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김석향 교수팀, 탈북대학생 등과 ‘재일교포 북송’ 현장 방문
'지상낙원' 속아 25년간 9만3399명 북으로..."역사적 사실 기록해야"

사진=이화여대
사진=이화여대

[에듀인뉴스=권호영 기자] “한민족 모두가 분단의 피해자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 북한 그리고 남한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분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팀 일원으로 일본 니가타항을 방문한 탈북대학생의 일성(一聲)이다.

탈북대학생 7명, 북한학과 대학원생 10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 김 교수팀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5박6일간 ‘분단과 치유’라는 주제로 일본 니가타항을 방문, 니가타 현지 분단 관련 장소를 방문하고 재일교포들과 만나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증언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8.15 광복절 및 오는 20일 열리는 제21차 이산가족상봉을 맞아 북송재일교포의 아픔을 이해하고, 분단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됐다. 김 교수팀의 이번 방문 소식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도 실리는 등 일본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재일교포 북송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약 25년간 일본정부와 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이나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북한으로 보냈던 사업이다. 

일본 니가타항은 북송사업이 시작된 곳이며 1959년 12월14일 첫 출항을 시작으로 25년간 총 9만3399명의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송환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이들은 ‘북한은 직업, 주거, 교육, 식량 등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현실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유엔 COI(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송문제를 ‘반인도범죄’라고 명시하고 북송재일교포들에 대해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곳에 구금된 채 살아야 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실제로 재일교포들은 북한에서 ‘반쪽바리’ ‘째포’ 등으로 불리는 최하층민 취급을 받으며 추위와 가난, 배고픔 속에서 노동에 동원되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화여대 탈북 대학생들은 남한으로 넘어오기 전 북한에서 만났던 재일교포들을 떠올리며 현재진행형인 한반도 분단의 현실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

탈북 대학생 A씨는 “북송 재일교포를 비롯해 한민족 전부가 분단으로 인한 피해자이며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 북한 그리고 남한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분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하루빨리 분단의 비극이 끝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석향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학생들이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분단의 아픔을 직접 느끼는 것이었다”며 “특히 니가타 지역에서 북송사업 관련하여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보토나무 도리(버드나무 거리)를 직접 걸으며 60년 전 희망을 품고 북한으로 떠났을 재일교포들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일교포 북송 문제를 국가 대 국가의 대결로 볼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고 지금 이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10~20년의 장기적인 플랜으로 재일교포 북송 프로젝트를 진행해 증언집,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이 역사들이 사라지기 전에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석향 교수는 현재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학교 내 연구기관인 통일학연구원 원장직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주민의 일상생활, 북한 내 소수자 문제,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의식과 현황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 수집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