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 공저자...박종훈 교사, 정혜민 변호사

학교 현장 법적 지식 부족 너무 안타까워 "조금만 알아도 쉽게 해결 가능"
교사와 학생 인권은 모두 소중, 학생인권 보장 위해서도 교권보호는 필수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 활동 해나가는 우리 교사들 자랑스럽다"
다양한 배경의 교사 학교에 필요...임용제 개편 구체적 논의해야

왼쪽부터 정혜민 변호사. 박종훈 교사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교 현장에 와서 보니 대부분 교사가 법적 내용이나 절차에 너무 취약하다. 사소한 분쟁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명예퇴직까지 결심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조금만 법을 알았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권과 교권을 담당한 박종훈, 정혜민 변호사가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은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본 학교 현장의 교권 문제를 경험에 기반에 판례를 바탕으로 법률적 지식과 학교 현장 사정을 함께 고려해 풀어갔다.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박 교사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갈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해져 행정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도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려고 애쓰지만 사후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현장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교육청의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단 한 번의 교권침해 사안으로도 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든 것뿐만 아니라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비상식적 요구 등의 증가가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교권을 이야기하면 항상 학생인권조례가 따라온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음에도 학교의 주 구성원이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교사 역시 “교사와 학생의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며 “시대가 급변하는 속도에 맞춰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는 충분했지만 교사의 인권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안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논의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며 “징계 조치를 넘어 상담 등 회복적 교육을 위한 지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어려움이 있지만 불안감을 공유하기보다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일’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 변호사는 “교사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 보람된 것’일 수 있는 직업”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학교 현장, 그럼에도 법적 분쟁의 소지가 다분한 학교 현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를 편찬했다는 박 교사와 정 변호사를 만났다. 아래는 박종훈 교사, 정혜민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박종훈 '교권, 책에서 답을 찾다' 공저자.
고려대 사범대를 나와 군 복무 중 육군 법무실에서 법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것을 깨닫고, 전역 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고려대 헌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사무관을 거쳐 현재는 기간제 교사로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박종훈 선생님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를 그만두고 학교로 소속을 바꾸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박종훈(박)=현장에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교로 온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물론 힘들 때도 많지만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본질적으로는 즐겁다. 작년에는 강남서초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담당으로, 올해는 남부에 있는 혁신 중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교사로뿐만 아니라 한명의 인간으로서도 조금 더 영글어가는 느낌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학생이기도 하지만 교사도 학생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최근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책의 머리말에도 썼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대부분 교사가 법적 내용이나 절차에 너무 취약하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분쟁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나빠지고 심지어 명예퇴직까지 결심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럴 때마다 ‘조금만 법을 안다면 저렇게 불안해하지는 않을 수 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교권과 학생인권의 충돌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극복하고 교권에 대해 좀 더 나아간 논의도 해보고 싶었다.

▲정혜민 변호사와 함께 작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혜민 변호사님은 내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권담당 사무관으로 일할 때 교권담당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었다. 서로 학생인권과 교권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해하려고 소통하게 되었다. 책이라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일방의 편협한 시각으로만 서술되기 쉽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 정혜민 변호사님을 설득해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정혜민 '교권, 책에서 답을 찾다' 공저자.
정혜민 변호사는 서울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년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로 근무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시교육청 교권전담 변호사로 근무했으며, 법무법인 오천을 거쳐 현재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제목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권’과 ‘법’이다. 교권을 어느 방향으로 다루고 있나. 책 소개를 한다면.

정혜민(정)=교권은 현장에서 많이 이슈가 되는 주제이지만, 정확한 법적 근거나 제도에 대한 이해보다는 막연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잘못된 정의를 하기도 하고, 정작 중요한 개념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교육현장에서 정말 지켜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지에 관하여 법적인 토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현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교육전문가임을 자처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는 개개인의 일방적인 의견이 아니라 우리나라 법체계와 판례 등 공신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했다.

▲책에서 판례 등을 들어 소개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준다면.

