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 보낸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조사 시행 공문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 보낸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조사 시행 공문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공립 중등학교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선 학교 교감들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서울교총)가 "즉각 중지하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공립 중등학교(각종학교 포함)을 대상으로 '2019 상반기 공립 중등 교감 인사 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며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1일 성명서를 통해 "설문조사 의도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중등교감을 교육청 입맛에 맞게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며 "중등교감에 대한 평가 꼬리표로 전락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가뜩이나 과도한 민원과 격무에 시달리는 교감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설문조사라는 미명의 평가 꼬리표를 다는 정책 추진은 교육청이 교감을 옥죄고 나아가 학교 자율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해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근무평정 등 기존 자료를 참고하면 될 것을 굳이 교육청의 ‘업무 줄이기’ 시책에도 맞지 않는 일을 벌이는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총은 "이 설문조사가 교감 전체를 잠재적 무능력자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게다가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 자칫 설문 결과에 따라 문제 교감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거도 불명확하고 어떤 의도로 실시하는지도 모르는 설문조사로 중등교감의 사기를 꺾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되묻는다"며 "만일 이 설문이 항시적으로 실시된다면, 교감의 책무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설문조사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인기관리에 치중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감은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근무평정을 통해 교감들은 이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설문조사까지 하라는 건 사실상 교감들을 대상으로 평판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교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인기 관리에 치중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 참여자는 해당 중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 선거권자다. 평가항목도 ▲교육자로서 품성과 직무 충실도(5단계 평가) ▲사명감, 책임감, 솔선수범 정도(5단계 평가) ▲학교 문제 파악과 개선노력 정도(5단계 평가)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에 대한 교육적 배려 정도(5단계 평가) 등으로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근무평정과 중복되는 내용이다.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정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중등교감 본연의 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중등교감의 애환과 목소리를 듣고, 이를 통해 교육환경 개선에 힘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