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식 토론의 학습과 수업 전략] ⑧ 토론의 판정
[논쟁식 토론의 학습과 수업 전략] ⑧ 토론의 판정
  • 권호영 기자
  • 승인 2018.04.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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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희 전 민족사관고 교장

 

심판

논쟁식 토론이 지닌 특징의 하나는 토론의 당사자 이외에 제3의 참가자가 있다는 것이다. 두 팀이 서로 공박을 하면서 토론을 진행할 때 이를 지켜보는 제3의 참가자는 바로 참관자(혹은 청중)와 심판이다.

일반 참관자들에게서도 토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어떤 반응이 있을 수있지만, 심판은 토론의 전 과정을 평가하여 승패의 공식적 판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임무와 권위를 지닌 제3자이다.

토론이 종결되면 심판은 어느 팀이 이겼는가를 판정한다. 그것으로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팀이 이겼는가를 또한 설명해 주어야 한다 .

논쟁식 토론에서의 심판은 축구 경기의 심판과는 다르다. 축구 경기의 심판은 경기의 진행 과정에서 선수나 관계자가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축구 심판은 시작을 알리고 종료를 알리며 반칙을 적발하고 벌칙을 가하는 것 등과 같이 규칙들을 관리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일을 한다. 경기에서의 승패는 대결하는 팀의 득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논쟁식 토론의 심판은 토론의 운영보다는 오히려 토론자의 활동을 평가하는 데 일차적 역할이 있다. 그리고 토론에서의 승리는 어느 팀이 다른 팀을 굴복시킴으로써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자들이 상대방보다 더욱 좋은 토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토론에서 이겼다는 것은 더 좋은 토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권투, 유도, 태권도 등의 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두는 경우와 유사하다.

토론의 평가와 심판의 방법

토론으로 대결하는 두 팀을 평가할 때 적어도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개별 참가자들의 토론 능력을 평가하여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참가자의 개별적인 능력과 성취를 평가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팀의 협동적 운영과 대응 능력을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팀의 구성원 개개인의 점수가 높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팀이 다른 팀보다 더 토론을 잘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개별적으로 매우 훌륭한 토론을 했지만 상대방에 대응하는 전체의 초점이 흐리거나 구성원들 사이의 연결과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면 우리는 그 팀이 좋은 토론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둘째로 토론의 전체적 흐름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두 팀이 토론을 전개한 과정과 운영의 능력 그리고 논의의 전반적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정하므로 팀과 팀의 우열을 전체적으로 비교하는 데 용이하나, 개별 참가자의 성취에 관해서는 무관심하게 된다.

팀 구성원의 토론이 전후로 잘 연결되고 있고 서로서로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시종의 논리적 일관성과 호소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 좋은 토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한두 토론자의 탁월한 능력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전체적 흐름과 연결의 탁월성으로 인하여 상대방을 압도하는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심판이 너무 전체의 흐름을 의식하고 개별적인 토론자의 탁월성에 무관심해 버리면 ‘흙 속에 묻힌 진주’를 잃을 수도 있다. 어떤 탁월한 토론자는 자신의 탁월성에도 불구하고 팀 전체의 부진으로 인하여 능력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우수한 잠재성을 지닌 토론자를 발굴한다든가 혹은 개별적으로 우수한 토론자를 표창한다든가 할 경우와 같이 개별 토론자의 능력과 노력을 살펴야 할 상황이 요구되는 수가 있다.

셋째는 결과적으로 어느 팀이 토론에서 승리의 결론을 내렸느냐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논쟁의 승패를 결론적으로 판정해 주는 효율성이 있다. 토론에서 어느 쪽이 실질적으로 이겼는가를 판정하는 것이다. 토론자들의 실질적 목표는 논쟁으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므로, 심판은 그 목표에 대해 대응을 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도 개별적인 수행과 성취를 평가하기도 어렵고 토론의 전체적 과정을 평가의 관심에서 제외해 버리게 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경기식 토론은 어떤 의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한 쪽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어느 편에 설 것인가는 어떤 방식으로 단순히 배당되는 것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토론 팀은 실제로 그들이 내심으로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편에 서서 토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 의제는 찬성과 반대의 어느 쪽이 직관적으로 판단해도 다소 유리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의제의 성격에 따라서는 어느 쪽이 다소 불리한 위치를 감수하고 토론에 임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결과만을 심판의 판정 자료로 삼으면 어느 팀은 결정적으로 불리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팀으로 나누어 공정한 시간의 배분을 받고 같은 규칙에 의해서 실시되는 경기식 토론은 어디까지나 ‘토론의 연습’이며 토론자의 훈련이다. 그러므로 위의 세 가지는 어느 하나를 배타적으로 평가의 내용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심판의 일반적 자질

