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가는 것이 왠지 아쉬워 마지막 날은 입대한 아들을 면회하러 갔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가기에 내무반에서는 부모님 면회수가 일순위라고 자랑을 한단다.

언제나 부대 식당에서 오리고기나 피자를 먹는데 오늘은 버거킹 햄버거가 먹고 싶단다. 버거킹이 그리 눈에 잘 띄는 가게가 아닌지라 일부러 지하철역 4층까지 갔다. 햄버거 세트만 달랑 먹는 게 아쉬울 것 같아  여분으로 김밥 한 줄까지 산다. 아들이 남기면 먹으려고 말이다.

추석연휴라 그런지 평소보다 부대까지 가는 버스를 한참이나 더 기다렸다. 차츰 시장기가 돌기는 했지만 얼른 아들을 만나야한다는 생각으로 부리나케 버스에 오른다.

아들의 전화도 수차례 걸려온다. 드디어 면회실에서 점심 보따리를 풀어 놓기가 무섭게 아들은 폭풍 흡입을 한다.

“정말 맛있어요. 우와, 이거 무슨 햄버거래요?”

호들갑을 떨면서 맛있게 먹는 아들이 그렇게 듬직하고 멋질 수 없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게 행복이란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 녀석 먹어도 너무 빨리 먹는다. 버거 세트만 먹을 줄 알았는데 내 점심으로 가져 간 최후의 보루인 김밥까지 노린다.

“김밥도 먹을게요.”

아들의 한 마디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꼼짝없이 오늘 점심은 굶을 판이다. 마땅히 사 먹을 곳도 없으니 부대를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금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제대 말년이라 작사 작곡 공모전을 준비한다며 부대 내 커피숍에서 장장 네 시간 동안이나 아들의 공모전 매니저 역할까지 했다. 공모전의 달인이라고 자랑을 한 게 잘못이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넘어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들과의 달콤한 데이트도 시장기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아들, 다음에 또 올게.”

(사진=픽사베이)

좀 더 있어주면 하는 눈빛을 뿌리치고 아쉬워하는 발걸음을 돌린다.

수원역에 도착하니 아내가 수고했다며 집에 오면 맛있는 것을 사줄테니 그냥 오란다. 배고픔을 꾹 참고 지하철을 탔는데 눈앞이 캄캄하다.

하마터면 옆에서 음료수를 먹고 있는 아이에게 한 모금만 달라고 부탁을 할 뻔했다. 왜 그리도 오늘따라 그 아이가 부러운지……

오죽해야 수원역에서 구로역까지 몇 정거장인지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해본다. 구로역에서는 음료수에 빵이라도 사먹을 요량으로 허기를 참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요 녀석, 아빠에게 김밥 한 줄은 양보했어야지……’

애꿎은 아들만 탓하며 구로역까지 왔는데 오늘따라 급행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빵 하나 사먹자고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 게 낭비 같아 잽싸게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집 근처에 와서 빵을 사려는데 카드가 안 된단다. 카드 면이 다 닳았단다. 머피의 법칙인가!

현금을 안 가져간 게 잘못이다. 하는 수 없이 간신히 집까지는 왔는데 아내가 외식을 하러 가잔다.

아내의 성의를 무시하고 맛집까지 갈 여력이 없으니 먹을 게 있으면 빨리 아무 거나 가져오라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식이 뭔지 배고픔을 감내하며 추석 마지막 연휴를 다 쓰고 말았다.

“아들, 다음 번 면회 때는 김밥 한 줄은 꼭 아빠에게 양보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