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2018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발표
학부모 침해 48.5%…‘자녀지도 불만’에 무차별 민원‧소송
학생 '수업방해', '폭언 욕설' 앞질러…교육활동 보호 절실

사진=한국교총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 지난 2016년 A초등교 6학년 자녀를 둔 B학부모는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담임교사와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는 적극적 대응 및 해결에 노력했으나 B학부모는 교육청 및 교육부, 신문고, 경찰청 등에 지속적 민원 제기 및 언론 동원 등을 해 교사와 학교 측에 금품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이를 거부하자 B학부모는 자녀의 개인정보가 담긴 설문지 2매를 가해학생 측에서 몰래 촬영해 유출한 것을 빌미삼아 A교사를 비롯한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을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교사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접수한 2018년도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500여건 가운데 학부모의 악성 민원, 허위사실 유포, 무분별한 소송 등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유형 중 ‘수업 방해’가 처음으로 ‘폭언․욕설’을 앞지르며 최다를 기록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총은 2일 ‘2018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01건에 달했다. 2017년 508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2016년 이후 3년 연속 500건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만연한 교권침해와 몸살 앓는 교원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10년 전인 2008년 249건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건은 2010년대 초반까지 200건대에 머물렀다. 이어 2012년 335건이 접수되면서 처음으로 300건대를 넘겼고, 2014년 439건으로 400건대, 2016년에는 572건으로 500건대를 훌쩍 넘기는 등 급증했다. 이후 2017년 508건, 2018년 501건으로 3년째 500건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 501건의 상담 사례를 주체 별로 분석하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3건(48.50%) ▲처분권자에 의한 부당한 신분피해가 80건(15.97%)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77건(15.37%) ▲학생에 의한 피해가 70건(13.97%) ▲제3자에 의한 피해가 31건(6.19%) 순이었다. 

학교 급별로는 유초특수학교, 중학교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았다.(유초특수학교 187건, 58.81%/중학교 39건, 42.39%), 고교는‘교직원에 의한 피해’ 24건(27.91%), 대학은 ‘처분권자에 의한 부당한 신분 피해’가 6건(100%)으로 가장 많이 접수 상담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 교권침해 상담사례 접수 현황. (자료=한국교총)

지난해 접수‧상담 결과 주요 특징은 여전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가장 많이 호소하는 점이다. 상담 건수는 243건(48.50%)으로 2017년(267건, 52.56%)보다 줄었지만 반복‧지속적 악성 민원과 협박, 허위사실 유포, 민‧형사 소송 남발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총이 밝힌 상담사례를 보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대로 몰아 허위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하는가 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처분에 불만을 품고 학교와 교사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년간 과도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원인은 ‘학생지도’불만이 95건(39.09%)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67건(27.57%), ‘학교폭력’처리 관련 53건(21.81%), ‘학교안전사고’처리 관련이 28건(11.52%)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 원인별 현황    
학부모에 의한 피해 원인별 현황. (자료=교총)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원인 1순위가 ‘폭언·욕설’에서 올해 처음 ‘수업방해’로 바뀐 것도 주목된다. 최근 3년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원인(행위)을 살펴보면, 2016년 폭언․욕설 18건, 명예훼손 13건, 폭행 12건, 수업방해 9건, 성희롱 6건 순이었다. 

2017년에는 폭언․욕설 23건, 수업방해 15건, 명예훼손 10건, 폭행 10건, 성희롱 2건으로 ‘폭언․욕설’이 매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2018년에는 수업방해 23건(32.68%), 폭언․욕설 18건(25.71%), 명예훼손 11건(15.71%), 폭행 11건(15.71%), 성희롱 7건(10%)으로 바뀌었다. 

학생에 의한 피해 원인 및 행위별 현황. (자료=교총)
학생에 의한 피해 원인 및 행위별 현황. (자료=교총)

교총 교권강화국 이성재 국장은 “수업방해 상담이 늘고 있는 것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체계가 무너져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거부되는 교실의 민낯을 반영한 것”이라며 “교권을 넘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일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업방해 학생 등에 대한 지도 수단, 방안, 절차 등을 명시한 생활지도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상담 비중이 2016년 10.14%, 2017년 11.81%, 2018년 13.97%로 매년 증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국장은 “교직사회 정서상 대부분의 교원들은 제자들의 교권침해를 신고하지 않거나 참고 넘어 간다”며 “그럼에도 상담이 느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교권침해가 계속 증가하고, 정도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권침해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교총의 소송비 지원 건수는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교총의‘교권 사건 소송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4건, 2016년 24건, 2017년 35건, 2018년 45건으로 매년 10건씩 증가하고 있다. 

이 국장은 “교권침해 사건의 정도가 소송으로 비화될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권침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도록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10월 17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2학기부터 학교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폭 처분에 불복한 교권침해가 많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도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총이 개정해 낸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학부모 등의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조치 의무화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교권침해 학부모 특별교육 미이수 시 300만원까지 과태료 부과 △교권침해 학생 징계에 전학, 학급교체 추가 등을 담고 있다.

또 개정을 앞둔 학교폭력예방법은 △경미한 학폭 학교자체해결제 도입 △단위학교 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이 골자다.  

교총은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학생의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교권사건 접수 및 상담‧처리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교권침해 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률자문 및 중재 활동, 소송비 지원 등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