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에듀인뉴스] 지난 11월 8, 9일 미국 워싱턴 DC 근처 알링턴에서 AI4K12(초중고를 위한 인공지능) 이니셔티브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AIK12는 미국 과학재단 지원으로 초‧중‧고교에서 인공지능(AI)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가이드라인, 교수학습 자료 및 도구,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틀간의 심포지엄에서는 MIT, 카네기멜런대학의 연구진, 컴퓨터과학교사 협회 소속의 교사, 과학재단, 그리고 인공지능 기업과 스타트업 등 많은 관련자가 모여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도구, 학습 자료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방향성과 협업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나누었다. 

미국은 이미 2016년 백악관 보고서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에서 향후 인공지능 기반의 미래 경제로 나갈 것을 천명했고 이에 따른 혁신과 새로운 직업에 대비한 교육 전략을 제시했다.

2019년 발간된 ‘국가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략’에서는 초중고교 인공지능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미국 인공지능 경쟁력 유지에 대한 행정명령 2019’에서는 인공지능이 강조된 STEM 교육과 인공지능 융합 교육과정, 교수학습 자료와 도구의 개발 지원 예산도 언급하고 있다. 

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AI4K12 이니셔티브의 활동은 이 같은 미국의 인공지능 경제시대에 대비한 교육정책 전략의 실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인프라에서 사회·경제·산업·노동·직업은 새롭게 설계된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1956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연구되어왔지만, 특히 최근 10여년 동안의 연구 성과는 놀라운 것이며, 그 결과로 인공지능은 이제 대학 연구실 벽을 넘어 타 학문 분야로, 모든 산업 분야로, 일반적인 서비스와 제품으로, 그리고 일상에 들어오게 되었다. 

기존 컴퓨터, 소프트웨어,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프라는 우리 인간의 단순 반복적 인지 노동을 자동화시켜 생산성을 크게 향상한 것이라면, 그 인프라 위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지능적 인지 작업(예를 들면, 바둑경기, 얼굴인식, 언어번역, 주식 예측거래, 음악 작곡 등)까지도 자동화시켜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 산업체계, 고용과 노동 그리고 진로와 직업에까지 큰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캡처)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이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하면서 전폭적 인공지능 육성책 마련을 조언한 것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미래를 살게 될 우리의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오게 되는 이러한 인류역사상 최고 수준의 대변화에 노출되게 될 것이고 그 준비가 필요하다.

자 그럼, 이러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기존의 것을 새롭게 설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살게 될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인지가 지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그 고민은 인공지능 교육과정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그래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만큼은 모든 국가가 거의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시도와 논의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곧 미국이나 영국, 중국 등지에서는 가시적인 교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MIT 미디어랩을 중심으로 개발했던 청소년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3, 앱인벤터 등의 도구에 이미지인식, 텍스트 및 소리 인식 등 인공지능 기능이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활동 교육과정이 보급되고 있다. 

전문개발자들을 위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은 그것을 초중고생 코딩 도구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지원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그것을 이용하여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최근 소개되는 교육과정은 컴퓨팅사고력 및 소프트웨어 교육의 연장선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적용하는 것이 많다. 

또 과학‧수학‧사회 과목과의 융합 교육과정 개발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인공지능 윤리도 뜨거운 주제다. 여러 사례에 나온 학생들의 프로젝트 주제를 보면 인공지능의 이미지인식 기능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창의적인 문제발견 및 해결 역량이 발휘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멸종 동물을 인식하는 카메라를 둬 개체 수를 확인하는 작품을 만든다던가, 언어장애 노인의 간단한 발성 녹음 데이터를 사용해 그 의도를 인식시켜 전등을 켜고 끄는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인식기를 훈련시키고, 그것으로 문제 해결 도구를 만들고, 그것의 사회적 임팩트를 고민해보는 그 모든 과정을 배워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들

비록 우리는 아직 교육과정도 교사도 생태계도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목표가 있고 의지가 있고 동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이러한 것을 빠르게 만들어 가야 하는 우리가 혹시라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오해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인공지능은 하나의 주제도 아니며 하나의 성취역량으로 되어있지도 않다. 우리 학생들이 이것을 배워 어떤 역량을 갖게 할 것인지가 먼저 정의되어야지만 그것에 따른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 

그것이 인공지능 소양인지, 혹은 활용과 응용인지, 취업을 위한 개발 기술인지, 알고리즘 이론연구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이 나온다. 예를 들어 만약 소양으로서 인공지능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해 일상생활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알고리즘의 깊은 이론을 가르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둘째, 인공지능 교육은 과거 과목들처럼 교실에서 책으로 일방적 강의만 해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해 볼 수 있는 실습 환경과 도구가 필요하고, 공유와 협업 문화가 중요하다. 

정말 훌륭한 교사와 프로젝트 멘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만약 아니라면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 연구실, 교사 연구회, AI 기업, 교육재단,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이야기되는 AI고등학교 10개 설립, 인공지능 교사 5000명 양성과 같은 속도전 구호만으로는 우리의 교육이 성공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취목표와 교육과정과 교사 없이 그렇게 단순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호로 인해 사회적 합의와 교육과정 개발, 교사양성이 쉽게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의 뒤에서 우리가 계속해야 하는 것은 ‘왜’, 그리고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배울 수 있도록 진심으로 노력할 것인가에 대한 중단 없는 고민이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커다란 변화의 파도를 멋지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