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vent Horizon Telescope 홈페이지 캡쳐)
(사진=Event Horizon Telescope 홈페이지 캡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인류가 사상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오후 1시(한국시간 10시) 밝혔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면서 처음 개념이 등장한 블랙홀의 핵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천문학 역사상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2017년 4월 약 10일간에 걸쳐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의 거대한 은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2017년 4월5일부터 14일까지 스페인, 미국, 남극, 칠레 등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 또는 전파망원경 군집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관측했다.

연구팀은 이런 정밀한 망원경으로 관측한 블랙홀 빅데이터를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의 슈퍼컴퓨터로 이동해 분석 영상으로 바꿨다.

EHT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반대편의 미국 뉴욕의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이 블랙홀은 블랙홀 뒤에서 온 빛이나 주변에서 발생한 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 둥글게 휘감기며 형성됐다. 지름이 400억 ㎞의 약간 기울어진 고리 모양의 구조 안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흑같이 어두운 이 공간은 내부의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형성된 공간으로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불린다. 연구 결과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마치 달걀 속 노른자처럼 그림자 한가운데에 약 150억 ㎞의 크기로 담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홀은 천체가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큰 질량을 포함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어두울 것으로 예측돼 ‘블랙홀(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어두운데다 극도로 밀집해 크기까지 작아 그 동안 아무도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지 못했다. 그동안의 블랙홀 그림은 모두 이론 계산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였다. 

EHT는 이번에 은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태양의 수백만~수십억 배 무거운 거대한 블랙홀인 ‘초대질량블랙홀(거대질량블랙홀)’을 대상을 관측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블랙홀인 우리은하 한가운데의 ‘궁수자리A스타(*)’와, 우리은하와 비교적 가까우면서 유독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초대형 타원은하인 ‘처녀자리A(메시에87)’의 초대질량블랙홀이 대상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그 중 메시에87의 중심부에 자리한 태양의 65억 배 질량의 블랙홀이다.

이번 블랙홀 관측 성공으로 1915년 제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도 104년 만에 입증됐다.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천체물리학지식을 이용해 블랙홀의 모습이 어떨지에 대한 다양한 모델이 존재했는데 이번에 그 중 어떤 모델이 맞는지 관측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 각국 13개 기관에서 총 2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천문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서울대·연세대 등에서 8명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연구에 기여했다. 

한편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 영상은 미국 시각 10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논문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