를 가지고 임하려는 자세.

③ 강압이나 협박보다는 설득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자세.

④ 토론에서 이길 때도 무엇인가를 배우지만 질 때도 많은 것을 배운다는 자세.

⑤ 이길 때는 너그러운 승자가 되고 질 때는 명예로운 패자가 된다는 자세.

⑥ 남들에게 한 비판을 나 자신에게도 해 보려는 자세.

⑦ 내가 지지하는 편에 유리한 최선의 논의를 하려는 자세 .

■ 타인에 대하여

① 비록 의견을 달리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

② 자기 팀에 속한 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 팀에 속한 사람 그리고 심판, 지도교사, 진행자 등 토론의 모든 관계자를 존중하는 자세.

③ 내가 전개하는 논의와 증거, 그리고 상대방의 논의와 증거에 대하여 성실하고 정직하게 대하여야 한다는 자세.

④ 경험이 부족한 동료나 상대에 대하여는 친절히 도와주려는 자세.

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 주고, 권력이나 권위앞에서도 당당히 진실을 말하는 참된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자세.

(2) 논쟁식 토론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토론은 표면상으로 볼 때 ‘말의 잔치’인 것 같지만, 결코 말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 자체의 논리, 말에 담겨 있는 진실성, 말의 유창함, 말의 섬세함, 말의 즐거움, 말의 기교와 기지 등이 토론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말의 특성들은 그냥 말로써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지식과 교양과 인격, 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습관, 말을 하는 사람들의 문화에 따라서 달라진다.

경험과 관점이 다르고 신념과 가치관이 다르면, 진실한 말이 오가더라도 생각과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있다. 토론은 바로 그 다른 생각과 의견을 함께 검토하는 집단적 사고의 전략적 연습이다.

이 연습을 제대로 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규칙에 맞게 잘할 수 있고, 남의 주장을 또한 규칙에 맞게 잘 검토하여 더욱 좋은 생각과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기법을 익히게 된다.

이러한 연습의 과정에서부터 진정한 토론자의 자세로 임할 때, 비로소 토론은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풍요한 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민주적 사회’란 아마도 이러한 연습을 통하여 익힌 능력과 자질을 바탕으로 하여 실제로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들을 토론의 규칙에 맞게 해결해낼 수 있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사회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훌륭한 토론자가 되기 위해서는 말의 기교를 익혀 궤변가나 능변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생각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비판(검토)받으면서 확실한 증거에 기초하여 이치에 맞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구사하는 신념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자질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논쟁식 토론은 여러 가지 토론 형식 중의 하나일 뿐이다. 토론은 여러 가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가 논쟁식 토론을 공부하는 것은 이 방법이 토론에서 요구되는 많은 규칙과 기법을 종합적으로 익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쟁식 토론은 끝까지 진지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연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토론의 결과는 어느 편이 이기고 어느 편이 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토론의 과정에서 의제와 쟁점과 문제들이 많이 확인되고 검토되면 좋은 토론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논쟁식 토론에서 한 쪽을 승자로 판정하고 다른 쪽을 패자로 판정한다.

토론의 결과로서 어느 쪽이 다른 쪽을 굴복시켰기 때문에 승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욱 훌륭한 토론을 했기 때문에 승자가 된 것이다. 질 수밖에 없는 주장도 최선의 증거와 타당한 논리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써 설득력 있는 전략으로 훌륭하게 펴낸 것이라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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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호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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