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쟁과 관련, 어떤 분이든 의견을 주시면 에듀인뉴스가 게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국사교육 국론통일 대장정이 절실하다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국사교육은 애국심을 기르는 교육이다. 국가 정체성을 올바로 갖추어 국민으로서의 자긍심과 국가 위기 시에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일체감을 갖게 하고, 미래로 나가기위한 국민의 의지를 길러내는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 바로 이것이 국사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국사교육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해서, 통상 사회과의 한 과목으로 편입되어 있는 국사를 사회과 편제에서 분리 독립시켰고, 그 수업시간 비중도 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게 대우해 왔다.

그러나 국사교육은 그 본령에서 벗어나, 국민통합보다, 국론 분열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2002년 처음 도입되었던 고교 검정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좌편향·자학·분열적 내용 때문에 폭발한 ‘교과서 파동’이 마침내는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특단의 고육책으로 나타났고, 이에 찬·반 광풍이 나라를 휩쓸고 있다.

자유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역주행 대안을 내놓게 된 것은, 검정 교과서제도로 국사 교육이 파탄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간의 관심을 끈 교과서 파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사교육계는 검정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내지는 자정해 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최근 8종의 「고교 한국사」 검정 및 채택과정에서 특정출판사의 것을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로 매도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몰아낸 현 국사교육계의 기득권적, 일방적 독주가 불러들인 반작용이나 다름없다. 겉모양만 검정제이지, 실제는 한 성향의 교과서만 강요하고 있는 반검정제적, 반자유적 시장지배력을 우리 사회는 확인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0%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검정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더 나아가 그 검정과정에서 일부내용 수정여부를 놓고 교육부와 교과서 집필진들 사이에 극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갈등을 보면서, 이처럼 국사교육이 국민을 통합시키기보다 오히려 갈등과 국론분열의 빌미가 되고 있는 국사교육의 위기적 현실을 보게 된 것이다. 마침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어느 보고서는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사교육에 대한 국론분열상은 국사학계를 석권하고 있는 좌파성향 학자군의 국사교육 입장과 이것을 우려하는 국민들 입장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특수성과 심각성이 있다. 오늘날 국사 교과서 집필 주류 학자들은 특정 사관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민 모두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어떤 역사적 사실을 중요시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국민 일반의 역사의식과 동떨어진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고,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공표로 국사교육에 대한 논란이 최고도에 달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앞에는 두 갈래의 선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사교육이 국민 일체감을 기르는 그 본령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분열상을 계속할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역사적 경험을 가진 역사의 당사자들이고, 더 나아가 역사 자체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이기 때문에, 학자가 아니라도 우리들의 역사적 삶이 교과서에서 어떻게 기술되고 가르쳐지는지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국사교육이 되도록 할 궁극적 책무도 있다. 때문에 국사 교육에 관한 한 그것은 학자들에게만 맡길 일은 아닌 것이다.

시세대국을 읽지 못하고 집안싸움으로 지리멸렬하다가 나라까지 잃었었던 이 나라에서, 국사교육이라는 것이 그 구성원들을 통합시키기보다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국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국사교육은 이 나라는 가치 있는 나라라는데 대한 긍정적 역사의식과, 지난 반세기에 이룩한 성취가 보여주듯이 국민이 일체감을 가지고 나아가기만 한다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사교육에 대한 혼란상을 끝장 내야한다. 그 대안으로 국사교육 국론통일 대장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업은 국사교육을 놓고 갈등하는 당사 주체들 간에 국사교육의 방향, 목적, 내용체계 등 국사교육의 기본에 대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에 구애받음이 없이 국민들 앞에서 공개 끝장 대토론으로 합의기반을 이룩하는 것이다. 입장을 달리하는 학파, 교육계, 언론계, 정파, 일반 시민 대표 등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관과 방법론상 입장을 달리하는 국사학계 내의 통합을 이끌어내고, 이해(利害)가 상충하는 집단 간의 대통합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짧게는 4-5년이 걸릴 수 있고 길게는 그 이상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국론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북분단의 특수한 현실을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만족할 수 있는 국사교육의 근본 해법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국사교육에 대한 국론이 통일 되면, 국사 교과서 발행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엽적인 것이다. 남북통일과 같은 정세변화나 국사교육 국론통일이 될 때까지, 국사교과서 국정발행은 과도기적 한시적 조치로 고려되어야 한다. 자유주의 사회가 우월한 근본적 이유는 시민들이 개방적인 토론으로 그들 인식의 깊이와 폭을 넓혀 보다 현명하고 책임 있는 주체들이 되게 하는데 있다. 국사 교과서 검정인제를 열망할수록 그것은 우리 사회에 국사교육 국론통일을 촉진시키는 에너지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