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감 관사
인천시교육감 관사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초등학교 5~6학년, 학교에서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당시 1년 넘게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운동에 흠뻑 빠졌다. 그 때는 시골 초등학교에 합숙소가 없었던 터라 1년 넘게 먹고 자는 문제를 교장선생님 관사(官舍)에서 해결했다. 일본식 목조건물로 지어진 교장선생님 관사는 꽤나 고급스럽고 신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장선생님 관사에서, 우리를 지도하셨던 선생님은 당시는 흔하지 않았던 라면을 직접 끓여주셨다. 지금은 웃음이 나는 일이지만 친구들끼리 서로 더 먹겠다고 달려들었던 기억, 그리고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금, 당시 추억이 생각나는 건 최근 관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교육감 관사를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관사 존폐 여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감 관사를 내년 7월까지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카페, 상담실, 쉼터, 문화예술체험공간, 회의실, 강연장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이 같은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의 이 같은 관사 폐지 검토 소식에 대해 교육감 관사를 사용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의 경우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취재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교육감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인천을 비롯해 경기·강원·전북·충남 등 8곳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교육청 직원들은 관사 존폐 여부와 활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몹시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교육감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게 금방 느껴졌다.

물론 교육감들의 관사 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예산안을 심사할 때면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들의 관사 사용 문제가 구설에 오르곤 한다. 현재 18개 정부 부처와 17개 시·도 광역단체들이 관사를 없애는 추세다. 관사가 없는 장관, 자치단체장, 교육감들은 대개 직장인처럼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치단체장과 교육감들이 해당 지역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선출직인데 굳이 관사가 왜 필요하냐고 말한다. 심지어 교육감 비서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선거출마를 위해서 지역출신이 아닌 후보자가 출마자격 문제 때문에 전셋집을 얻어 주소지를 옮겼다가 당선되자마자 관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6·13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사용하는 관사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감 관사는 20여 억 원을 들여 수원시 영통구 광교에 2층 단독주택으로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논란이 일었다. 예산심사 때도, 선거 때도 논란이 됐지만, 이재정 교육감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물론 이재정 교육감 관사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파견하는 부교육감 관사가 20억 원에 달하는 사례도 있다. 관사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지만, 필요성을 인정해도 20억 원까지 들여 2층짜리 집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한 건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요즘 시대에 시민들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 한 쉬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교장선생님 관사에서 합숙생활을 경험한 추억은 참 아름답게 남아있다. 그 때 선생님들은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것을 다 내주시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요즘 교육감들의 ‘억소리’ 나는 초호화판 관사 논란이 참으로 씁쓸하다. 어린 시절, 그 때 선생님들이 자꾸만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