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외고는_죄가_없다"...자사고, 특목고 폐지에서 소외받은 학생들
[에듀인 리포터] "#외고는_죄가_없다"...자사고, 특목고 폐지에서 소외받은 학생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2.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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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은 2025년도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승호 교사)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은 2025년도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승호 교사)

[에듀인뉴스] 지난 교육부의 발표 이래 정시비중 40%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사이에, 또 다른 중요한 결정이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를 2025년에 일괄 전환하기로 한 결정이다.

지난 2일 교실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미 서명란에 잔뜩 이름이 쓰인걸 보고 학생들에게 누가 주관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학생들도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지난달에도 학생들 몇 명이 찾아와 내게 ‘#외고는_죄가_없다’ 운동에 대해 아냐고 물어봤다.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니 100여개가 넘는 글이 작성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노력이 부모의 빽으로 간주되는 모습에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서명운동과, 인스타그램을 읽어보니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도 많았다. 상당수는 취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논리적 반박보다는 자신이 여기까지 노력한 것을 호소하는 감정적 하소연이 더 많았다.

아이들의 하소연은 주로 ‘억울하다’였다. 자신이 노력한 것은 몰라주고 부모의 재력으로 들어왔다는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었다. 성적을 받기 위해 밤을 새며 공부한 것은 무시하고 학교 빨로 대학 간다는 시선에 대한 억울함이었다.

그러나 논리적이진 않을지라도 그들의 하소연에 마음을 쓰게 된 것은, 어느 누구 하나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얘기를 해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까봐 쉬쉬하고,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고작 뉴스와 댓글로만 내용을 접했을 것이다.

나는 정부의 방침에 일견 동의하나, 한편으론 아쉬움이 많다. 올해만 하더라도 상산고를 비롯한 몇몇 자사고를 교육청에서 재지정 취소했으나 교육부에서 다시 재지정해가며 정책의 방향성을 알 수 없게 하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일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시기는 2025년인 다음 정부 때로 지정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방침에 고등학교 입학하려는 중 3학생들마저 흔들린다.

대통령 공약이었다지만, 이런 갑작스런 선언은 실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겐 굉장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그들에게 부모의 도움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납득시키고 들어주는 것은 별개의 것이다.

학생들의 서명 운동은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정치적 결정에 의해 소외된 자신들을 보아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교육이 학생의 삶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교육정책 역시 그럴 것이다. 정책으로 인해 상처받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노력이 아쉽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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