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정책연구소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이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선진적 교육과정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유력한 대체안'이라고 합니다.

해당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IB 시험을 주관하는 기구인 IBO의 승인과 한글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2025년 쯤 도입 가능할 것”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수능이 폐지되고 IB가 도입되면 가장 큰 이득을 볼 학교가 어디일까요?

저는 특목고, 자사고 그리고 국제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미 IB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제학교가 가장 큰 이득을 보겠지요.

이제까지 국제학교 아이들은 수능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해 국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수능이 폐지되고 IB가 도입된다면 다년간의 IB 수업 노하우를 갖춘 국제학교 아이들이 해외대학 뿐 아니라 국내대학으로도 대거 쏟아져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일반고에서도 IB 수업을 도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고 선생님들 중 IB 수업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이것은 학교 선생님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사범대에서 IB에 대해 교육받지 않았으니 선생님들도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따라서 정말 수능을 폐지하고 IB를 도입해야겠다면 IBO의 승인과 한글번역에 걸리는 시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사범대에서부터 예비선생님들에게 IB 수업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선생님들도 교육청 연수 등을 통해 충분한 준비시간을 줘야 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 뿐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IB 수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고 해도 아이들이 그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요? 지금도 몇몇 특목고, 자사고, 국제학교에서 IB 수업이 가능한 이유는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역량까지 우수하기 때문이거든요. 무엇인가 배우려는 학습 의욕도 뛰어나고요.

그렇기에 수능이 폐지되고 IB가 도입되면 국제학교 아이들이 가장 신나는 상황이 되겠네요. 특히, 집에 돈은 많지만 성적이 안 좋아 어설픈 국내 대학에 가느니 유학원을 통해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금수저 아이들에게 국제학교를 통한 국내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문이 열리겠지요.

예전에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외국 유학을 다녀온 후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던 것처럼요.

외고, 국제고, 자사고들을 보면 등록금이 일반고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귀족학교라는 욕을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귀족학교라면 국제학교는 왕실학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국제학교 등록금은 귀족학교라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록금의 몇 배가 넘으니까요.

그런데도 특목고, 자사고 폐지를 외치는 진보진영 국회의원들이 귀족학교를 넘어 왕실학교에 유리한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교육현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일부로 그러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