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

엄마와 아들의 대화 1

아들 “엄마, 내가 두발자전거를 잘 탈 수 있을까요? 무섭고 걱정이 되는데.”
엄마 “두발 자전거를 타려니까 무섭고 걱정이 돼? 처음부터 잘 탈 수는 없겠지만 엄마는 왠지 우리 아들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진짜요?”
엄마 “인라인도 처음엔 엄청 걱정하며 탔는데, 하루 만에 쌩쌩 달렸잖아. 우리 아들은 바퀴달린 거 타는 데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아들 “아~ 생각나요. 인라인도 진짜 처음에는 엄청 걱정했는데, 타보니까 진짜 쉬웠어요. 자전거도 잘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 “우리 아들 파이팅!!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와 아들의 대화 2

아들 “엄마, 제가 두발자전거를 잘 탈 수 있을까요? 무섭고 걱정이 되는데.”
엄마 “그럼 타지 마! 뭘 타기도 전에 걱정이야?”
아들 “그게 아니라, 지난번에 인라인 탈 때도 계속 넘어지고 다쳤는데”
엄마 “엄마 말 안 듣고 네 맘대로 타니까 그렇지.”
아들 “.......”
엄마 “탈거야? 안 탈거야?”
아들 “그냥 게임을 할래요.”

‘빈익빈부익부’라는 말을 아시지요? 아이들의 정서에도, 인성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납니다. 좋은 감정을 사용하는 아이는 좋은 행동이 뒤따르고, 인성의 여러 요소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선순환을 이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하면 각 반에 ‘그분’(?)들이 서서히 두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분’들은 집에서도 ‘그분’, 체육 시간에도 ‘그분’, 영어 시간에도 ‘그분’, 견학을 가도 ‘그분’이라는 거죠. 참으로 한결같습니다. 왜일까요?

긍정적인 반응

눈을 감고 어두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장애물 등의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나를 안내하는 한 사람의 소리에만 의지하며 걸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세요. 어떤 기분일까요? 두렵고, 불안하고, 답답하겠죠? 그런데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언어로 길을설명합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아니 너무 많이 갔잖아. 그냥 돌아. 계속 가.”

가끔 여러분이 발을 잘 못 디디면,
“아니라고! 아휴~ 답답해!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던진다면 어떨까요? 더 두렵고, 더 불안하고, 더 답답하고. 급기야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겠죠. ‘아, 내가 지금 못하고 있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앞에 커다란 돌이 있어. 조심해야 해. 어깨 너비로 걸어. 오른쪽으로 두 번, 그리고 앞으로 두 번 갈게. 잘했어~ 아주 잘하고 있어. 굿~~~~!!”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반응까지 적절하게 곁들여주네요.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자신감마저 생기겠죠. ‘내가 지금 잘하고 있구나. 끝까지 열심히 해봐야지.’

긍정적인 착각, 긍정적인 결과

우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수정하고 변화시키고 싶을 때 지적, 비난, 훈계 등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빠른 시간에 잠시 행동을 멈추는 효과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복되고, 부모는 더 강한 지적과 비난과 훈계를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아주 쉬운 예로 우리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다고 칭찬해주면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내가 요리를 좀 하나?’라는 생각이 드시죠? 그런데 “더 잘하라고 해주는 말이야” 하면서 매번 비난과 지적을 한다면 요리가 즐거우시겠어요? 어른들의 긍정적인 착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엄마는 생각하지 못한 건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기네스북에 올려볼까?”, “처음에는 다 어려워. 지금까지도 잘 해 왔어. 힘들면 언제든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는 우리 아들(딸)이 자랑스러워.”

부모님이 기대하시는 모습으로 변화를 원할 때 이런 방법도 사용해보세요.
아이를 부를 때 “부지런한 똘똘이님~밥 먹어요~”, “지혜로운 똘순이님~ 일어나야죠~”, “씩씩한 똘미님~ 씻을까요?”

말이 씨가 됩니다. 원하는 열매가 있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씨를 뿌리셔야 거두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모습은 부모들의 말의 성적표와 같습니다. 10년 뒤, 20년 뒤 어떤 성적표를 받으시겠습니까? 아이들에게 긍정적 착각을 주시기 전에 나에게도 똑같이 주셔야죠. 가진 것만줄 수 있으니까요. 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줄 수 없고, 요란한 빈 수레가 됩니다.

“잘하고 있어~ 네가 참 자랑스럽다. 고맙고, 사랑해. 파이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