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사진=kb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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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 두발‧복장지도,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 1항에는 학교규칙(학칙)에 다음 사항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학생 포상, 징계, 징계 외의 지도방법,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유지에 관한 사항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

이 조항은 학생의 두발‧복장 지도,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금지를 학칙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왔다.

앞으로 이 조항이 삭제된다면 두발‧복장지도,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제한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법적 근거가 사라진 만큼 학칙 개정이 불가피해진다.

시행령 개정과 상관없이 학칙에 이 조항을 계속 유지할 수는 있지만, 단속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학생이 소송을 제기하면 학교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 “옆 학교는 허용하는데 우리 학교는 왜 단속하느냐?”는 항의가 쏟아질 수 있다. 형평성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전국의 학교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 바탕 몸살을 앓을 것 같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토론을 통해 기준에 합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길고 지루한 토론과정 자체를 민주주의를 배우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학교마다 들쭉날쭉 학칙을 만들지 않고 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토론과는 별개로,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 학생의 휴대폰 사용은 비용을 부담하는 보호자가 결정할 일이다.
- 학생의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은 해당 학생이 결정할 일이다.
- 교사는 수업분위기 유지를 위해 수업중 휴대폰 사용을 제지할 수 있다.

* 학생의 용의‧복장 지도에 대해
- 용의‧복장은 타인에게 명백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신체의 자유에 속한다.
- 학생의 용의‧복장이 다른 학생에게 명백한 피해를 주는 경우, 교사는 학생을 지도할 수 있으나 그 방식과 정도가 조언과 권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 밖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다. 문제는 이 하나하나가 당장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시행령부터 뜯어고치는 시‧도교육감과 교육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송원재 전교조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