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이 목표대로 되진 않아…국민숙의 방식 정교하게 다듬어야"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김상곤(사진) 부총리는 2일 오전 11시 10분 세종시 교육부 청사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임사를 통해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혁신 정책 전반에 대한 추진을 다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되어서 송구한 마음"이라며 "여러 조건과 한계 속에서 다하지 못한 개혁 과제를 후임 부총리님과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무겁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 등에서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정책으로 만들어가지만, 모든 정책이 원래 목표와 방식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규정된 수많은 조건과 넘겨받은 환경이라는 함수 속에서 부단히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주체는 물론, 국민과 함께 숙의하면서 긴 안목으로 주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매우 뜻깊을 뿐더러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이 집중되는 교육정책의 특성 때문에 언제나 수많은 요구와 비판에 직면하면서 저를 도와 정책을 수행해 주셨다"며 "못다 한 공교육 혁신의 여러 과제는 후임 유은혜 부총리가 국민의 성원을 받아 꽃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교육부 가족 여러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교육혁신을 위해 일해 온 지 어언 1년 3개월이 흘렀습니다.

교육이 세상을 바꾸고 교실과 강단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산실이라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만, 여러 조건과 한계 속에서 다하지 못한 개혁의 과제를 후임 부총리님과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무겁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지금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바탕에는 언제나 교육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이는 또한 교육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열어나가고자 하는 교육주체들의 노력과 열정 또한 뜨겁다는 면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특별한 자산이자 동력입니다.

차별과 혐오, 양극화와 불평등, 무한경쟁과 반인권의 불안과 절망의 그늘을 걷어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일이 교육에서부터 번져나가도록 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엄중한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러한 소명에 기반하여 촛불 혁명 이후의 대한민국이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국민적 기대를 교육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실천 또한 언제나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여러 한계 또한 무거웠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정책으로 만들어가지만 모든 정책이 원래 목표와 방식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정책은 스스로 선택한 환경과 합리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규정된 수많은 조건과 넘겨받은 환경이라는 함수 속에서 부단히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으로 국민들께 판단을 묻고자 했고, 치열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합의와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시작은 새벽처럼 서서히 밝아오지만 끝날은 해 떨어지듯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법입니다.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혁신 정책 전반에 대한 추진을 다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되어서 송구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그 어느 분야보다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이 집중되는 교육정책의 특성 때문에 언제나 수많은 요구와 비판에 직면하면서 저를 도와 정책을 수행해 주신 교육부 가족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저는 무엇보다 우리 교육이 고질적인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을 키워주는 혁신교육으로 전환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끄는 유례없는 혁명기를 살면서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앞으로 불어 닥칠 변화는 우리들 삶의 기본 형태와 구조마저 바꿀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정책 또한 단기적, 미시적 대응이 아닌,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필요로 합니다.

얼마 전에 출간된 유발 하라리 교수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가 맞닥뜨린 기술의 도전과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정치적 절망을 살핍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은 치열한 자아성찰과 새로운 사회정치적 모델을 구상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자가 문제 삼는 교육 현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고, 그 해법 또한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자 하는 공교육 혁신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변화가 확실한 시대에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와 과제를 서로 공유하면서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주체는 물론, 국민과 함께 숙의하면서 긴 안목으로 주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매우 뜻깊을뿐더러,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교육정책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정부 전체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지난 9월 6일, 포용과 혁신을 핵심 화두로 하는 사회정책전략회의가 출범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국가발전의 비전과 방향을 수립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일 또한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는 교육부가 앞장서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도 새겨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교육부 가족 여러분!

제가 못다한 공교육 혁신의 여러 과제는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후임 유은혜 부총리님과 여러분께서 국민의 성원을 끌어내어 더욱 환하게 꽃피워 주실 것이라 믿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여러분들을 믿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운,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2일 부총림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