토론에서 심판은 승패를 판정하는 권위를 소유하기도 하지만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결함이 없는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심판은 도덕적 자질과 전문적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토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상당한 수준의 경험을 소유하여야 한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은 심판의 전문적, 권위적 평가에 의하는 것이므로 심판의 자질에 관해서 우리는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심판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자질은 공정성이다. 심판은 첫째로 공정해야 하고 둘째로도 공정해야 하며 셋째로도 공정해야 한다. 말하자면, ‘치우침이 없는 제3의 눈’(The Unbiased Third Eye)을 가지고 토론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심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심판이 의식하고 있어야 할 몇 가지 자세를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1) 편견의 불식

심판은 어떤 토론자에 대해서도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어떤 대상에 대한 다소의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심판 행위에서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여러 차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거나, 어느 교사의 지도를 받았다거나, 어느 지방에서 온 학생이라거나, 어느 부모의 자식이라거나 등의 배경에 관해서 어떤 평가적 태도가 편향적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성별, 지역, 신앙, 계층, 소속 등으로 토론자를 미리 평가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어느 학군에서 온 학생은 치열한 경쟁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잘 훈련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골에서 온 학생은 필경 제대로 지도를 받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편견은 평가의 공정성을 잃게 하는 흔한 경우이다.

(2) 기준의 일관성

심판은 모든 참가자의 토론 내용에 대해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한 팀에 적용한 기준은 다른 팀에 대해서도 꼭 같이 적용하여야 한다. 어떤 까다로운 규칙을, 혹은 어떤 호의적 태도를 한쪽에만 적용하고 다른 쪽에 적용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잃어버린다.

물론, 처음 토론자에게 적용했던 기준을 마지막 토론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논술의 답안지는 되풀이해서 볼 수 있지만 토론은 한번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뒤를 비교해서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적용하여 공정하게 평가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와 각각의 기준을 몇 가지로 구분하고 첫 토론자를 평가한 후에 다음 토론자를 첫 토론자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다음 토론자를 직전의 토론자와 최초의 토론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우열을 가려 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하나의 요령이다.

(3) 오류와 기만의 식별

토론자들은 때때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어떤 자료나 경험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시된 증거가 잘못 조작되었거나 그릇된 자료를 사용하는 수가 있다. 아무런 악의도 없이 단순한 오류에 불과한 것을 심판은 때때로 악의적인 기만행위로 취급해 버리는 수가 있다.

심판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선 토론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고 오류를 기만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토론의 과정과 판정에서 특히 학생 토론자가 심판의 오해로 인한 어떤 좌절이나 수모를 경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 인내와 관용

토론의 진행 과정에서 심판은 수없이 많은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논리에 맞지 않은 주장을 들어 주어야 하고, 서툴거나 세련되지 못한 태도나 행동도 너그럽게 보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불만스러운 태도를 토론자들이나 참관자들에게 명시적으로 보인다든가 야단을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참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면 토론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조용히 주의를 주거나 타이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심판이 인내를 보이지 않으면 토론의 분위기는 경직되고 참가자들의 사고와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

때로는 엉뚱한 발상이나 의아스러운 주장, 다소 관행, 논리, 상식 등에 맞지 않은 생각을 하는 토론자가 있더라도 선의로 이해하고 그 주장하는 바를 진지하게 지켜보아 줄 필요가 있다.

때때로 창의성이란 흔히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규격화된 사고의 틀을깨고 싶은 충동은 특히 젊은 토론자들에게서 자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판은 토론자들의 사고의 흐름을 거슬러 평가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흘러가는 쪽으로 끝까지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5) 주제의 사전 해석 자제

심판이 심판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여러 가지의 다른 조건들도 따르지만 우선 무엇보다도 주제에 대한 전문적 이해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 주제 그 자체에 관해서는 토론자들이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심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소유해 있을 수도있다.

그러나 심판은 그 주제의 성격, 논쟁의 절차와 기법, 예상되는 결론 등에 관해서 더욱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안목과 판단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심판은 그 주제에 관한 한 ‘나 같으면 이렇게 말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해석에 일치하느냐의 여부로써 평가해서는 공정한 심판이 될 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토론자의 주장과 논거가 얼마나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었느냐에 관심을 두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토론의 과정과 결과에 어떤 정답을 설정해 놓고 그것과의 일치 여부로써 판정하고자 한다면 결코 공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심판의 몇 가지 요령

심판의 주관적 견해가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 그것을 완전히 배제하면 심판의 전문성이 함께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성은 반드시 주관적 판단의 가능성과 권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심판은 자신의 전문성이 공정하게 발휘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규
칙을 스스로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 요령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1) 토론이 끝나지 않은 중도에서 토론자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점수를 매긴 이후의 중요한 변화를 관심 밖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고, 점수를 매긴 후에 심판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내는 태도는 토론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이미 점수 매김이 끝났다고 여겨지면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별로 다를 바가 없으므로 토론자는 나머지 부분의 토론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2) 더욱이 논박의 중간에 승자 혹은 패자의 결정을 하지 않는다 .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심판은 토론의 질적 차이가 이미 드러난다고 해서 중도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해 놓고 나머지는 하나마나하다는 듯이 표정을 취하면 나머지의 과정에서 제대로의 토론이 진행되기가 어려워진다.