=교권을 이루는 권리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수업권’의 성격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헌법 상 권리인 학습권 실현을 위해서는 교원의 수업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교권 침해의 상황이 단순히 교사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더욱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박종훈 교사와 정혜민 변호사가 공저한 '교권, 책에서 답을 찾다' 표지. 이 책은 교권과 관련한 판례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들로 구성했다.
박종훈 교사와 정혜민 변호사 공저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 표지. 이 책은 교권과 관련 판례를 중심으로 현장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들로 구성했다.

▲학교와 교육청 근무의 차이는 무엇인가. 교권과 관련해 어떤 다른 점을 느끼고 있나.

=물론 교육청도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려고 애를 쓰지만 학교 현장은 그만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갈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해지는데 행정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보니 사전 예방이 되지 못하고 사후 지원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사후적 지원도 교사들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과거와 같이 잘못된 교권의 상을 가지고 학생인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충분한 장학이 필요하겠지만, 반면에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교육청이 귀를 열어놓고 신속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늘 현장에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는 교육행정의 어려움을 충분히 안다. 나 역시 교육청에서 일할 때 늘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늘 하소연한다. 실제 어느 수준이라고 판단하나.

=단 한번의 교권침해 사안으로도 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교사들에게는 큰 사건이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실제로 많이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비상식적인 요구 등이 증가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

▲교권 추락을 이야기하면 학생인권조례가 따라온다. 어는 것이 더 소중한 권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둘의 조화를 이룰 방안을 제안한다면.(아동복지법 관련 대처에 힘들어하는 교사도 많다.)

=법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인권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헌법에 의해서 인권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교권은 국민들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에 의해 교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서로의 학습권과 같은 기본권이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사는 교권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받고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대가 급변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충분한 반면 교사의 인권 문제나 정당한 수업활동을 보호할만한 제도나 장치에 대한 논의 등은 같은 속도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아동복지법만 보더라도 아동인권의 보호라는 논의가 시급했다보니 10년 동안 교육활동 금지라는 처벌이 정당한지 논의되지 못했던 것이다.

일단 학교 안에서의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에 교원지위법이 개정되었지만, 전학과 같은 징계 조치 강화만 있어서는 안 되고 상담 등 회복적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에 어떤 인적 물적 지원이 더 필요한지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학교 안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에 부적응하는 학생은 대부분 사회적 환경에 의해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을 사회가 어떻게 지원하고 교육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사실 지금도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최근 시행됐다. 요즘 학교에서도 이런 문화 때문에 언론은 타는 곳들이 종종 있다. 학교 문화 어떻게 보는가. 개선점을 제안한다면.

=교사들이 근무하는 학교 또한 일종의 직장이기 때문에 동료 교사 또는 상급자와의 갈등은 늘 문제가 되어 왔다. ‘학교’의 특성상 ‘내부 문제에 관하여 폐쇄적이고, 문제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식 또한 일반적이다.

그러나 학교의 직장 문화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선되어 왔고, 교육청 등에서의 대처 또한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의 구성원들이 막연히 ‘문제 제기 해봐야 잘 되지 않을 거야, 교육청에 이야기 해봐야 소용없을 거야’라고 불신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개선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욱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좌)정혜민 변호사와 (우)박종훈 교사
왼쪽부터 정혜민 변호사, 박종훈 교사

▲변호사라는 신분으로 교육청과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다. 변호사라는 신분이 교육계에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학교 현장에 다양한 직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학교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민주시민교육인데, 이것은 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현장에서 변호사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교사로서 기본적 소임을 다하는 것에 1차 목표를 두고 최대한 노력하다보니 변호사로서 고유의 업무를 별도로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학교폭력업무를 하면서 기본적 법적 절차나 대응을 했던 것이나, 인권과 헌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권동아리를 지도했던 것이나, 학칙 개정 과정에서 역할을 했던 것, 민주시민교육 프로젝트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변호사 자격증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분이 현재의 교사 임용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한다. 학생들의 모습을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그럴수록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사가 학교에 있을 필요가 있다.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교권 침해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위해, 그럼에도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교사들을 위해 법 전문가로서 도움이 될 만한 한마디 해 달라.

=너무 많은 것들이 교사에게 요구된다는 생각에 지쳐있는 교사들이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막연하게 불안감을 공유하기보다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일’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활동은 그 자체로 보람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일의 직장생활이 ‘그 자체로 보람된 것’일 수 있는 직업은 사실 흔치 않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