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 광주 문흥초등교 교사

조재호 광주 문흥초등교 교사

먼저, 매우 반가웠다. <마일리지 승진? 관리자 ‘엄정한 기준’ 선발 임명해야> 투고는 프린트해서 몇 번이나 읽었다. 어떤 다른 글보다 흥미롭고 귀중하다고 여긴다. 진심으로 박정현 한국교총 청년위원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사실 교사승진제와 관련해 온오프라인에서 상당한 양의 비판이 있었다. 게으른 필자도 승진제 관련한 교육행정학 서적을 접할 수 있었다. 실천교육교사모임과 같은 교사단체에서는 공식적인 논평을 꾸준히 타진했다. 

온라인에서는 ‘승진안행’교사 모임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행 승진제 비판에 대한 대응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막연히 추측하기로 승진하시는 분들은 너무 바쁜 삶을 살기에 이 문제가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여기거나, 이미 승진하신 관리자들에게는 논의하면 불쾌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임 학교에서 존경하는 교총소속 교장선생님과 이 주제로 간략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교장선생님은 통합교과에 전문가이시며, 민주적 소통으로 학교를 아름답게 이끄셨던 분이다. 그런데 승진제도와 관련한 비판에 대해, 그리고 내부형공모제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단호하셨다. 

“그건 아니야. 다른 나라들도 지금 교장자격증 추세로 가고 있어.” 

교육적 전문성을 갖추고 인격적 훌륭함을 지닌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대해 이어진 비판을 하기는 힘들었고, 토론이 끊어졌다. 이와 같이 사석에서 통용되는 주제가 지면을 통해 논리와 논리로 토론되어짐을 몹시 환영한다. 

세속의 권력에서는 ‘급’을 나누어 토론주제 및 토론상대를 따지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를 지양하는 매우 긍정적 사례라고 여긴다. 또 나름 추론해볼 때 박정현 선생님께서 교육에 대한 튼튼한 신념과 유연한 자세가 없으면 기고를 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 전제 위에서 초등 평교사로서 박정현 선생님의 글을 반론해 본다.

먼저, “누가 보직교사를 해야 하는가”. 박 선생님은 학교현장을 잘 아시는 듯하다. “신학기마다 학교별로 보직교사를 누가 할지를 두고 진통을 겪는다”고 하셨다. 실은 학기말이다. 학기가 다 끝난 후에 보직교사를 두고 교사들 간에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이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반성을 한다. 일부 학교는 순환보직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전임 학교에서는 교장교감선생님이 교사들에게 이를 일임하셨다. 교사들 사이에서 토론을 했다. 격렬한 논쟁이 있은 후 깨달은 것이 있다. 왜 교사들은 ‘보직교사’를 맡지 않으려 하는가. 그 이유는 보직교사가 ‘인센티브’로 받는 7만원이 작아서가 아니다. 월 7만원 값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훨씬 많은 책임(욕?)을 져야하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보직교사가 보람을 못 느끼기 때문이란 점을 우리는 토론 끝에 깨달았다. 소위 부장교사들은 각 부서마다 교육관련 기획을 한다. 이런 저런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계획을 짜지만, 실제 구상한대로 실행을 할 수 없다. 국가-교육청-학교관리자에 의해 결정된 ‘지시’를 그 하급직원(교사와 교직원)에게 잘 꾸며서 전달하는 역할 정도다. 

방과후 담당 부장이 무슨 권한이 있는가? 마치 ‘군대’보직처럼 계통화된 명령, 행정체계에서 보직교사는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소외된 노동만 할 수 있다. 더구나, 현행 승진체계 속에서 이미 교사와 단절되어 높은 위치와 권한을 가진 ‘교장’ ‘교감’이란 관리자들의 명령체계 속에서 부장교사들은 관리자와 일반교사 사이에서 눈치만 봐야 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자리다. 

