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애리조나 주립대 국제무역학과 4학년

"유학 기회 온다면 목적 확실히 하고 떠나야"

김용성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국제무역학과 4학년 재학(Bachelors of Science in International Trade, Arizona State University)
김용성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국제무역학과 4학년 재학(Bachelors of Science in International Trade, Arizona State University)

고등학교 자퇴 후 필리핀 유학...'도피였나 수능포기였나'

많은 학생이 다양한 이유로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의 유학을 꿈꾸고 희망한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유학을 가기 위한 준비기간과 그에 필요한 금전적인 요소들은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님들로 하여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서게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러한 모든 부담을 경험한 학생 중 한 명이었고, 18살 때부터 약 6년 동안 탄탄한 준비과정을 통해 2018년 8월 24살 나이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국제무역학과에 입학 후 현재까지 이곳에서 1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유학 길에 오를 때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교 2학년이라는 나이에 스스로 국내 학교의 ‘자퇴’를 결정하고 동남아시아 필리핀 바기오라는 지역으로 첫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내가 처음 느꼈던 감정은 단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라는 기쁜 마음뿐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의 나는 단지 도피유학, 한국 대학의 벽을 넘지 못한 자, 수능포기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도 들뜬 마음이었을까. 나는 그 모든 말들을 뒤로 하고 단지 외국에 간다는 사실만으로 ‘남들 시선 따위’라는 생각으로 무시했다.

2012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필리핀에서의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기오에 위치한 현지 고교인 크리스천 레가시 아카데미 1년, 그리고 바기오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에서 2년, 도합 3년이라는 유학생활을 끝으로 21살의 나이에 더 큰 미래를 바라보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군대가 잡은 발목..."나는 대한민국 남자다"

한국 복귀는 또다른 시련의 시작이었다. 나는 복귀 후 뉴질랜드에 있는 오클랜드 공과대학에 정식으로 입학허가서를 받고 또 다른 내 미래를 계획하려던 찰나,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 입대로 인해 모든 것이 무산됐다.

현역 군인으로 내 젊음을 바치며 내 미래를 생각하며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도전정신’ 그리고 ‘영어’였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더 넓고 큰 세상과 부딪혀보고 싶었다.

스스로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계획한 후 군 생활이 약 6개월 정도 남았을 무렵,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 스스로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확신을 시켜드려야 했다. 나는 먼저 신뢰 있는 유학원과 계약을 진행하였고, 내 수준에 맞는 대학 리스트들을 선정하였다. 이후, 각 대학교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모든 서류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군인 신분이라 (전)대학교 재학증명서, (전)대학교 성적증명서, (전)대학 교수 추천서 2장, 고등학교 졸업증명서, 고등학교 성적증명서, 영어 이력서, 그리고 공인영어성적(TOEFL, IELTS) 등 여러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함이 많았지만 나는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것은 내가 강점으로 내세운 또 다른 도전정신이었다.

사람 일은 항상 자신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각 교육기관에서 받아야 하는 서류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특히 공인영어성적인 아이엘츠를 공부하는데 있어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유학을 다녀왔지만 영어를 약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나로서는 다시 영어를 공부하는 데 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전역 5개월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밤 낮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시험공부에 매진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첫 시험에 임한 나는 행운이었는지 내 노력의 결과였는지 내가 원하는 점수를 받았고 전역과 동시에 내가 필요한 모든 서류를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초조함과 기다림의 시작은 이후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캠퍼스 외 7개 대학에 지원 원서를 작성한 후 각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2차 입학조건들인 전화면접이나 에세이를 통해 미국 대학의 문턱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결국 이중 6개 대학에서 정식 입학허가라는 쾌거를 경험하였고, 나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로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인생은 언제나 선택..."충분한 고민이 나를 있게 한 큰 자산"

세상 사람들 중 자신의 삶에서 기회가 오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선택으로 인해 후회를 안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 삶에서 선택지에 놓일 때마다 고민을 하는데 많은 소중한 시간을 소비했다. 되돌아보면 이 모든 고민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큰 자산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미국 유학이라는 행선지를 정했다. 한국에서만 시간을 보내온 내 또래 한국 친구들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있고 넓은 세상 속에서 다른 여러 나라의 또래를 만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포용성도 함께 키우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라는 선택지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고, 이와 동시에 하루하루 학업적으로 성장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해외 유학생과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은 서로 다른 땅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은 같다. 우리는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의 유학생으로 다른 나라에서의 살아간다는 것이 가끔은 외롭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기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 생각하고 묵묵히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 미래에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좋은 계기라 생각한다.

"유학은 결승선 아닌 출발선임을 명심하길"

경제 사정으로 인해 유학길에 오르고 싶어도 못 가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이는 유학이 젊은 학생들에게 있어 큰 특권이자 기회라고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해결되고 유학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가야할 것이다. 기본기는 덤이다.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은 단지 대학을 결승선으로 바라보면 안 되고, 또 다른 시작점이자 싸움의 시작이라 생각해야 한다. 만약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계획과 목적이 뚜렷하다면 분명 유학은 자신에게 독이 아닌 현실성 있는 미래로 다가갈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