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단속 비교과 폐지 시, 대학은 수능 선택할 것
지역 일반고 서열화, 지역 대학 황폐 가속화 우려

시도교육감협의회, 11월 4일 대응 방안 발표 예정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개혁관계 장관회의 후 서울소재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 방침을 밝혔다.(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입시는 심리적 현상이 강하다. 헤게모니가 넘어가면 한쪽으로 확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교육으로 정치하기, 너무 지나치다. 언어유희도 아니고...”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 장관회의 후 서울소재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 방침을 밝히자, 교원들은 "정부가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며 “결국 모든 대학에서 정시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며 ”상향 비율은 작년 대입개편 공론화 합의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해 11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시 비율 확대 논의는 이미 지난해 공론화를 통해 확정됐다. 당시 합의된 내용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비율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이었다. 이를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 전문가 "학생부 교과전형, 정시로 돌리는 결과 나올 것"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은 “학종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 등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비율을 높이면 다른 대학들은 따라 올 수밖에 없다”며 “자소서, 봉사활동, 자율동아리, 교내대회 등을 폐지하는 형태로 학종을 단속하면 대학은 평가할 것이 없다. 결국 자연스럽게 대학은 수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시를 늘린다는 말을 수시를 더 늘리지 말라는 말과 섞었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부 교과전형을 정시로 돌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혁선 전주고 교사는 “입시는 심리적 현상이 강하다. 헤게모니가 넘어가면 한쪽으로 확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지역 일반고들이 걱정된다. 학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사는 “그동안은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해도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 등급만 맞추면 수도권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거꾸로 수능 성적이 좋은 학교는 수능 성적이 좋아도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었다. 이것이 수시 중심 대입 전형이 갖는 묘미였다”며 “하지만 정시 비중이 커지면 이러한 입시 묘미가 완전히 사라지고, 수능 성적 중심으로 대학 서열화가 급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학교 안에서의 양극화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제는 본격 상위권 학생 감싸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교의 관심은 오로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쏠리고, 학력 격차는 더욱 커져 지방 하위권 대학들은 더 황폐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원단체 등 "섣불리 결정할 일 아냐, 대화의 장 열고 대책 다시 내라" 

교총은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이미 서울대 등 주요대학이 2022년 정시 30% 이상 반영을 발표한 만큼 각 대학의 정시 확대를 안착시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며 “30% 이상을 훨씬 뛰어 넘는 비율을 각 대학, 특히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대학에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요구와 예단에 떠밀려 11월 중 섣불리 결정하고 발표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입제도는 국가 교육의 큰 방향이자 학교교육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수시‧정시 비율 등 지엽적 문제만 떼서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정시 확대 등 대입제도 개편은 교육부가 중심이 돼 현장교사 등 교육 전문가와 관련 기관, 대학 등이 다시 한 번 숙의하는 과정을 마련해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성명을 통해 "정시 비중 확대는 결국 수능 비중 강화로 이어져 학교와 교실을 사교육 학원으로 전락시키고,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과 교사와 학생의 열패감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열린 자세로 교육 공정성 확보와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목표를 위해 합리적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자리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교조 역시 성명을 내고 "교육은 국면타개를 위한 제물이 아니다"라면서 "정시확대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전대원 대변인은 "교육전문가들이 정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국가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정시확대 한길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원칙도 철학도 없고, 작년에 힘들게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얻어 낸 공론화 결과도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오직 정치적 유불리라는 하나의 잣대만 적용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 현장은 무책임한 정책 선회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벌써부터 지필평가 확대 및 수능 중심 교육과정 개편 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의 혼미한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입장을 통해 "대입 정시 확대는 과거 교육으로 회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그 심각성이 지대할 것"이라며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을 원하는 국민 열망에 한참 미흡한 발표"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대입의 공정성 방향을 다시 바로 잡는 것은 물론이요 입시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자체를 중단하는 일을 포함해 대책안을 다시 내놓으라"고 질타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이날 별도자료를 내지는 않았지만 "정시확대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11월 4일 열리는 총회에서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교과 및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종의 공정성이 의심되면 학종을 개선해야지, 이를 빌미로 정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