비록 내심으로 어느 편이 더욱 우수하다고 판정을 했거나 그런 방향으로 평가가 기울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행동이나 표정으로 토론자와 청중에게 내색해서는 안 된다.

(3) 심판이 동의할 수 없는 어떤 점을 강조한다고 벌점을 가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심판은 토론의 주제에 관해서 전문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상당한 정도의 권위자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토론적 관점에서 보면 그 정리된 생각은 이미 다른 생각과 주장을 반대하거나 완전한 동의를 할 수 없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그런 정리된 생각은 어떤 의미에서 편견이기도 하다. 토론의 평가는 토론자가 주장하는 바의 근거가 얼마나 확실하며, 토론의 내용이 얼마나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방이나 청취자가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변을 전개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토론자가 주장하는 바의 최종적인 진위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지 않는다.

(4) 조크하기, 예시하기, 중요한 부분에서 큰 몸짓를 하기 등의 개인적 취향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심판은 자신의 스타일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토론이라면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하는 것인데 라고 자신의 방식을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번쯤 좌중을 농담으로 웃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든가, 마지막은 인상 깊게 끝내야 하니 웅변조로 연설을 하라든가 등의 방법을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취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취향을 절대시한다든가 그런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감점을 한다든가하는 것은 공정한 심판의 태도는 아니다.

(5) 발언, 행동, 자세 등에서 심판의 임의적 규칙을 설정하지 않는다.

대회의 개최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설정된 규칙 이외에 말의 습관(~인 것 같아요, ~뭐냐 하면, ~아 ~아, ~하구요 등)을 그 자리에서 고치려고 시도한다든가, 독특한 몸짓이나 말할 때의 자세를 그 자리에서 교정하려고 하는 것은 토론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물론 토론자의 나쁜 습관으로 인하여 의사의 전달이나 호소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제재를 즉시에서 시도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토론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6) 자신의 취향에 맞추려고 규칙을 무시하는 일은 삼간다.

때로는 대회의 주최가 정한 규칙이 심판의 개인적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왜냐하면,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은 그 규칙에 맞게 준비하고 그 규칙에 따라서 실제의 토론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토너멘트식 대회에서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시의 규칙과 일치하지 않으면 어느 특정의 팀들이 불이익을 입게 될 수가 있다. 혹시 규칙이 불합리하거나 무의미한 것이 있으면 정식으로 주최 측과 상의해서 무효로 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을 것이다.

(7) 행동, 외양, 주장 등을 보고 어떤 부류(빨갱이, 사대주의자, 제국주의자 등)로 극단적으로 특이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으로 치부를 하지 않는다.

토론자 중에는 주장하는 바가 다소 극단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 주장과 논거의 타당성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이 심판의 임무이다. 극단적 주장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어떤 부류의 사고나 행동의 신봉자로 낙인하고 아예 객관적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해 버리는 것은 토론자의 창의적 사고가 편협된 기준에 의해서 무시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런 경향은 토론자의 발언 속에서만 아니라 행동, 복장, 태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인사를 이상하게 한다든가, 투발이나 용의를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했다든가, 심판과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무뚝뚝해서 운동권, 날날이, 아첨배 등이라고 보고 편견을 가진 채로 평가에 임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8) 토론의 진행은 찬성편과 반대편의 토론자들이 차례로 이어져 나가는 형식이므로, 여러 토론자가 지나고 나면 심판은 혼란을 경험할 수도 있으므로 토론자 개개인의 발언내용을 토론이 끝난 후에 기억해 낼수 있도록 간단한 방법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이 기록은 어느 편이 승리했는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중에 토론자의 개개인에 대한 심사평을 해 줄때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심판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발언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고,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9)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토론의 시간에 관한 것이다.

발제자나 논박자는 각기 발언의 시간을 배당받고 있다. 그러나 토론에 열중하다가 보면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지각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7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어떤 토론자는 그 시간을 초과하여 8분이나 9분에도 끝내지 못하는 수가 있고, 또 어떤 토론자는 5분도 발언하지 않고 훨씬 전에 끝낼 수가 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간의 엄격한 운영은 공성성의 관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주어진 시간 2분 전에 두 손가락으로, 1분 전에 종을 울리거나 한 손가락으로 알려 주고, 시간이 다 지났을 때 종으로나 아니면 심판이 주먹을 쥐어서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10) 토론이 끝난 후에 심판은 전체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심사평을 해 주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긍정적 평가(칭찬)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폄하)도 있을 수 있다. 가능하면 칭찬은 개별적으로 거명하면서 해도 좋겠으나, 부정적 평가의 경우에 개별적 거명은 가능한 피하고 고쳐야 할 사례로서 전참가자에게 주의로 환기해 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잘못한 것 때문에 토론자에게 망신이나 모멸감을 주는 것은 토론 능력의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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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영 기자  lovtome34@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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