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중3 학생이 치를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개편안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우선선발권 박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번 개편안이 가져올 전반적인 고입환경의 변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초중 자녀를 둔 부모님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네요. 그동안 외고, 국제고, 자사고 진학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수많은 학생들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버렸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고입전형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과 피해를 볼 지역은 어디일까요?

♦ 지역별 고입전형 차이

제가 이번 고입 개편안을 분석하다 보니 극명한 피해지역과 혜택지역이 나눠지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봤는데,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마다 다른 고입전형의 차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관할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 불합격자를 처리하는 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거든요. 그 유형을 알아보면 크게 4가지로 나눠집니다.

1. 통학거리를 고려해 지역 내 일반고에 임의배정하는 방식

- 적용지역 : 서울, 대전, 대구, 울산, 광주, 부산

- 이 방식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받고 외/국/자 불합격시 인근 일반고에 교육청이 임의배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미달된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추가로 지원해보고 싶다면 교육청에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해서는 안 됩니다.

- 하지만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달된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추가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최악의 경우 고등학교 재수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생은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방식의 장점은 일반고 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학거리를 고려하여 임의배정하는 것이기에 외/국/자에 불합격되더라도 집근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평준화지역 일반고 추가모집과 입학식 이후 수시모집에 개별지원하는 방식

- 적용지역 :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 이 방식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불합격할 경우 미달된 자기지역 일반고에 외/국/자처럼 학생이 개별지원하는 것입니다.

- 이 방식은 일반고 배정이 끝난 후 미달된 학교에 개별지원하는 것이기에 우리지역 학교 중 선호도가 매우 낮은 학교에 진학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학교를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고, 미달된 학교에 중복지원할 수 있기에 복수합격할 경우 자신이 진학할 학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달된 학교 중에서 선택해야 되는 만큼 선택권이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보입니다.

3. 미달된 일반고에 추가배정하는 방식

- 적용지역 : 인천, 세종

- 이 방식은 일반고 배정이 끝난 후 미달된 학교에 교육청이 추첨배정하는 방식입니다.

- 미달된 학교에 진학한다는 점은 2번 방식과 동일하지만 2번 방식은 학생이 개별적으로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고 3번 방식은 교육청에서 추가배정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방식은 개별적으로 학교를 알아보고 지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지만 학교를 선택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4.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추가배정하지 않는 방식

- 적용지역 :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제주도

- 이 방식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불합격할 경우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추가배정하지 않고 비평준화 지역 추가모집에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 이 방식의 최대 단점은 평준화 지역 학생이 외/국/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비평준화인 다른 지역 학교에 진학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 진학률이 높은 지역이 분당, 평촌, 일산인데 이 지역들은 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 학생들이 외/국/자에 불합격할 경우 비평준화 지역인 화성, 오산, 구리, 파주 등 다른 지역 고등학교 추가모집에 지원해야 됩니다.

그런데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의 추가모집은 인기가 낮은 학교 위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지역에서도 인기가 가장 낮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방식이 적용되는 지역 학생들의 외/국/자 지원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참고 : 경기도 평준화/비평준화 지역

- 평준화 지역 : 고양, 광명, 부천, 성남, 수원, 안산, 안양권(안양,군포,의왕,과천), 용인, 의정부

- 비평준화 지역 : 가평, 광주, 구리, 김포, 남양주, 동두천, 시흥, 안성, 양주, 양평, 여주, 연천, 오산, 이천, 파주, 평택, 포천, 하남, 화성

♦ 지역별 희비는?

이와 같이 외/국/자 불합격자에 대한 처리방식이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번 고입제도 개편에 따른 희비도 지역별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이번 개편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지역은 분당, 평촌, 일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기도, 전북, 충북, 강원, 제주의 평준화 지역 학생들은 모두 이번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기존에 외/국/자 진학률이 높았던 분당, 평촌, 일산 학생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반면 가장 큰 혜택을 볼 지역은 서울 강남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울은 외/국/자 불합격시 일반고 3단계 배정에 포함시켜 인근 고등학교에 임의배정하기 때문에 외/국/자에 불합격하더라도 집근처 명문 일반고에 배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서울 강남처럼 학군이 좋은 지역 학생들은 외/국/자 불합격에 대한 부담이 다른 지역보다 적어서 올해 고교입시에서 다른 지역보다 더 공격적인 원서접수가 가능해 보입니다. 그 결과 강남과 강북, 서울과 경기도의 외/국/자 진학실적은 더 크게 벌어지겠네요.

참고로 올해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 중 지역우수자 전형 선발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학교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우수자 전형을 노리고 해당 지역으로 이사간 학생들도 있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지요.

어쨋든 지역우수자 전형이 축소 또는 폐지되면 그 인원의 상당수를 강남 등 학군 우수지역 학생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되네요. 대입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발생하면 그 중 상당수를 강남이 흡수하는 것처럼요.

추신 1. 이번 고입 개편안은 결국 강남학군을 더 강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저도 강남으로 이사가고 싶네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우리 애들 불쌍해서 어쩌나... 아빠가 미안하다. T_T

추신 2. 위 내용은 각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올해 6월에 교육감 선거가 있다 보니 교육감이 바뀔 경우 위 내용도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좋을지 최종 결정은 6월에 있을 교육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유보해두시는 것이 좋겠네요.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