그래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직교사를 맡게 할 것인가” “왜 선생님들은 보직교사를 맡지 않으려 하는가”를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물론 승진코스를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은 보직교사를 희망하고 맡는다. 

그러나, 그것이 더 위험하다.

자기 소신이 없이 위에서 내려온 명령들을 문서로 잘 포장하고, 아래(?)에 있는 일반교사들을 독려하는 행위가 과연 교육적 전문성 발휘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학생들에게만 ‘잠재적교육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도 교사생활 속에서 표면적인 연수와 교육 외에 다른 것들을 배운다. 수직적 계통체계 속에서는 오로지 교육적 소신 없이 명령만 잘 받들어야 한다는.

두 번째, 박정현 한국교총 청년위원장은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민주적 분위기의 조성과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정의하는 것은 한 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편협한 시선”이라면서, 관리자는 “학교 업무 전체를 관장하고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하신다. 그 구체적인 것은 무엇인가? “실무경험”과 “법률적 이해” 및 “행정처리의 절차” “재정편성 지출”이라면서 “누구나 관리자의 위치에서 업무를 협력하며, 배워 가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 비판하신다. 

우선 공감한다. 교장, 교감이란 직위를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할 뿐 아니라 엉터리다. 그런데 누가 그런 주장을 하는가? 나도 박정현 선생님과 그 점에서는 의견이 같다.

하지만 승진마일리지제를 비판하며, 교장보직제를 주장하는 분들,

전교조나 실천교사모임에서 “누구나 교장을 한다”는 주장을 본적이 없다.

물론 본 교사가 철이 없던 시절, 매일 화분만 가꾸시는 교장선생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부형공모제나 교장보직제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교장’, 관리자의 역할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리자의 리더십이야 말로 교육을 교육답게 하는 것임을 잘 아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학교내부자들>을 쓰신 저자 박순걸 교감선생님은 “여러 명이 모여 관리자 리더십을 연구하자”고 주장하신다.

실무경험. 이것은 내부형공모제 교장기준을 보면 대체적으로 20년 이상의 교육경험을 조건으로 하기에 충족한다. 법률적 이해 및 행정처리 절차. 평교사 입장에서 보면 어렵다. 열심히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사모임들에서 이미 교사로서 꼭 알아야 하는 법률적 지식들에 대한 학습과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교장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를 책임지기 위해 필요한 제반 법률이해는 필수적임을 동의한다. 재정, 경영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장자격에 이와 관련한 어떤 검증을 하는가? 자격증이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보장하는가?

보다 근본적인 것은 ‘교장’ 및 ‘교감’이란 직위가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면서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교장의 명과 교감의 견해가 학교에서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통용되고 교육이란 귀중한 경험에서 소외되는 교사들의 문제가 현장에서는 보완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민주적 교장’이 부임 해와도 진정한 권한이 배분되지 않는다면,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교사들에게 교육할 권한을 배분해주고, 보직교사는 이를 지원하며,

관리자는 오로지 이와 관련된 실질적 업무만 하는 체제. 그렇게 어려운 문제일까? 

“현재 체제의 문제를 보완해 가며,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고 하신 말씀에 주목한다. 본인의 글도 그렇게 읽혀질까 우려된다. 실은 너무나 수많은 ‘대안’들이 존재했었다. 혹시 그 지점이 마치 블랙홀처럼 보이시지 않는 건 아닌가? 

내가 존경했던 교장선생님이 내게 “교장은 전체적인 조망을 해야지 수업보결은 할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실 때 나는 벽을 느꼈다. 아마 나도 교장선생님의 어떤 면들을 고개 돌리고 바라보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화가 더 중요하다. 아니, 교육이란 어쩌면 대화 자체일지 모른다. 

생각이 다른 교사들. 이 자체가 우리 교육현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갈등이 있는데도 마치 없는 듯이 봉합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가 아닐까? 다시 한 번 박정현 한국교총청년위원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조재호 광주 문흥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