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분석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기도교육청은 초중고교 교원과 학생(학생자치회)을 대상으로 지난 6월28일부터 7월12일까지 조사한 학교생활 속 일제잔재 인식 분석을 15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는 160개교가 참여했으며 31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의 종류는 크게 ‘명칭/용어/언어 영역’과 ‘학교문화/교육과정 영역’, ‘학교 상징물/구조/법‧제도 영역’ 등으로 나눠 조사됐다.  

습관적으로 일상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반장.(사진=jtbc 캡처)

명칭이나 용어의 경우 일상용어로 습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반장이다. 

일제시대 급장(級長) 혹은 반장(班長)은 학급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으로 주로 담임교사에 의해 지명되어 담임교사의 대리자로 활동했다. 

일본에도 급장(級長)이 있었으나, 패전 이후 명칭이 학급위원(學級委員)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경우도 회장, 부회장 등으로 대부분 교체되었으나, 습관적으로 아직도 반장이 일상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훈화는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일제 강점기의 군대 용어로 감시와 통제를 위해 사용됐다. 덕담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선중앙일보 1935년 3월11일자에 ‘파이팅 스피릿’ 제하의 기사가 남아 있다.(출처=민족문제연구소) 

학생들이 응원할 때 많이 쓰는 ‘파이팅’도 일본군 출전 구호다. 그 유래는 권투경기 시작을 알리는Fight(파이트)’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화이또’라는 군인 출진 구호로 부른 데서 찾을 수 있다는 것. 잘하자, 힘내, 아리아리 등으로 바꾸자는 지적이 나왔다.

간담회는 일본식 한자어(懇談會:こんだんかい)를 한글로 표기한 말로 정담회(情談會)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결석계, 휴가계 등 ‘계’ 역시 학사운영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표현이다. 일본에서 공문서를 지칭하는 ‘~とどけ(屆)를 그대로 옮긴 것이므로 결석신고(서), 휴학신청(서) 등으로 표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학교문화 영역에서는 대표적으로 ‘차렷/경례’ 등 인사가 지적됐다. 이는 군대식 거식 경례로 일왕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일제 흔적이라는 것. 바른 자세-인사/인사-“안녕하세요”/인사-“고맙습니다”등으로 바꾸자는 안이 나왔다.

2004년 6월9일 방송.(사진=kbs 캡처)

‘수학여행/수련회/소풍’은 일본에 조선인 학생들을 보내 일본문화를 익혀 민족정신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메이지유신 이후 1907년부터 행해진 활동이었다. 학교현장에서는 문서상으로 ‘문화탐방’이나 ‘문화체험활동’ 등 여러 가지 대체용어로 많이 바뀌었으나, 교사나 학생들의 구어상 용어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논란이 됐던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비롯해 ‘꼬리 따기’, ‘대문놀이’, ‘비석치기’ 등도 일제 잔재 놀이다. ‘투호놀이’, ‘윷놀이’, ‘공기놀이’와 같은 우리 전통놀이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교상징물이나 구조/법제도 등 부분에서는 구령대‧조회대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높은 구령대에서 교장선생님이 말씀을 하고 학생들이 아래에 줄서서 듣는 모습은 일제 군국주의의 확실한 잔재라는 것이다.

교실 정면 태극기도 일제 잔재 대표사례로 지적됐다. 일장기를 액자에 넣어 게양하고 일제에 충성심을 강요했던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이다. 교실 정면 아닌 곳에 깃발, 족자로 배치, 교실에 걸지 않기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외에도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 가이즈카 향나무 교목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편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 여부에 대한 의견은 ‘찬성’이 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청산 방법은 학생(학생자치회) 중심으로 '일제 잔재 인식 개선 실천'과 '교육활동과 연계한 청산'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