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철학도 교과서도 교육과정도 없이 AI교사 양성한다고?
[에듀인 리포터] 철학도 교과서도 교육과정도 없이 AI교사 양성한다고?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 승인 2019.1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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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AI교사 5천명 양성, 서울 특성화고 인공지능 관련 과목 필수 이수
단순 트렌드 좇는 교육 당국..."준비가 부족한 교과는 결국 흔들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사람투자 인재양성협의회 겸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대학의 첨단학과를 2021학년도부터 신·증설, 미래 첨단 분야 학생 정원을 매년 8000명씩 10년간 8만명까지 양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사람투자 인재양성협의회 겸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대학의 첨단학과를 2021학년도부터 신·증설, 미래 첨단 분야 학생 정원을 매년 8000명씩 10년간 8만명까지 양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교육부가 AI교사 5천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대학원에 인공지능 융합교육과정을 개설, 내년부터 연간 1천명씩을 배출한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21학년도부터 모든 특성화고 신입생에게 인공지능 관련 과목을 필수 이수토록 하고,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야 학교 10개교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 상층부에서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변화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특히 잘못된 변화는 한 인간의 삶과 한 사회의 기반을 뒤집어놓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교육은 천천히 발을 내딛어야 한다.

이번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발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세운 2021학년도는 얼마 남지 않았다. 관련 학과도 교사도 없는 상태에서 당장 2021년도에 인공지능 관련 과목을 개설한다는 것이 시간상으로 가능한 일인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매년 2개의 교과서를 개발해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교과서를 개발해 바로 가르치는 일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또 왜 모든 특성화고에 인공지능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흔히 특성화고에 존재하는 농·상·공업 분야에 인공지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내용은 수학, 과학과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의 깊이 있는 이해와 덧붙여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 과학의 기초 지식의 보충이 아닌 인공지능을 교과과정에 넣는 이유가 인공지능이 트렌드라는 것 외에 따로 존재하는가?

교육과정상 이해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교과로 가르칠만한 내용인지, 혹은 각 교과에 인공지능 단원을 넣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현재는 특강형태나 체험학습 정도만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발표는 교육과정에 대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한 교과는 결국 흔들린다. 환경 교과는 지난 몇 년간 교사를 뽑지 않은 바람에 대학교 학과 자체의 폐과가 언급이 된다. 환경 역시 미래 사회의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환경에 대한 부분은 사회, 도덕, 과학 등 여러 과목에 일부분씩 엮여 들어갔지만 결국 환경 교과 자체는 홀대받고 있다.

인공지능 교육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발달할지 현재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적 기반도 없고, 교육적 철학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목을 신설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을 가르칠 교사도, 교과서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 교과를 늘리겠다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정말 재미없는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있었다. 알고 보니 교련 과목을 가르치시다가 과목이 없어지면서 과목을 바꾸신 분이었다. 선생님은 바뀐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으셨다. 몇십 시간의 연수를 통해 과목을 바꿔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정말 낮았고, 교과서의 내용을 읽어주시는 것 외에 특별한 설명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그 과목을 매우 싫어하게 됐던 기억이 난다.

교육내용에 대한 깊이 없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다간, 오히려 학생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만 발생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교육은 쉽게 수습이 가능하지 않다. 교육은 결코 트렌드를 좇는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필요해 보이는 것을 급조해서 끼워 맞추는 형태로는 제대로 된 교육을 이룰 수 없다.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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