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사·노노' 대화 틀 없는 학교에 독일식 교직원평의회제 도입하자
[기고] '노사·노노' 대화 틀 없는 학교에 독일식 교직원평의회제 도입하자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12.1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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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서울문화고 교사‧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위원장
이장원 서울문화고 교사‧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위원장

노사관계의 입장에서 본 현재 학교의 모습은 3가지로 요약된다. 학교자율화추진계획 이후 학교장의 권한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이런 학교에 다양한 직종의 교직원, 다양한 직종의 교직원이 존재하고, 다종의 노조가 병존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사, 노·노간 대화 틀도 없는 것이 학교다.

하나. 끊임없이 커지는 학교장 권한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학교운영의 자율화 정책이 추진되어왔다. 특히 2008년 4월15일 교육부가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위학교 자율성과 학교장 책임경영이 강조되며 학교장의 권한이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중등교육 지방 이양과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부처 주도의 정책추진 방식에서 탈피해 교육현장의 자율성 강화와 실질적인 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2018.10.12. 시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교육자치 강화 정책으로 각종 권한과 사무가 중앙에서 지방교육행정기관으로 이양 추진 중임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에, 우리 교육청도 교육지원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본청을 슬림화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하고자 합니다.”(2018.12.7. ‘조직개편에 즈음한 조희연교육감 입장’에서)

위의 발언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학교장의 권한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둘. 다양한 직종의 교직원, 다종의 노조 병존

18학급의 서울 모 학교는 교원 25명(교장‧감 포함), 기간제 교원 9명, 강사 6명, 행정실 공무원 3명, 무기계약직(공무직) 12명, 임시직(기간제 직원) 7명 등 62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사용자도 정부, 교육청, 학교장, 용역회사 등 다양하다. 이렇게 직종 다양해지면서 업무를 둘러싼 학교내 교직원간의 갈등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교사노동조합, 서울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교육청일반공무원노동조합,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시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위 학교의 교직원이 가입하고 있는 노사관련 단체들이다.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 2개, 공무원노조법에 다른 노조 2개, 일반노조법에 따른 노조 2개,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원단체 1개 등 무려 4개 법률에 의한 7개 조직에 이른다. 참으로 복합한 노사관계이다.

셋. 어떤 노·사, 노·노 대화 틀도 없는 학교

지난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교사노조의 단체교섭이 있었다. 교육청은 노조가 요구한 내용 중 상당수를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거나 ‘권장한다’는 내용 이상의 단체협약은 체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들의 노동조합은 학교장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 공무원노조는 물론 교원단체도 마찬가지다. 교원노조법도, 공무원노조법도, 교원지위법도 학교장과의 교섭권은 물론 협의권도 부여하지 않아 학교에는 어떤 합법적인 노사 대화 틀도 없다. 당연히 노노 대화 틀도 없다. 때문에 학교는 노사대화도 노노대화도 없는 후진적 노사관계 속에 머물러 있다.

학교 노사관계 선진화의 타산지석, 독일의 직원평의회

아이들의 배움터 학교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노사관계부터 민주화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노사대화 틀 부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노사 대화 틀 부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 학교장을 노조의 교섭 상대로 인정하거나 다른 법률로 학교장과의 교섭협의 틀을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의 현실에선 전자보다 후자가 현실가능성이 보다 높을 듯싶다.

지난 12월15일 서울교사노조 사무실에서 ‘독일식 직원평의회 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과 입법화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학교 노사 대화 틀 부재 문제 해결 대안으로, 독일식 직원평의회제도를 도입해 ‘학교 교직원평의회’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독일은, 단결권만 주어진 공무원인 공립학교 교직원에게, 교원과 직원들이 선출한 평의원으로 구성된 ‘직장평의회’를 구성해 학교장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직장협정을 맺도록 해 단체교섭권을 보완해주고 있다. 직장평의회는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구성되며, 학교장과 협의수준도 사안에 따라 공동결정 수준, 협의 수준, 청문 수준 등으로 명확히 정해놓고 있다.

학교의 노사 대화 틀 부재 문제를 해결할 수 대안으로 벤치마킹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교육활동에 관한 문제를 주되게 다루지만 교직원평의회는 교직원의 근무조건과 권리에 관한 문제를 주되게 다룬다. 전자가 학부모(학생)와 교직원, 학교장의 대화 틀이라면 후자는 학교장과 교직원의 대화 틀로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른 만큼 각기 별도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독일도 학교운영위원회 성격의 ‘학교협의회(Schulkonferenz)’가 직원평의회와 별도로 존재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교직원평의회도 제도화되어 학교가 학부모와의 대화만이 아니라 노사간, 노노간 대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선진화된 노사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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