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시행 도로교통법…안전띠도, 카시트도 없는 상황서 실시
국공립유치원 차량 절반 이상 임대 차량..."교육청 예산지원 필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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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박용광·한치원 기자] “통학차량에 안전띠도 없는데, 유아용 카시트까지 설치해야 한다고요?”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시설 의무화’를 앞두고 유치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의무화 관련 명확한 기준도 없는데다, 보호장구를 설치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17일 국‧공립유치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를 골자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어린이용 안전띠와 유아용 카시트, 부스터 좌석 등 ‘유아보호장구’ 설치가 의무화된다.

주요 내용은 영·유아(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인 경우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하고 안전띠를 매야 하며, 어린이용 안전띠는 어린이나 영·유아 신체구조에 따라 적합하게 조절되는 장치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시·도교육청의 어린이 통학차량 운영이 임대 계약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운영비가 빠듯해 통학차량 계약에 입찰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렵게 임차를 해도 안전띠 설치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 원장은 “통학차량 계약 시 어린이용 안전띠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공고하면 계속 유찰된다”고 토로했다. 입찰에 나서는 차량 주나 업체가 없어 결국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총 1158개 공립유치원(단설 88곳, 병설 1070곳) 가운데 64대의 어린이 통학차량이 운행 중이다. 이 중에서 유치원이 직접 운영하는 통학차량은 22대, 임대차량은 42대다.

통학차량에는 대부분 어린이용 안전띠 외 유아용 카시트 등 유아보호장구가 설치돼 있지 않아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전에 해당 보호장구를 설치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카시트 2026개(승차정원 기준), 2억원(1개당 1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시도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운영비 때문에 전세 비율이 높다. 부산의 한 병설유치원 교장은 “대다수 국공립 유치원이 전세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에 어린이용 안전띠 설치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사비를 들여 설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계약버스 업체에서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경찰청으로부터 이미 운행 승인을 받은 차량은 다시 안전장치 설치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반면, 타 시·도교육청은 ‘영·유아의 경우 어린이용 안전띠가 설치돼 있더라도 신체구조에 맞도록 카시트 설치가 필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교원들은 어린이 통학버스 문제는 유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교육당국이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도 공립 단설 유치원유치원 관계자는 "임대업체 측과 수차례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에서 설치예산 지원과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같은 법령을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설치 대상이 확정되면 예산 마련 등을 통해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도 “우리 지역은 직영과 전세 차량의 비율이 5대 5”라며 “비용적인 문제로 직영 확대는 실질적으로 어렵지만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북 공립병설유치원 교장은 “얼마전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이들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었던 건 어린이용 안전띠 덕분이었다”며 “안전 예산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